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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풍경이야기

인생, 고임이 없을 수는 없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동학사로 가는 박정자삼거리부근...

 

핸드폰으로 벚꽃을 담는 여인

 

봄빛에 어우러지는 붉은 반코트를 입고

나들이를 나온 모습이 동학사 벚꽃축제에 걸맞다.

 

 

 

 

나의 인생에서 붉은 색은

그 강렬한 색상만큼이나

깊은 기억을 나에게 남겨 주었지...

 

언제였던가?

외국 어느 노천카페에서 붉은 원피스에

레이스가 달린,

챙 넓은 하얀 모자를 쓴 여인을 본 것이...

 

봄날 이었으리라

그녀는 커다란 선글래스를 하고,

길고 흰 두 손가락으로

자그마한 커피잔을 들어 입술을 적시고 있었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한가로이 눈에 비치는 여유를 즐기는 것,

 

그녀의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고

느린 눈빛으로 한참을 쳐다 보았었지...

 

정말이다

그때 까지만해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나의 눈길을 느낀 것일까?

그녀 역시 느린 몸짓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지...

 

순간

그녀는 알 듯 모를 듯한 묘한 미소를 보냈지

 

머쓱해진 나는 그 자리를 뜨려고 기대었던 가로등에서 몸을 세우고 있었고,

웨이터는 나에게 다가와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는데...

아마도 한잔의 차를 그녀와 같이 하겠느냐는 뜻 같았다.

 

낮선 외국에서,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ㅋㅋㅋ

 

 

그리고, 그녀는 몇년 전 한국에서 만났었지...

 

미소와 눈물...

 

그리고 어색한 포옹으로

그녀의 9박10일 한국행은 막을 내리고

 인천의 공항과는 너무 먼

이곳 공주에서 이별을 하였지.

 

출국장에서의 그녀는 어떤 모습이었을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떠나고

나는 아직 이곳에 머물러 있다.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지 못하고...

 

 

 

[2008년 4월 10일 문득 고여있는 나의 의식을 보며  계룡도령 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