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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역사

위대한 유산(遺産)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조옥구의 한자편지. 009 솥(鼎)


 

 

위대한 遺産, 한자, 한자편지 009, 솥(鼎)

 

 

 

 

솥(鼎)

 

솥은 ‘부엌’이라는 공간에서의 우두머리입니다.
크기나 기능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도 ‘불’을 만나는 유일한 도구라는 점에서 가히 부엌의 제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솥’이 ‘하늘’에 비견되는 것은 바로 ‘하늘=해=불의 관계’ 이것 때문입니다. 여러 곡식을 담거나 한데 모아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이 하늘의 속성과 같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民(백성)에게는 食(식)이 天(하늘)이다’라는 말도 ‘먹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말해주는 것으로, ‘솥’은 단순한 주방용기의 의미 너머에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솥’이라는 이름 속에 담긴 의미들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솥’이란 말은 ‘소+ㅌ’으로 되어 있으며, ‘소’의 의미는 ‘ㅅ’과 ‘ㅗ’의 의미 결합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음 ‘ㅅ’은 ‘위에서 아래로 갈라져 내려오는 모양’ 또는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모양’으로, ‘위로 솟아오르다’와 ‘아래로 수그리다’의 두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그래서 산, 사람, 삶, 살다, 서다 등 ‘ㅅ’으로 표기되는 말들은 ‘하늘에서 땅으로’ 또는 ‘땅에서 하늘로’의 운동성, 방향성을 내포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음 ‘ㅗ’는 ‘ ․ +一’의 모양으로, ‘땅에서 하늘을 향하다’라는 의미입니다.
‘一’은 하늘과 땅을 구분하는 요소이고 여기에 ‘ ․ ’을 더해 ‘ㅜ’가 되면 위에서 아래로의 방향을 나타내게 되고 ‘ㅗ’가 되면 아래에서 위를 향한다는 의미를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
‘소’는 그러니까 ‘하늘에서 내려온 것들이 다시 하늘을 지향한다’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있는 것들이 가진 하늘의 속성을 ‘소’라고 하는 것입니다. * 흰 옷 = 소복(素服)

 

‘ㅌ’은 ‘ㄷ’에 ‘ ․ ’이 하나 더해진 것으로, ‘ㄷ’은 ‘하늘(一)과 땅(一)의 연결(丨)’을 의미하고, ‘ㅌ’은 ‘ㄷ의 강화’ 즉 ‘하늘과 땅과 만물(천지인)의 온전한 통합’을 의미합니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를 ‘하늘과 땅과 만물’로 보고 이 세 요소를 합하면 온전한 세상이 되는 것이므로 ‘천지인’의 셋으로 ‘온전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이들 요소들을 다시 정리하면, ‘ㅅ’은 하늘에서 세상에 온 것, 솥에 넣는 많은 곡식들을 의미합니다. 이 세상의 곡식들은 모두 하늘이 준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ㅗ’는 다시 ‘하늘을 향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솥에 곡식들을 담고 불을 때는 것을 ‘하늘을 향하다’라는 의미로 나타낸 것입니다. ‘ㅌ’은 ‘천지인의 조화’ 즉 하나가 되는 작용을 나타냅니다. 솥에 담긴 여러 곡식들이 조화롭게 하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솥’에 담긴 우리말 풀이가 ‘鼎(솥 정)’에는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鼎’자는 ‘目+爿+片’으로 되어 있으며, ‘目’은 ‘눈’으로 ‘연결’을 나타내고 ‘爿’과 ‘片’은 통나무(木)의 절반을 둘로 나눈 모양으로, ‘불완전하다’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따라서 ‘鼎’으로 표기된 ‘솥’의 의미는 ‘불완전한 것들을 연결하다’ 즉 ‘불완전한 것들을 연결하여 완전하게 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솥’이나 ‘鼎’은 이처럼 각각의 불완전한 존재들을 모아서 온전한 하나로 만드는, 하나로 연결하는, 완전하게 하는 도구로써 ‘하나됨’의 상징입니다.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지만 고대에 솥은 특별한 도구였습니다.
‘왕권을 상징하는 보배로운 것’이라는 의미에서 ‘보정(寶鼎)’이라 불렀으며, 심지어 ‘나라의 운명’을 ‘정운(鼎運)’이라 할 정도였습니다. 김제 금산사 미륵불은 아예 ‘솥’위에 세웠습니다.
모두 ‘하나됨’의 상징입니다.

‘솥’과 더불어 ‘하나됨’을 상징하는 음식에 ‘떡’이 있습니다.
‘떡’은 한국인이 즐기는 음식이지만 아무 때나 먹는 밥과 구분되는 ‘특별한’ 음식입니다.
‘떡’은 주로 ‘잔치’와 연결되고 ‘잔치’의 특징은 ‘많은 사람의 집결’입니다.
한국인의 잔치에 떡이 빠지지 않는 까닭은 바로 ‘떡’이 본래 하나였던 하나됨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떡을 만들기 이전 곡식들은 모두 제 각각이었습니다. 그 각각이던 곡식을 물과 함께 솥에 담아 불을 때면 어느덧 끈끈하게 서로 하나가된 떡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떡을 뗀다’라고 하는 말 속에 이미 떡은 ‘큰 하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겨레의 말과 문자(한글과 한자)에는 보이지 않는 하나의 맥(흐름)이 놓여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하나됨’이며, ‘하나됨’은 다른 말로 ‘공동체 의식’입니다.
소위 ‘우리 것’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겨레의 역사를 사소하게 보거나 우리 전통을 소흘히 여겼던 것은 그 바탕에 흐르는 이 ‘하나됨’ 즉 ‘공동체의식’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연합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겨야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 것이기 때문이거나 비교적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속에 21세기 인류가 필요로 하는, 지향해야할, 인류에게 전해야할 고귀한 가치인 ‘하나됨’ 즉 ‘공동체 의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가장 근원에 가까이 접근했던 겨레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우리 겨레의 삶이 주목을 받아야 하고 더욱 주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관련한자】
目(눈 목) : 눈은 밖의 세상을 뇌에 연결하는 기관
片(조각 편) : 통나무를 반으로 나눈 한 쪽
爿(나뭇조각 장) : 통나무를 반으로 나눈 다른 한 쪽
鼎(솥 정) : 불완전한 것들을 연결하여 온전한 하나가 되게 하는 솥

 


                          

<글/조옥구/한자의 기막힌 발견의 저자>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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