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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촛불 앞에 무너진 한나라당, 6·4 재보선 참패

 촛불 앞에 무너진 한나라당, 6·4 재보선 참패
수도권·영남권에서 '불패 아성' 무너져... 인적쇄신론·당정분리론 꿈틀    손병관 (patrick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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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권영세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이 4일 여의도 당사 선거상황실에서 선거방송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백승렬  6·4 재보선
 
 

 

[기사대체 : 5일 새벽 0시 30분]

 

사상 두번째로 낮은 재보선 투표율도 한나라당의 몰락을 막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4일 전국 52개 지역에서 동시 실시된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 이후 연일 계속된 '이명박 퇴진' 촛불시위 속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여당의 재보선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선거 결과는 참담했다.

 

중앙선관위가 잠정 집계한 6·4 재보선 투표율은 23.2%. 2000년 6월 8일의 21.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그러나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표가 많은 한나라당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번 재보선에서는 여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국 9곳에서 실시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과 민주당이 각각 5곳(대구 서구, 경기 포천, 강원 고성, 경남 거창·남해)과 3곳(서울 강동, 인천 서구, 전남 영광)을 석권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경북 청도에서만 승리했다.

 

수도권 무너지고, 광역·기초에서도 참혹한 패배

 

여당으로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구 3곳에서 모두 패했다는 점이다.

 

서울 강동구청장 선거에서는 4일 자정 무렵 통합민주당 이해식 후보(53.2%)가 한나라당 박명현 후보(39.8%)를 13.4% 차로 가볍게 누르고 당선됐다.
(개표율 70.8%) 이 지역에서 민주당 소속 구청장 후보가 당선된 것은 95년 민선1기 지방선거 이후 13년만의 일이다.

 

인천 서구청장 선거에서도 같은 시각 37.5%의 민주당 이훈국 후보가 한나라당 강범석 후보(31.4%)를 따돌렸고, 한나라당의 승리가 예상됐던 경기 포천시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서장원 후보(42.3%)가 한나라당 양호식 후보(32.8%)를 이기는 파란을 연출했다.

 

남해군수 선거에서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지원을 받은 무소속 정현태 후보(61.9%)가 한나라당 김일주 후보(35.9%)를 26%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 개표에 앞서 당락 윤곽이 드러난 광역 및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성적표는 참혹했다.
민주당이 광역 14곳과 기초 7곳에서 승리를 거둔 데 반해 한나라당은 광역 6곳과 기초 1곳의 승리에 그쳤다.

 

여당의 텃밭인 영남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맥을 못췄다.
무소속 후보들은 부산과 대구·경북 안동·경남 진주 등의 광역의회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물리쳤고 경북 구미·김천·포항과 강원 태백, 전남 광양의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제도권 정당의 벽을 허물었다.

 

자유선진당은 충남도의원 선거구 2곳(공주·부여)에서 승리를 거뒀고, 민주노동당도 전략지역이었던 경남 창원에서 도의원 당선자를 냈다.

 

야당 시절 재보선 승승장구하던 한나라당, 집권하자 맥 못춰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치른 각종 재보선에서는 민주당을 상대로 승승장구했는데, 막상 여당이 된 뒤에는 '재보선 강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 선거의 의미가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데에는 여야 정치권 모두 별다른 이의를 달지 못하고 있다.

 

역대 재보선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네티즌들의 투표 참여 캠페인도 한나라당에 악재로 작용했다.
촛불시위 참여 네티즌들의 토론장이 되고있는 다음 아고라 등에서는 4일 내내 "재보선 투표하고 왔다, 다른 분들도 꼭 투표하라"는 독려성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여당 당직자들은 "큰 의미 없는 선거였다"며 의미를 애써 깎아내렸지만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17대 총선에서 152석의 국회 과반수 의석을 얻고도 잇따른 재보선 패배로 무기력증에 빠진 구 여권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전망마저 나올 정도다.

 

특히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몰표를 준 수도권에서 대패한 만큼 '분노의 표심'을 달래기 위해 내각 총사퇴에 버금가는 인적 쇄신론이 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기 없는 대통령 때문에 여당의 정치 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이 되자, 한동안 잠잠하던 당·정 분리론도 꿈틀거리고 있다.

 

여당 최고위원에 도전 의사를 가지고 있는 진영 의원은 이날 오후 동의대 최고경영자과정 특강에서 "대통령제에서는 권력분립이 핵심인데 입법부가 행정부의 부속물이 된다든지 하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이 시대에 맞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만 해도 한나라당이 정부 얘기만 듣고 제대로 기능을 못했기 때문에 빨리 할 수 있었던 사태 해결이 늦어졌다"며 "당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정부가 잘못 가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뜨거운 민주당 "재협상 관철"... 냉기 도는 한나라당 "소통 부족했다"

 

여야 당사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은 개표가 끝나자마자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당사 상황실에서 개표 상황을 TV로 지켜본 반면, 한나라당사 2층에 마련된 상황실은 실무자들만 자리를 지키다가 밤10시 이후 모두 퇴근했다.
고위당직자들이 모두 떠나고 기자들만 남은 여당 당사에는 냉기만이 감돌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기초단체장 개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지만 우리 야당에도 국민을 제대로 섬기라는 준엄한 명령임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인다"며 "쇠고기 재협상을 반드시 관철하고 대운하를 저지하고, 의료보험 민영화를 단호히 막는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실정과 무능에 대한 국민적 평가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국민의 뜻을 외면한다면 더욱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고,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며 "재보선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애정 어린 질책을 보여주신 것으로, 그 뜻을 겸허히 받들어 반성과 자성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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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1일 서울 지하철 천호역 사거리에서

강동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명현 후보(앞줄에 선 사람)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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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4 22:26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