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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정부 ‘쇠고기 고시’ 강행…각계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

정부 ‘쇠고기 고시’ 강행…각계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
야당 “고시 무효화…장외투쟁 포함 전면 대응”
LA갈비·내장까지…미 쇠고기 내주 수입재개      김수헌 기자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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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는 숙였지만…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장관고시를 발표한 뒤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인사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bong9@hani.co.kr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의 독소조항을 그대로 유지한 채,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재개를 위한 ‘장관 고시’를 강행했다.
이에 맞서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고시 무효화를 위해 원외투쟁까지 포함한 전면 대응을 선언하고, 각계 시민사회 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하는 등 쇠고기 파문이 중대 국면을 맞았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 위생조건’의 내용을 확정하고 행전안전부에 고시를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행안부는 다음달 3일 발행하는 관보에 쇠고기 고시를 넣을 예정이고, 이때부터 고시가 발효돼 새 수입 위생조건에 따른 검역이 시작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 유통된다.
확정된 고시에는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고, 이후 ‘추가 협의’에서 두 나라 통상 장관들끼리 서한교환 형식으로 확인한 선언적 검역주권 인정 등이 부칙에 덧붙여졌다.


이에 따라 2004년 12월 이후 4년반 만에 ‘엘에이 갈비’와 같은 뼈 있는 쇠고기와 내장 등 연령과 부위 제한을 거의 두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이날 미국산 쇠고기 검역 강화 방안으로 △내장·혀 등 조직검사 △미국에 검역관 상주 및 현지 작업장 정기 점검 △모든 음식점에 쇠고기 원산지 표시 의무화 등 기존에 나온 대책들을 다시 제시했다.
또 축산업 지원 대책으로는 △송아지 가격안정제 기준가 상향 조정 △사료자금 융자 규모 1조원에서 1조5천억원으로 확대 △품질고급화 장려금 기준 개선 등이 포함됐다.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에선 정부의 쇠고기 고시 강행에 일제히 반발하며 고시 무효화를 위한 전면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차영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면서까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이 정권의 독선과 오기에 소름이 끼친다”며 “장관 고시는 원천 무효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무효화를 위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수헌 강희철 기자minerva@hani.co.kr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90475.html


 

 

협상부터 고시까지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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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국민대책회의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원석 상황실장(맨 왼쪽)이 정부의 고시 강행을 규탄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졸속 굴욕협상 → 부실 땜질 입안 → 막무가내 고시
‘졸속·굴욕 협상’에 이어 핵심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부실 입안예고’ 그리고 국민의 우려를 아랑곳하지 않은 ‘막무가내 고시’까지.


농림수산식품부가 29일 미국산 쇠고기 새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를 확정해, 한-미 쇠고기 협상에 따른 국내 절차를 마무리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처음부터 실패를 예고한 협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열린 협상은 결국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인 지난달 18일 정치적 결단에 의해 타결됐고, 그 내용은 예상을 뛰어넘는 전면 개방과 검역주권 포기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동의와 대통령의 ‘방미 선물’을 위해, 국민의 건강권과 농림수산식품부를 자문해온 위생검역 전문가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협상이었다.

이후 입안예고와 장관 고시로 이어지는 과정도 부실과 땜질 처방의 연속이었다.
시간에 쫓겨 협상을 하다 보니, 협상 타결 당시에는 수입위생조건 영문본만 만들어 양쪽 대표가 서명을 했고,
수입위생조건 한글본과 합의요록은 협상 타결 2주 뒤에 문구를 확정하고 양쪽이 서명한 문서를 교환했다.
그런데 새 수입위생조건의 입안예고는 수입위생조건 한글본이 확정되기도 전인 지난달 22일 시작됐다.
영문본 수입위생조건을 번역한 뒤 미국 쪽과 문구 조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안예고를 한 것이다.


정부는 국민적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자, 입안예고 기간에 접수된 국민 의견이 너무 많아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5일로 예정된 고시를 연기했다.
이후 통상교섭본부가 미국과 추가 협의를 벌였지만, 광우병 발생 때 수입금지 조처와 관련해 국제법상 인정된 주권적 권리를 문서에 적어 교환하는 데 그쳤다.


한 차례 연기됐던 장관 고시일은 23~27일로 예상됐지만, 농식품부는 축산 대책 등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고시를 다시 한번 연기했다.
지난 28일에는 농식품부가 장관 고시 ‘사전정지 작업’으로 축산단체장들을 불러 축산 대책을 설명하려 했지만, 축산단체장들이 재협상을 요구하며 면담을 거부했다.
또 지난 28일 저녁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이 고시 내용을 한나라당에 보고했다가 보완 지시를 받은 데 이어 29일 오전에도 추가 보완 지시를 받아 애초 2시로 예정됐던 장관 고시 발표가 4시로 미뤄졌고, 결국 협상 타결 41일 만에 국민적 저항을 무릅쓰고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가 강행됐다.


김수헌 기자minerva@hani.co.kr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904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