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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희망이다

<인수위> 홈피에서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어느 교사의 글

<인수위> 홈피에서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어느 교사의 글 

고유번호 : 42498  글쓴이 : 강현경  날짜 : 2008-01-31 07:52  조회 : 6,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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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의 생각에 골몰 한 모 교대부속초등학교 학생

 

 

< 영어전용교사 반대할수 밖에 없는 5가지 이유! >

영어권 국가에서 석사과정도 해 보았고 학교에서 아이들도 가르치고 있는 사람으로서(사회과) 이번 영어전담교사나 보조교사 임용에 대한 계획과 공청회를 보고 정말 참을 수가 없어서 글을 남깁니다.

 
일단 인수위의 영어교육과 학교현장에 대한 무지에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인수위 중 어느 누가 지방을 비롯해 - 강남 일부 부유층 아이들을 제외하고 - 정말 평범한 서민층 아이들의 학교수업 현장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1. 공교육 영어 과정이 엉망이라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다구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건 일개 학교나 교사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류대를 지향하는 학벌주의와 점수제 수능이 존재하는 한, 학교 현장도 그런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수능에 반영되지 않는 과목은 주변과목으로 천대받고 있고, 고3수업에선 수능준비로 파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영어수업하는 것이 당장 시험에 안 나오는데 수능 준비보다 우선하겠습니까?

영어 시험을 입시에 도입하는 비영어권 국가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제발 자료조사도 좀 하고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주세요.

제도 개선도 시급하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적 의식 개혁부터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이 일류대를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존재하는 한, 이런 깜짝 이벤트도 오래 가지 않습니다.

기러기 아빠를 걱정하셔서 이런 정책을 내셨다구요?

그들이 그 고통을 감내하는 건 영어 때문이라기 보다는더 나은 학벌 빽그라운드를 원해서라는 것이 정확한 것이 아닐까요?

 

 

2. 영어 교사들이 실력이 없어서라구요?

요즘 사대 영어교육과 졸업한 학생치고 회화가 안 되거나 에세이 작성 능력이 걱정이 될 정도로 떨어지는 학생들 거의 없습니다.

그 정도도 못 하면서 영어교사 하겠다는 간 큰 사람 없다 이 말입니다.

일단 영교과 입학점수도 문과 중에서 제일 높고 임용고사가 3단계로 바뀌면서 영어로 수업을 못하는 사람은 아예 합격할 수도 없습니다.

능력은 있으나 일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0.01점 차이로 떨어져서 수년간 임용고사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닙니다.

노량진에 한 번 가 보세요.

4년간 공부하고 심지어 복수 전공도 하고 어학연수하고 온갖 영어능력 시험 다 치고 컴퓨터 가산점 따서 엄청난 경쟁률 뚫고 겨우겨우 영어교사 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왜 실력이 없을 거라 여기는 겁니까?

올해부터 임용이 3차로 바뀌면서 영어수업 시연과 에세이가 당락을 좌우하니 영어과 티오를 늘려 보충하고 현직 영어교사들을 단계별로 연수를 시키는 것이 4조원이나 들여 자격없는 교사 임용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습니까?

그래도 안되는 교사는, 소위 실력없는 교사는 결국 도태되게 되어 있습니다.

최근 영어과 명퇴가 제일 많다는 것이 그 증거이고요.

왜 5년 안에 다 끝내시려고 그럽니까?

교육은 밀어붙이기식 청계천 사업이 아닙니다.

영어로 하는 수업이 그렇게 시급하다면 2년 뒤부터 자격이 되는 네이티브를 위한 교사자격증을 만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본국에서 뭐 하다가 온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일정 교육과정을 마치고 '테솔'을 수료한 네이티브를 철저히 자격검증해서 2~5년 장기계약 조건으로 연수시켜 투입한다면 오히려 더 나은 재원이 될 수 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테솔과정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니까요.

