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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탈북자 위장’ 30대 여간첩 원정화검거

‘탈북자 위장’ 30대 여간첩 검거


군 장교와 내연관계…빼돌린 정보 기밀은 없어
3년전 혐의 확인하고도 뒤늦게 구속기소 ’의문’     
  고제규 기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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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로 가장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공작원이 군 장교들과 사귀며 정보를 빼내 북한에 건넨 혐의(국가보안법의 목적수행 등)로 구속기소됐다.

탈북자로 신분을 위장한 첫 간첩 사건인데다,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의 소재를 알아내려 했다는 진술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수원지검과 경기경찰청, 국가정보원 경기지부, 국군기무사령부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수도권의 미군부대 사진과 한국군 장교들 인적사항, 탈북자들의 명단을 북한 쪽에 넘긴 혐의로 원아무개(3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원씨가 공작원임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그와 교제해 온 육군 중위 황아무개(26)씨, 북한 고위직 출신으로 중국의 북한 보위부 조직과 접촉한 혐의로 원씨의 계부인 김아무개(63)씨도 구속됐다.


합수부는 원씨가 2001년 10월 조선족으로 위장한 채 한국 남성과 결혼해 국내에 들어온 뒤 국정원에 탈북자라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원씨는 2002년~2006년 중국을 14차례 방문해 ‘대북 정보요원 살해, 국정원·하나원 위치 파악, 군 장교 포섭, 황장엽씨 소재 파악’ 등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기간에 북한도 세차례 드나들었다고 진술했다.

합수부는 원씨가 2005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군인들을 소개받고, 군부대에서 안보강연을 하며 알게 된 황 중위 등과 만나며 부대 위치 등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합수부는 김씨가 북한 쪽에 넘긴 장교들 명함에 적힌 전자우편 주소가 중국에서 해킹당한 흔적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합수부는 또 “원씨가 1999~2001년 중국 연길·훈춘 등지에서 탈북자 100여명과 한국인 7명을 북한으로 납치하는 활동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합수부는 원씨가 말한 인물들 가운데 사업가 윤아무개씨가 중국으로 출국한 뒤 실종된 것까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계부 김씨는 살해 지령을 받았다는 대북 정보요원 2명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 암살하지 못했고, 황장엽씨의 거소도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합수부는 밝혔다.

원씨는 국정원과 탈북자 심문·교육 기관인 대성공사 및 하나원, 일부 부대 위치 정보를 북한 쪽에 넘겼지만, 중요 군사기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황 중위는 원씨가 공작원임을 알고도 군 안보강사로 나선 탈북자 명단을 제공하는 등 간첩 활동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원씨의 계부 김씨는 누나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의 사돈으로, 고위직을 맡고 있다가 2006년 탈북한 뒤 북한 쪽과 다시 접촉해 간첩 행위를 했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당국이 3년여 전 간첩 혐의의 꼬리를 잡고도 이제야 구속기소해 의문점도 생겨나고 있다.

경찰 등은 2005년 5월 내사에 들어가 그가 중국 심양의 북한 영사관을 출입하거나 공작금을 주고받은 사실 등을 확인했다.

군 당국은 지난해 원씨가 군 안보강연에서 “북핵은 자위용”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며 강연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원씨가 공작원으로서 대담한 발언을 하고 다녔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제규 김지은 기자unju@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07012.html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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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 방불, 여간첩 원정화는 누구? 
 
영화 `쉬리'를 방불케 하는 여간첩 원정화의 기구한 인생은 열다섯 살 때부터 시작됐다.
27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남파 공작원을 기르는 특수부대에서 열다섯 살이던 1989년부터 훈련을 받던 원정화는 3년 뒤 부상을 당해 제대했다.


그 후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쳐 교화소에 수감됐고 풀려난 후에도 또다시 아연 5t을 훔쳤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던 북한에서는 아연을 1㎏만 훔쳐도 총살되는 상황이어서 원정화는 당국에 적발되자 탈북을 감행했다.


이후 친척의 도움으로 절도 사건을 무마한 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공작원으로 포섭돼 다시금 남파 공작원의 길에 들어섰다.


2001년 말 조선족으로 위장해 남한에 잠입했으며 입국 직후 국가정보원에 탈북자라고 허위 자수를 하고는 본격적으로 지령 수행에 착수했다.


