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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역사

015 - 섬기다(仕) 위대한 유산(遺産)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조옥구의 한자편지

 

 

위대한 유산 漢字, 고대로부터의 편지 015. 섬기다(仕)

 

‘섬기다(仕)’


씨앗의 생명을 저 땅속 어둠에서 밝은 빛의 세계로 이끌어 낸 이가 ‘선비’라 한다는 것으로부터 우리말 ‘섬김’, ‘섬기다’의 의미를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비’를 나타내는 ‘士’에 ‘亻’을 더한 것이 ‘仕’가 되어 ‘섬기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士’와 ‘亻’의 의미를 알면 ‘선비’와 ‘섬기다’와 ‘사’의 의미를 알 수 있고 역으로 ‘선비’와 ‘섬기다’, ‘사’로부터 ‘亻’의 의미를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한자는 한글의 뜻을 풀이한 글자이므로 한글과 한자의 이러한 관계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만 아직 우리는 이런 단순한 기호의 의미와 관계에 대해 익숙하지 못합니다.
 

‘士’자가 ‘싹’의 모양을 나타낸 글자라는 사실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어둠에서 씨앗 공동체의 생명을 이끌어 밝은 빛의 세계로 나온 싹이 곧 선비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싹’, ‘선비’와 결합한 ‘亻’은 우리 사람을 나타내는 ‘人’자의 다른 모양입니다.
‘人(사람 인)’에서 ‘亻’이 만들어지는데 사실 이 두 글자는 조금 다르게 표현하려고 해서 그렇지 원래 같은 모양의 글자입니다.
‘人’자가 다른 결자와 결합할 때 모양을 고려해서 ‘亻’으로 쓸 뿐입니다.


이처럼 쉬운 내용의 글자가 ‘亻’자인데 그 쓰임은 정말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仕, 仁, 休, 倍, 僞 등은 ‘士’, ‘二’, ‘木’, ‘咅’, ‘爲’ 등의 한자에 ‘亻’을 더해서 만든 것으로, 이미 만들어진 한자(士, 二, 木, 咅, 爲)에 ‘亻’을 더해서 새로운 한자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의 한자를 둘로 늘려 쓰는 방법입니다.
어렵게 만든 한자(士, 二, 木, 咅, 爲)에 ‘亻’을 더하기만 하면 새로운 의미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글자를 만드는 측면에서 보면 아주 편리한 글자 만드는 방법인 셈입니다.


‘亻’자의 상세한 풀이는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亻’자는 다른 글자와 결합하여 ‘닮았다’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亻’자가 어떻게 ‘닮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한자를 만든 사람들의 인간관(人間觀) 즉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사유의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亻’자의 ‘닮았다’라는 의미는 ‘사람은 하늘을 닮은 존재’라는 인식의 표현입니다.
사람을 ‘亻’으로 표현한 사람들의 시각을 빌리면 ‘사람은 하늘을 닮은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仕’로부터 읽어낼 수 있는 ‘섬김’, ‘섬기다’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仕’자의 ‘섬기다’라는 말은 ‘선비를 닮았다’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선비’는 씨앗 공동체를 밝음의 세계를 이끌어낸 싹과 같은 인물을 일컫는 말이므로 ‘선비를 닮은 것’은 ‘싹을 닮은 것’이 되는 것이며 ‘싹’의 의미가 곧 ‘섬김’의 의미라고 말 수 있습니다.
땅 속 어두움으로부터 빛을 찾아 나선 싹처럼 외로움과 괴로움을 견디고 극복하며 마침내 빛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섬김’의 실체입니다.
싹의 마음, 싹의 노력, 싹의 목표가 ‘섬김’의 내용입니다.


「‘어둠에서 빛으로’의 방향과 목표,  ‘나’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이것이 ‘섬김’의 내용이며 실체입니다.
이것에 비추어 더 나아간 것도 뒤떨어진 것도 ‘섬김’과는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仕’를 ‘섬김’의 의미로 쓴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러합니다.


‘섬김’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상대어인 ‘삶’과 비교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글의 조어법상 ‘ㅏ’의 상대는 ‘ㅓ’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늘 새로움입니다. 새로움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 삶입니다.
‘삶’이 새로움으로 근원을 향해 나아가는 의미라면 ‘섬’은 멈춤이나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섬김’은 ‘뒤돌아 봄’입니다.
싹이 나온 씨앗 공동체, 그 공동체와 연결된 끈에 대한 ‘뒤돌아 봄’, ‘보살핌’입니다.
싹의 ‘다살림’입니다. 싹은 씨앗 공동체를 다 살려야 합니다.
싹이 씨앗 공동체를 다 살리는 행위가 ‘섬김’입니다.


한편 ‘仕’자로부터는 벼슬한 사람의 자세를 읽어낼 수도 있는데, ‘벼슬’은 요즈음 용어로 말한다면 ‘공무원’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공무원=섬김’의 등식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싹’과 같은 공무원이 많아지기를 기대할 따름입니다.


【관련 한자】
士(선비 사; shì) : 싹과 같은 지도자
仕(섬길 사, 벼슬할 사; shì) : 싹을 닮았다, 선비를 닮았다, 싹을 닮은 것이 섬기는 것
二(두 이; èr) : 하늘과 땅, 둘, 두 번째, 땅
仁(어질 인; rén) : 하늘과 땅의 성품을 닮은 것, 생명을 내고 기르는 성품을 닮은 것
木(나무 목; mù) : 나무, 하늘과 땅의 연결
休(쉴 휴; xiū) : 나무를 닮은 것, 휴식은 나무처럼 멈추어 쉬는 것
咅(침 부; pǒu) : 침처럼 서 있는 어떤 것
倍(곱 배; bèi) : 서있는 것을 닮았다, 닮은 것이 또 서 있다는 의미
爲(할 위; wéi) : 위 하늘이 하다, 위 해가 하다, 해가 하듯 한다는 의미
僞(거짓 위; wěi) : 사람이 하는 것은 하늘이 하는 것을 닮았다(사람이 한 것은 하늘이 하는 것을 닮기는 하였지만 하늘이 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에서 거짓이 된다)

 

 

<글/조옥구/『한자의기막힌 발견』의 저자>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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