 

 

3. 교육의 교자도 모르는 무자격자들에게 교직을 남발하시겠다구요?

오히려 적채되어 있는 사대 영어교육 전공자들부터 활용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갑자기 왠 테솔이고 영어 잘 하는 주부, 교포입니까?

시쳇말로숙명여대에 사범대와 영어교육과가 있었다면 이런 정책이 나오기나 했을까요?

한 시간 수업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줄 아십니까?

수업 내용도 내용이지만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얼마나 조심스러운데요.

아이들은 스펀지와 같아서 의도하지 않은 것 마저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매 순간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런데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도 모르고 그저 영어로 말만 하면 수업이 되는 겁니까?

아이들에게 은연 중 영어 사대주의만 심어줄 수 있습니다.

임용 공부할 때는 교육학 내용이 방대하여 이론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큰 가이드 라인이 된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작년에 각 지방 광역시 영어교사들을 겨우 20명 안팎으로 뽑았습니다.

그런데 무자격자들을 4년간 2만 3천명을 뽑으시겠다구요?

결국초등, 중등 모두 다른 과목 티오 줄어들고 흐름 잘 탄 운좋은 사람들이 쉽게 교사되는군요.

수년 간 임용에 올인한 사람들만 바보 천치인거죠.

결국 몇 년 뒤엔 교육계 최대 집단은 영양교사와 영어전용 교사들이 되겠네요.

일반 과목 티오 다 잡아먹고 5년 간 줄기차게 뽑다 보면 몇년 뒤엔 영양교사와 영어 전담교사가 담임도 하고, 몇개월 연수만 하면 다른 과목도 가르치겠죠?

 

 

4. 시험은 왜 구술 시험만 칩니까?

임용고사와 어느 정도 형평이 맞아야 되는 것 아닙니까?

처음에는 계약직, 기간제로 시작하겠죠..그러나 그 사람들이 몇번 시위하면 결국은 정교사로 임용해 줄 거 아닙니까?

10 여년 전에 초등 영어 전담교사 임용해 줄 때처럼 말입니다.

결국 교사되면 같아지는 건데 그 어느 바보가 사대가서 엄청난 공부량에 임용고사에 목숨걸겠습니까?

그냥 빚을 내서라도 외국에 유학가든지 아니면'숙명여대' 테솔 6개월 들으면 그만이죠.

아님 캐나다나 호주에 넘쳐나는 1개월, 3개월짜리 출석만 하면 되는 그런 코스 들으면 되는 거죠.

그리고 그 테솔 과정이라는 거..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 중에서도 성인이 주 대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대학 내 영어교육과 관련된 비슷한 과 교수님들 몇분이 몇시간 수업하고 자기들끼리 실습하고 탈락자 없이 수료하고 나면 구술시험만 치면 된다?

저도 영어라면 밀리지 않으니 저라도 하던 일 집어치우고 당장 수료하고 싶군요.

적어도 임용과 비슷하게 교육학과 영어교과 교육론이라도 시험을 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같은 영어교사인데 누구는 4년 공부해서 3차 시험이고 누구는 6개월짜리 과정 듣고 그냥 구술시험입니까?

젊은이들의 최후 보루인 공무원 시험도 줄이면서 영어로 말만 잘 하면 교사시켜 주는 것이 일자리 창출입니까?

전 세계 어느나라 교사 임용이 이렇게 아무나 쉽게 되는 곳이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정식 교사과정도 아닌 수료한 것 만으로 교사되는 나라... 외국에 유학 갔다 할 일 없으면 국내에 와서 교사하는 나라...정말...만약 제 아이의 영어교사가 그런 사람들이라면 저는 당장 학교를 옮기거나 유학을 보내 버리겠습니다.

 

 

5. 영어에 미쳐가는 지금...외국어로서 한국어의 위상은 신경쓰지 않습니까?