입국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그는 딸을 낳았고 경기 시흥시에 대북 수산물 무역업체를 차렸으며 2002년 말부터 4년간 중국을 14차례나 드나들며 `지령'을 받았다.


황장엽 씨를 찾아내고 남한의 국가 주요시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대북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요원 2명을 살해하는 것도 그의 임무였다.


이를 위해 북측으로부터 `독침'을 받아두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딸을 기르면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김모 소령과 사귀면서 군사기밀을 탐지했고 북측 지령으로 김 소령을 중국으로 유인하려고 시도했다.


이어 황모 대위와 교제하기 시작한 원정화는 군에서 안보 강연을 하는 탈북자들의 명단을 빼내 북측에 보고하는 등 지령 수행을 위해 성을 `무기'로 삼기도 했다.


또 자신도 군 안보 강연자로 나서 50여 차례나 강연을 하는 등 `두 얼굴'을 철저하게 감췄다.


그러나 번번이 주요 지령 완수에 실패했고 정작 자신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휩싸여 살고 있는 집에 자물쇠를 무려 4개나 설치한 뒤 3년 전부터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도 했다.


한편 원정화는 정부로부터 탈북자 정착금과 생계비로 총 9천여만원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5천500여만원 정도를 북한 청진에 있는 동생의 사업자금으로 대준 것으로 조사됐다.


꼬리가 밟혀 적발되자 그는 그동안의 간첩활동에 환멸을 느낀 탓인지 수사기관의 조사에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장탈북’ 여간첩 사건 일지


▲1989∼1992 = 원정화 남파공작 훈련. 부상으로 감정제대(의병제대)
▲1998 = 보위부 공작원으로 포섭된 뒤 중국으로 파견
▲1999∼2001 = 연길ㆍ훈춘 등 재중 보위부에서 탈북자ㆍ남한사업가 등 100여명 납치 관여


▲2001.10 = 재중 북한 보위부로부터 남한침투 지령을 받고 조선족으로 위장한 뒤 위장결혼으로 남한 잠입
▲2001.9∼2006.12 = 재중 보위부로부터 수회에 걸쳐 6만달러 공작금 수령
▲2001.10∼11 = 양주ㆍ서울 등 미군기지 6곳 사진촬영
▲2001. 11 = 국정원에 탈북자로 위장자수


▲2002.10∼2006.12 = 14차례 중국으로 출국, 재중 보위부를 방문해 국내활동상황 보고 및 지령수령


▲2003 = 대북정보요원의 활동내역 파악 및 중국 유인, 남한정보기관과 연계된 남한사업가 포섭


▲2004 = 대북정보요원 2명 살해


▲2005 = 국정원ㆍ하나원ㆍ대성공사 위치 파악, 군장교 포섭 후 군사기밀 탐지 및 중국유인 관여
▲2005. 5∼9 = 경기지방경찰청ㆍ국군기무사령부 내사 착수


▲2006 = 황장엽 위치 파악,남한 비전향 장기수.부대위치.군장교 인적사항 파악,군 안보강연, 안보강연 탈북자 파악


▲2007. 7 = 황모 대위, 원정화가 재중 보위부에 팩스로 보고한 서류를 폐기하는 것을 도움
▲2007. 9 = 황모 대위, 원정화가 보위부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미신고


▲2008. 5 = 황모 대위, 원정화에게 군 안보강사로 활동하는 탈북자 명단 제공
▲2008. 7.15 = 경기지방경찰청ㆍ국군기무사령부 여간첩 원정화 체포
▲2008. 7.17 = 원정화 `위장 탈북 및 남파' 자백, 구속
▲2008. 7.22 = 수원지검ㆍ경기지방경찰청ㆍ국군기무사령부ㆍ국정원 경기지부 합동수사체제 가동
▲2008. 7.24 = 합동수사체제, 원정화로부터 남파간첩 김모씨ㆍ황 대위 혐의에 대한 진술 확보
▲2008. 7.27 = 원정화 양아버지 김모씨, 황 대위 체포
▲2008. 7.29 = 김모씨, 황 대위 구속
▲2008. 8.27 = 원정화 구속기소, 황 대위 구속기소

 

(서울=연합뉴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069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