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종교/역사

위대한 유산(遺産)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조옥구의 한자편지. 001 차례(茶禮)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혹시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조옥구"<1cmc1@naver.com> 님께 메일을 보내시고 구독 희망을 알려 주세요.
뭐 이러한 것들이 사전에 양해를 얻고 상의를 나눈 것이 아니라 조옥구교수님께 불편을 드릴지도 모릅니다만, 그냥 내 지릅니다.
^^


많은 분들이 구독하시고 공감하시길 기대해 봅니다.

 

 

 

 

위대한 遺産, 한자편지. 001. 차례(茶禮) - (1)

 

 

차례(茶禮)

 

우리 겨레에게는 년 중 두 차례의 특별한 명절이 있습니다.
설날(정월 초하루)과 추석(秋夕, 팔월 대보름)이 그것입니다.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말로 표현될 만큼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멀리 있는 형제 친척들 고향 찾아 모여들고, 집집마다 조상을 생각하며 ‘차례(茶禮)’를 지냅니다.
생각해보면 ‘설날’과 ‘추석’은 명분이고 이 날의 진정한 의미는 ‘차례(茶禮)’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례’는 명절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 옷 갈아입은 형제 친척들 차례 상 앞에 줄지어서 절하는 차례(茶禮).
언제 누구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전통이 된 ‘차례(茶禮)’.
우리 한겨레에게 ‘차례(茶禮)’는 무엇이고 차례(茶禮)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먼저 설과 추석의 기원에 대해서 살펴 보겠습니다.

 

 설과 추석(秋夕)의 기원
설과 추석의 기원은 멀리 빙하기 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빙하기의 혹독한 추위를 경험했던 고대인들에게 있어서 ‘해’는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아침이면 모두가 동산에 올라 해를 맞는 예를 올리고 저녘이면 내일 다시 떠오르기를 빌면서 예를 갖추는 것이 하루의 정해진 일과였습니다.
그러나 점차 기후가 안정이 되고 인구가 늘어나며 생활이 번잡해지자 매일 아침과 저녁 하루 두 차례 직접 동산에 올라 해를 맞이하고 보내던 의례는, 담당하는 관리를 두어 대신하게 되고, 민가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초하루(朔)와 보름(望)에만 지내는 것으로 조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 민속의 ‘삭망(朔望)’ 즉 ‘초하루’와 ‘보름’은 그 남은 흔적입니다.
이후 한 달에 두 번 지내던 해맞이 예도 번거롭게 여겨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1년에 두 번 정월 초하루(설날)와 8월 대보름(추석)으로 간략하게 조정하였던 것입니다.
하루 두 번이 한 달에 두 번으로, 다시 1년에 두 번으로 축소되면서 지금의 설날과 추석으로 남아 전통이 된 것입니다.
설과 추석은 태양족의 태양숭배로부터 비롯된 태양족 전통의 고유문화입니다.

 

차례(茶禮)의 의미
설과 추석이 되면 조상을 생각하며 차례(茶禮)를 지냅니다.
‘차례(茶禮)’의 의미는 다양합니다만 우선 간단히 말하면 ‘차례(茶禮)’는 ‘채우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채운다’는 말은 부족한 상황을 전제합니다. 부족하기 때문에 부족한 무언가를 찾아 채운다는 말입니다. 가득 ‘차’야 되는데 차지 않았기 때문에 채운다는 말입니다.
‘차’라는 우리말은 ‘차다(冷)’, ‘채우다’, ‘차이(差異)’, ‘차(車)’의 경우처럼 ‘채워서 온전하게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레(車)를 ‘차’라고 부르는 것도 ‘짐을 가득 실어(채워) 나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짐을 채우지 않은 수레는 불완전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차례’를 ‘채우는 예’라고 하면 차례(茶禮)를 통해서 ‘채우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차례(茶禮)’의 주제가 ‘하늘’이라면 내 곁에 하늘을 채우는 것이 되고, 차례의 주제가 조상이라면 돌아가신 조상을 찾아 채우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차례(茶禮)’는 평소 잊고 지낸(부족한) 조상(=하늘)을 삶의 영역에 모시는(채우는) 의례로써 주술적이라기보다는 나뉘어진 부분을 통합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차례를 통해 가족간 또는 종족간 벌어진 틈을 메우고 채워 온전하게 되려는 것입니다. 

 

고향을 떠난 자식이 고향에 계신 부모를 찾음으로써 온전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돌아가신 조상을 찾음으로써 온전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하늘을 찾음으로써 온전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의 실천적 행위가 ‘차례(茶禮)’인 것입니다.
‘차례(茶禮)’는 온전한 ‘나’를 체험하고 ‘천지인’의 조화(調和)를 경험하는 한겨레 전통의 문화적 장치입니다.

 

한편, ‘부족하다’, ‘나뉘어졌다’라는 관념은 본래 ‘온전한 하나’였다는 사실을 전제합니다.
‘우주’, ‘하늘’, ‘태양’, ‘알’ 등은 ‘온전한 하나’의 상징이며 ‘하늘과 땅과 만물’이 조화롭게 어울리면 ‘온전한 하나’를 이룬 것으로 보았습니다.
동양의 ‘천지인’은 곧 ‘온전한 하나’의 의미입니다. ‘一二三’, ‘○□△’ ‘丶冫氵’ 등은 ‘천지인’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온전한 하나’인 ‘천지인’을 ‘’으로도 나타냈습니다. 셋이 결합했다는 의미입니다.
‘△’은 ‘셋을 합했다’라는 의미에서 ‘삼합 집’이라고 부르며 ‘삼신’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삼신’은 곧 ‘온전함’의 한국식 표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삼합 집)’으로 ‘제사’를 나타내는 배경이 이것입니다.
차례(茶禮)의 ‘茶’자가 ‘△’에서 발전하여 만들어진 것(△+丨=㐃→余→茶)이므로 ‘차례’는 ‘△’이 상징하는 ‘온전한 하나’가 되고자 하는 하늘 겨레의 아름다운 전통인 것입니다.

【참고한자】
(차 차) : 제사에 쓰는 식물,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식물의 의미
    (풀 초) : 땅에 나는 풀의 모습(艸), 식물
    (나 여) : ‘제사드리는 사람이 곧 나’라는 의미(가 변해서 가 됨)
        * ‘’는 ‘△+丨’으로 된 것으로, 온전(△)하게 되기 위해 채운다(丨)는 의미
        * ‘+丨’→㐃→余→茶(차 차), 餘(남을 여), 途(길 도), 徐(천천할 서), 艅(배 이름 여)
        * ‘차(茶)’가 온전한 식물이어서 제사에 쓰이는지 제사에 쓰여서 온전한 식물로 여겨지는지는 상상이 필요
(예도 예) :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 예절의 근본’이다
    (보일 시) : 하늘(二)의 해와 달과 별의 빛(小)으로 보인다는 의미, 하늘의 상징
    (풍성할 풍, 굽 놉은 그릇 례) : 제기에 제물이 풍부하게 쌓인 모양
(가을 추) : 곡식을 거두어 알곡(씨, 근본)을 얻는 계절이라는 의미
   (벼 화) : 벼, 곡식
    (불 화) : 불, 타다, 태워서 근본으로 돌려보내다
(저녁 석) : 해가 저물어 밝음과 어둠이 섞이는 시간

 

 

<글/조옥구/‘한자의 기막힌 발견’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