해가 다르게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외국에 나갈 때마다 느끼고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호주에서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를 Big 4 Languages로 정해두고 자신의 모국어를 잊어버리지 않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국 화교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반드시 중국 역사와 중국어를 배우도록 부모들이 노력하면서 학교에 중국어 교사가 없으면 주 정부에 항의를 하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화교 2세,3세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일본은 일본어 교사가 학교에 파견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에서 그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수십년 전부터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라도 일본어 교사를 배치할 때는 일본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더군요.

최근 한류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이 늘어나지만 제대로 된 한국 정부의 지원도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각 대학에 설치된 한국어 교사 자격 과정을 강화해서 남발되는 자격증을 추려 실력있는 사람들을 외국에 파견하는 것이 일석이조 아닐까요?

한국어 네이티브가 외국에서 대접받게 할 생각은 왜 안 하시는 겁니까?

요즘은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멀리 유럽에서도 자격이 되는 한국어 교사를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시대 흐름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을 끌어들이지 못할 망정 모든 국민이 영어에 목을 매게 하다니요.

영어에 노출되는 시기를 앞당기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왜 그것이 이렇게 급하게 파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까?

나이가 어릴 수록 더 모국어의 비중이 높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끝으로

영어전용교사 최대 수혜자가 될 사람들은;

1. 돈 들여 외국에 유학 갔다 왔으나 마땅한 일자리가 없던 사람들
2. 살고 있는 나라에서도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교포 2세,3세들
3. 학원 취업이나 과외할 때, 자격사항 추가하려고 들어 두었던 '숙명여대' 테솔 수료자들

 

 

앞으로 예상되는 일들로 ;

1. 영어 학원다니면서 '나름' 영어 좀 한다는 아줌마들...비상금 털어 테솔과정에 몰려간다...그것도 숙명여대에... 더불어 대학마다 테솔과정 개설하느라 난리난다.
2. 자녀 유학 고민하던 가정들...어차피 엄마도 따라가니 이 기회에 석사과정이나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기러기가정 더 많이 늘어난다.

 

 

지금까지 든 이유로만 봐도,특정 대학, 특정 과정, 특정 집단의 사람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 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소리를 듣지도 보지도 않는 독단적인 정부라면, 청계천 사업하듯 교육정책을 밀어 붙이는 정부라면, 이번 총선에서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입니다.

국민들은 두고 보고 있을 뿐... 소수의 의견만 반영하고 국민정서를 무시하는 정부를 반드시 심판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덧붙임) 우려했던 대로 영어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조기 유학 문의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공교육을 살리겠다더니 사교육 시장이 먼저 쌍수들고 환영이네요.

더욱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당선자의 발언입니다.

"해외 교민들이 우리 국가에서 1년쯤 봉사하라고 하면 할 사람이 많지 않겠느냐?"며 "동포들 중에 일자리를 얻고도 1년쯤 휴직해서 모국에 봉사하겠다는 사람이 연락을 해오고 있다.영어 선생님을 구하는 데에 뜻밖에 많은 지원자가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성과 소명이 필요한 교직을 기껏 동포들 봉사로 메우겠다는 당선자의 교육 마인드에 깊은 절망감을 느낍니다.

 

공청회를 다시 하신다구요? 좋습니다.

대신 다수 국민의 의견을 제발 정확히, 똑똑히 좀 들어 주십시오.

 

개혁에는 항상 반대가 있다구요? 

청계천도 처음엔 반대가 많았으나 지금 좋지 않냐구요?

이걸 개혁이라고 합니까?

이건 독선이고 오만입니다.

설득하시겠다구요?

국민들이 무지해서 당선자님의 고매한 교육개혁을 이해 못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겁니까? 개혁이 필요한 교육 정책이 얼마나 많은데 마치 온 국민이 '영어'를 못해서 나라가 힘든 것이라 오도하고, 국민의사 반영도 없이 이렇게 졸속으로, 편파적으로 밀어 붙이기식이냐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