[데일리서프 안재현 기자]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5년 11월 경주에서 있었던 정상회담에서 방코델타아시아 대북 금융제재를 놓고 1시간 넘게 논쟁을 벌였다고 밝혔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지난 5일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데 대해 노 전 대통령이 크게 우려했고 두 사람은 1시간 넘게 논쟁을 벌였다며 “2005년 11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은 아마 최악이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그러나 국방분야와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대부분 잘못된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결정이 됐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대북정책 유연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고,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문제는 한국의 주권회복 차원에서 추진했던 것이어서 미국 측과 생각은 달랐으나 그 결과만을 볼 때는 미국 측의 이해 관계와 일치했다는 것이다.
재임 기간 중 발생했던 미국산 쇠고기수입반대 촛불시위와 관련해선 그는 “30년이 넘는 외교관 생활에서 가장 당황스럽고 좌절을 느끼게 한 순간이었다”며 “당시 아내와 나는 집 밖을 나가기 어려운 가택연금 상태나 다름 없었다”고 회고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당시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한국인들이 더 배워야 한다”며 한국 국민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에 대해 버시바우 전 대사는 “조속한 처리를 위해 한국이 신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양 측이 재협상이라는 용어사용을 피하려고 하고 있지만 비관세장벽과 관련해 추가 협의나 보완 조치를 하는 게 한·미FTA를 통과시킬 유일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재협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대북 문제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차기 행정부 사이에 차이가 없을 것이며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 아래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책공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미 양국 관계는 앞으로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낙관론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