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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된 귀국길…돌아오지 못하고 방황하는 선수들

연기된 귀국길…방황하는 선수들

 

박태환, 선수촌 안에서만 컴퓨터 게임장 등 전전
공항서 발길돌린 진종오, 입장권 구입 동분서주  
  권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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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19일 저녁 올림픽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베이징 성곽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이 성곽은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가 수도를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옮긴 1419년 짓기 시작한 것으로 당시에는 40㎞에 달했으나

현재 1.5㎞만이 남아있다. 베이징/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나라 방침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나”
“우리만 들어왔다 소리 듣고싶지 않아”


“소원이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나라 방침이 그렇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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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지 일주일이 훌쩍 지나버린 20일 진종오(29·KT)는 귀국하고픈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9일 한국선수단의 첫 메달이었던 공기권총 은메달을 따고선 “아내를 가장 먼저 보고싶다”고 했던 그였다.

국내 총기반입 일정에 따라 지난 18일 모든 짐을 싸들고 베이징 서우두 공항까지 갔다가, 메달리스트들은 25일 함께 귀국하기로 했다는 선수단 방침을 전해듣고는 부랴부랴 선수촌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금메달이 걸려있는 태권도 등 우리 선수단 경기에 응원을 가려고 입장권을 분주하게 구하고 있다”고 말한 진종오는 이게 선수단 방침인지, 정부의 방침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진종오를 지도하고 있는 김선일 코치 역시 “다른 종목도 모두 남아있는데, 사격만 들어왔다는 소릴 듣고 싶진 않다”고 했다.


박태환을 지도하고 있는 노민상 감독 역시 “모든 경기 일정이 끝나고 보니, 긴장이 풀리면서 폐막일까지 긴 일정을 보내는 것이 그냥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기회가 다시 오기 어려운 만큼 소중한 추억이 되도록 다른 종목 선수들과 잘 지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팀 동료들이 귀국하기 전까지 박태환은 한때 새벽 1시에 선수촌에 들어오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현재는 컴퓨터 게임과 농구장을 전전하며 선수촌 밖을 잘 나가지 않고 있다고 노 감독은 전했다.

역도 장미란의 경우 ‘언론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핸드볼 등 한국 선수단 응원에 열성적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대한올림픽위원회 쪽은 전했다.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 등 일부 선수들은 애초 귀국하려 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조재기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등이 선수들을 불러모아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남은 기간 동안 소중한 추억을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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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메달리스트들과 달리 미국과 일본 등의 메달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일정에 따라 자유로이 체류 여부를 정하고 있다.

평영 100m·200m 2관왕을 2연패한 일본의 기타지마 고스케는 이미 19일 도쿄로 귀국해 기자회견을 했다.

수영 8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는 미국 농구대표팀의 경기 등을 관람하고 대회 폐막 이전인 21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메달리스트 전원이 잔류 일정의 길고짧음에 관계없이 올림픽선수촌에 남아야 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베이징은 비행시간이 2시간에 그칠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수시로 입출국이 가능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 출마 등을 위해 ‘안면장사’로 통하는 스포츠 교류가 필요하다거나, 젊은 선수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추억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게 선수단이 설명하는 취지이지만, 자칫 선수들을 묶어두고 생색내기에만 연연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권오상 기자kos@hani.co.kr

 

 

http://olympic.hani.co.kr/arti/ISSUE/49/3057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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