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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역사

위대한 유산(遺産)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조옥구의 한자편지. 013 다스리다(治)

 

 

위대한 遺産 한자편지 013. 다스리다(治)

 

 


‘다스리는 것’은 ‘다 살리는 것(治)’


한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한자에도 철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철학으로 다른 한자들의 숨은 뜻을 찾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 한자 중에 ‘治’자가 있습니다.
‘治(다스릴 치)’의 ‘다스린다’라는 말은 보통 ‘힘이 있는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을, ‘계급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또는 ‘가장이 가족’을, ‘임금이 백성’을 지배하고 통솔한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자철학의 입장에서 보면, 임금도 하늘이 내고 백성도 하늘이 내는데 임금이 백성을 지배하고 이끌어 간다면 하늘이 하늘을 지배하고 거느리는 것이 되어 어딘가 어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석봉(石峰) 한호(韓濩)님이 만력 11년 정월 부사과(副司果)로써 교서(敎書)를 받고 써낸 천자문(千字文)에 보면, ‘治’자는 ‘다릴 티’로 풀이하였습니다.
‘다릴’이 ‘다스릴’로 되어 ‘治’자는 마치 힘(권력)으로 지배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한자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 말대로라면 ‘세상의 모든 권력(힘)은 자연스럽다’ 즉 ‘정당하다’라는 것이 되어 오해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사실 ‘治’자는 어디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권력을 이용하여) 다스린다’라는 개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治’자는 구성하는 ‘氵’와 ‘台’를 통해서 ‘다스린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 봅니다.


‘氵(물 수)’자는 ‘천지인’의 논리를 이용하여 만든 한자로, ‘천지인’의 ‘인’과 같이 ‘세 번째’가 그 내용의 핵심입니다. ‘氵’자의 세 획은 곧 ‘세 번째’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존재의 특징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태어나고 죽고 또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작용’ 즉 ‘삶’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특징을 잘 나타내는 것이 ‘물’이라서 ‘氵’를 ‘물 수’라고 풀이하는 것이지 ‘氵’자는 단순히 ‘물’이 아니라 ‘물’처럼 위 하늘에서 와서 낮은 곳으로 계속 흐르다가 결국은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세 번째의 작용’ 즉 ‘만물의 작용’ 을 나타냅니다.
‘氵’자는 ‘세 번째’, ‘물’, ‘만물’, ‘작용’ 등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용암이 바위가 되고 바위에서 떨어진 ‘모래’를 ‘氵’를 이용해서 ‘沙’로 나타내는 것이나, ‘수증기가 (차가워져서) 얼음이 되고 얼음이 녹아서 흐르는 ‘물’을 ‘氵’로 나타내는 것이 그 까닭입니다. ‘세 개’의 획은 ‘人’, ‘세 번째’, ‘작용’의 의미입니다.


‘台(별 태, 나 이)’자는 ‘厶’와 ‘口’로 되어 있는데, ‘厶(사사 사)’는 모양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다’라는 의미고 ‘口(입 구)’는 ‘입’을 나타내는데 ‘입’은 ‘입-잇몸-이빨’로 구성되어 ‘천지인’의 구조와 같다하여 ‘입’은 ‘우주’와 같은 의미로 씁니다.
그러니까 ‘口’자는 우주(=하늘, 해)의 모습인 ‘○’과 같이 쓰이거나 ‘천지인’의 논리를 간직한 ‘개체’, ‘입’, 음식이 들어가는 ‘구멍’의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따라서 ‘台’자는 직역하면 ‘나는 별에서 태어났다’라는 의미입니다.


이제 이 두 개념을 종합해보면 ‘治’자는 ‘별에서 태어난 존재의 작용’을 의미합니다.
‘별에서 태어난 존재의 작용’이란 무슨 의미일까요?
‘별’은 해가 진 어둔 밤 하늘에 점점이 떠오르는 것으로 ‘해의 씨(자식, 새끼)’라는 의미에서 ‘星’으로 표시합니다. ‘日(해)’가 ‘낳았다(生)’는 의미입니다.
‘별에서 태어난’, ‘나’의 의미는 ‘하늘의 씨(자식, 새끼)’라는 것입니다.
해가 진 뒤 떠오르는 별처럼 우리 모두는 하늘이 남긴 씨(자식)입니다.


이렇게 모두가 ‘하늘의 자식’으로, 하늘에서 온 존재들인데 누가 누구를 다스린다는 것일까요?


‘다스린다’는 말은 ‘지배한다’라는 것과 같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다스린다’는 말은 ‘다린다’가 되고 ‘다린다’는 ‘다린다’ 즉 ‘다 살린다’는 말입니다.
하늘이 하는 일은 ‘다 살리는 것’입니다.
자기가 낸 자식과 같은 존재들을 ‘살리는 것’이 하늘이 하는 일입니다.
동양사회가 전통적으로 임금이나 제왕의 통치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임금이나 제왕은 하늘을 대신하여 ‘다 살리는’ 주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권위라는 것이 이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한편, 하늘이 그러하기 때문에 하늘의 자손인 ‘나’ 역시 ‘다 살리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하늘에서 온 하늘의 자식, 우주적 존재이기 때문에 생각과 행동이 그러해야 합니다.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세상을 살려야 합니다.
이런 인식의 표현이 우리 선조들이 이 세상에서 그토록 실현하려던 ‘홍익(弘益)’ 바로 그것입니다.


‘다스리는 것’을 마치 권력의 특권인양 착각하는 자들의 무지(無智)를 일깨우고, ‘다스리는 것’은 ‘다 살리는 것’이라는 걸 알려 우리 하늘같은 존재의 자존과 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관련한자】
治(다스릴 치;zhì) : 하늘이 세상을 살리듯 ‘다 살린다’는 의미
氵(물 수; shuǐ) : 물처럼, 만물처럼 흐르고 변하는 세 번째(=삼라만상), 작용
台(별 태, 나 이; tái) : ‘나는 별에서 태어났다’라는 의미
厶(사사 사; sī,mǒu) : 위(하늘)에서 내려온다(厶)는 의미
星(별 성; xīng) : 해(日)가 낳은(生) 별(별은 해의 자식, 새끼)
弘(넓을 홍; hóng) : 해(弓)가 작용(厶)하는 공간은 크고도 넓다
益(더할 익; yì) : (해의 작용이) 그릇(皿)에 차고 또 넘친다는 의미


 

 

<글/조옥구/‘한자의 기막힌발견’의 저자>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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