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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한나라당 정권 잡았으니 무엇이든 할수있다”

유한열 비리의혹, 권력에 줄대기…전형적인 ‘부패형 로비’ 양상 입력: 2008년 08월 10일 18:37:05
 

ㆍ“한나라당 정권 잡았으니 무엇이든 할수있다”
ㆍ업체사장에 접근… 유고문등 4명 6억 건네받아


 

여권의 비리 사건이 또 터졌다.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국방부 납품 청탁’ 비리는 권력 실세에 줄을 대는 전형적인 부패형 로비 스캔들의 모습을 띠고 있다.

유 고문의 이권 청탁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 1월 인수위 시절부터 이뤄진 것이다.

로비 대상에는 현 청와대·한나라당 등 여권 고위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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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들이 여권의 잇단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남호진기자 

 

◇ 로비 실태=전남 여수에서 통신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지난 1월23일 지인의 소개로 17대 대선 때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직능정책본부 유관단체위원회 수석부단장을 지낸 한모씨를 만났다.

한씨는 “국방부통합망 사업 중 통신장비를 납품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다음날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정책특보를 지낸 김모씨, 이 대통령이 총재로 있었던 아시아·태평양 환경NGO 한국본부 부총재 이모씨를 소개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으니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며 “유 고문에게 부탁하면 될 것”이라며 로비 성공을 장담했다.


이 사장과 유 고문은 같은달 26일 서울 강남 르네상스 호텔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 고문은 로비 대가로 계약금액의 5%를 요구했다.

다음날 한씨는 이 사장에게 유 고문이 당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회 간사이자 국회 국방위원인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러 간다며 우선 2000만원을 요구했다.

이튿날인 28일 유 고문은 인수위 근처의 삼청동 카페에서 맹 수석을 만났다.


유 고문 등은 2월4일에도 인수위원들에게 줄 양복값이 필요하다며 3000만원을 받았다.


이 사장은 이 대통령 취임식 이틀 후인 2월27일 유 고문 등 4명에게 6억원을 건넸다.

유 고문을 제외한 3명은 ‘계약이 안 될시 즉시 돈을 돌려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

A4용지 1장짜리 각서에는 “국방부 광대역통합망 사업 중 통신장비 부분을 ㄷ사에게 계약해주는 주건으로 6억원을 받았으며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즉시 돌려줄 것입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세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쓰고 도장을 찍었다.


6억원을 건네고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이 사장은 유 고문을 독촉했다고 한다.

다급해진 유 고문은 대학 후배로 평소 친분이 있던 당시 국방위원인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찾았다.

로비에 연루된 이씨는 3월11일 이 사장에게 “유 고문이 공 의원에게 부탁했고, 공 의원이 국방부 장·차관에게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국방부 계약이 무산되자 이 사장은 이들에게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일당 중 이씨는 4월11일 이 사장을 달래기 위해 여수로 직접 찾아가 “청와대 모 인사를 통해 일을 성사시키겠다”고 약속하며 돈 반환 기일을 연기시키기도 했다.


◇ 커지는 의혹=맹 수석 측은 정치권 등에서 이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 7일 “이런 일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최초 로비를 받은 지 6개월이 지난 뒤다.

맹 수석 측은 “당시 유 고문이 업체 자료와 함께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건넸으나 단호히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왜 청탁을 받은 즉시 수사 의뢰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반년이 지난 뒤에야 이를 공개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공 최고위원 측 보좌관이 국방부 차관실에 직접 찾아갔다는 부분도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공 의원 측은 “보좌관이 두 차례 실무 부서에 전화를 하고 한 차례 장관실에 찾아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상의 민원해결 절차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좌관이 직접 국방부로 찾아갈 정도의 열의를 보였다면 단순한 민원 해결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가 부총재로 있는 아시아·태평양 NGO 한국본부는 이 대통령이 2대 총재를 지내는 등 이 대통령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이씨가 실제 청와대 인사에게 청탁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한열? 고 유진산 총재 아들…5선중진 국방위 활동


한나라당 유한열 상임고문(70)은 2세 정치인으로 5선의 중진 의원 출신이다.

지난 10대 국회에서 처음 당선돼 13대까지 지역구 4선을 하다가 2002년 16대 국회에서 전국구 의원을 승계했다.

16대 국회 때 국방위원으로 활동했다.

서울 용문고를 나와 연세대를 다니다 중퇴했으며 1965년에 미국 루스벨트 대학을 졸업했다.


유 고문의 아버지는 고 유진산 신민당 총재로서 7선을 지낸 정치계 거목. 충남 금산 출생으로 선친의 뒤를 이어 1979년 충남 대덕·금산·연기에서 신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13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충남도지부장을 맡았으며 최근까지 당 상임고문으로 줄곧 한나라당에서 활동해왔다.

<이영경기자samemind@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8101837055&code=910100

 

 

맹형규 “청탁 받았으나 거절” 공성진 “국방부 차관에 전화”

 

한나라 유한열 고문 거액수수 파문김남일 기자 신승근 기자  
 

취임 6개월도 안 된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형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 김옥희(74)씨의 ‘공천 장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5선 의원 출신인 유한열(70) 한나라당 상임고문이 국방부 납품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이런 잇따른 비리사건은 현 여권의 ‘도덕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광준)는 10일 ㄷ전자통신 이아무개 사장한테서 국방부 납품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유 상임고문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여권 실세들의 이름도 등장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 상임고문 등은 지난 1월 말,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한아무개씨 등 3명의 소개로 이 사장을 만나 ‘국방부 광대역통합망 사업’에 쓰일 통신장비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해 계약금액의 5%를 요구하고 모두 6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상임고문 등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있던 맹 수석 등에게 주겠다며 돈을 요구했으며, 맹 수석을 직접 만나 돈봉투를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던 공 최고위원은 유 상임고문의 말을 듣고 국방부에 납품기준 등을 문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장은 그러나 청탁이 성사되지 않자, 유 상임고문을 소개한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 출신의 한아무개씨에게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한씨 등은 청와대 인사를 거론하면서 계속 납품 성사 노력을 펴겠다고 밝히며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는 이 대통령의 정책특보를 지낸 김아무개씨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맹 수석은 지난주 한 시사주간지가 취재에 들어가자, 지난 7일 청와대 정무수석실 이름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맹 수석은 “지난 1월 말 유한열 고문이 찾아와 납품 청탁을 하기에 ‘정상적 절차를 밟아 해야 한다’고 거절했다”며 “만난 사실은 있으나 전혀 (로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맹 수석은 “검찰에 직접 나가 수사의뢰인 자격으로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아는 대로 다 얘기를 하고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공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 고문이 신기술을 더 싼값에 공급하겠다는데, 국방부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 (김종천) 국방부 차관과 통화하고 비서진을 시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봤다”며 “통상적인 민원 처리였다”고 해명했다.

김남일 신승근 기자namfic@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034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