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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역사

위대한 유산(遺産)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조옥구의 한자편지. 003 이하(夷夏)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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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러한 것들이 사전에 양해를 얻고 상의를 나눈 것이 아니라 조옥구교수님께 불편을 드릴지도 모릅니다만, 그냥 내 지릅니다.
^^


많은 분들이 구독하시고 공감하시길 기대해 봅니다.


 

 

 

 


위대한 遺産, 한자편지 003. 夷夏(1)

 

 

夷, ‘오랑캐’ 아니라 ‘태양’이다

 

子曰 狄之有君 不如諸之亡也
(자왈 적지유군 불여제지망야)

 

『논어(論語)』 제3편「팔일(八佾)」에 있는 글입니다.
보통「공자님 말씀하시기를 (중국에는 예악이 있으므로) 오랑캐의 나라에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 있다하더라도 중국에 인물이 없는 것만도 못하다」라고 풀이합니다.
 
동양사에 등장하는 걸출한 두 종족을 일컫는 말이 ‘夷夏(이하)’인데, 위 문장은 ‘夷(이)’와 ‘夏(하)’, 두 겨레를 비교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夷’는 ‘동이(東夷)’ 즉 고대로부터 ‘우리 한겨레’를 의미하고 ‘夏’는 ‘중화(中華)’ 즉 ‘지나족(중국인)’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위 문장대로라면 우리 겨레는 오랑캐(=야만인)가 되고, 우리 겨레에게서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 나와도 지나족의 일개 백성만도 못한 그런 겨레가 되고 맙니다.

 

어떻게 해서 우리는 ‘오랑캐’가 되었으며 ‘夷(오랑캐 이)’자는 원래 ‘오랑캐’를 나타내기 위해 만든 글자일까요? ‘夷’는 어떻게 ‘오랑캐’를 나타내는 글자가 되었을까요?

 

‘夷’자의 쓰임을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① 사마천은『사기(史記)(bc100년 경)』에서 ‘夷’자를 「夷, 柢也」라고 풀이하였습니다.
「夷, 오랑캐」가 아니라 「夷, 柢(뿌리 저)也」 즉 뿌리, 근본, 바탕의 의미입니다.
지나인으로 당대 최고의 경학자(經學者)라 손꼽히는 사마천이 「夷, 柢(뿌리 저)也」라고 하였다면 이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② ‘銕’자를 통해서도 ‘夷’의 속성을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銕(쇠 철)’자는 ‘鐵(쇠 철)’자와 같이 쓰이는데, 이것은 ‘쇠’라 부르는 금속을 ‘이족(夷族)의 금속’으로 부른다는 의미입니다.
‘銕(쇠 철)’로 표기되는 ‘쇠’는 단순한 쇠가 아니라 ‘철기문화’를 의미하며 동양에서 철기문화를 이룩한 주체가 ‘夷族’이라는 의미입니다. ‘철기문화의 주체’의 의미는 현대에 있어서 원자탄을 보유한 나라의 위상과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夷’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고대에 ‘쇠’를 ‘이족의 금속’으로 불렀을까요?

 

③ ‘夷’자의 다른 쓰임을 살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痍(상처 이) : 몸의 상처를 ‘夷가 불완전(疒)하다’라는 식으로 표현함
姨(이모 이) : 어머니의 여자 형제(이모)를 ‘夷같은 여자’라고 표현함
荑(삘기 제) : 새 싹, 새 순을 ‘夷와 같은 풀’이라고 표현함
侇(무리 이) : 무리(여럿)를 ‘夷를 닮았다(亻)’라는 식으로 표현함
鮧(복 이) : 몸을 부풀려 둥그렇게 만드는 복을 ‘夷를 닮은 고기’라고 표현함
跠(웅크릴 이) : 몸을 웅크리는 것을 ‘夷처럼 둥그렇게(足)’라는 식으로 표현함
胰(등심 이) : 등심을 ‘夷를 닮은 고기(月)’로 표현함
咦(크게 부를 이) : 입(口)을 ‘크게 벌리는 것’을 ‘夷’로 표현함

 

이 한자들은 모두 ‘夷’자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글자들이지만 어디에도 ‘오랑캐’의 냄새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夷’자는 원래 ‘오랑캐’를 나타내는 글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夷’자를 ‘오랑캐’로 처음 부른 것은 지나의 유학자(儒學者)들이었습니다.
존주주의(尊周主義)의 기치아래 주(周)나라 왕실 중심의 정치질서를 모색하면서 주나라가 세계의 중심이고 주나라 동쪽에 있는 우리 ‘동이족’을 ‘동쪽의 오랑캐’로 부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夷’자는 ‘오랑캐’를 지칭하는 말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팔일’편의 소위 ‘예악(禮樂)’이란 것도 인류 보편의 것이 아니라 지나인의 지나인만을 위한 편협하기 짝이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나인(支那人)이 세상을 어떻게 보든 그것은 그들의 자유입니다. 지나인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기를 중심으로 세계를 그리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문제라면 지나인의 생각을 비판없이 수용하여 스스로 ‘오랑캐’로 자처하며 ‘夷’가 마치 원래부터 ‘오랑캐’를 나타내는 글자인 것처럼 사전에 올려 가르치는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방방곡곡에서 우리 어린이들은 사전을 통해 ‘夷=오랑캐’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夷’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위로하고 넘어가야 할까요?
자각(自覺)과 성찰(省察)이 없으면 선조를 욕보이고 자손을 망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법입니다.

 

‘태양’ 같은 ‘夷’자의 의미를 되찾아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태양’ 같은 우리 겨레의 자존심을 회복하여 세계사에 우리 겨레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참고한자】
夷(태양 이) : ‘大+弓’의 결합으로, ‘大=太’, ‘弓=陽’ 즉 ‘태양 이’라고 불러야 함.
   大(큰 대) : ‘大’는 사람의 모습, 사람은 하늘과 같은 존재로 ‘크다’는 의미
   太(클 태) : 사람의 모습인 ‘大’에 우주를 상징하는 ‘丶’를 더하여 ‘크다’는 의미 강조
   弓(활 궁) : 활은 불을 일으키는 도구, 활→불, 해→불의 관계에서 활=해가 됨
   弘(넓을 홍) : 해의 작용은 넓고 크다는 의미
   躬(몸 궁) : 몸에는 하늘(=해, 마음)이 내려와 있다는 의미
   穹(하늘 궁) : 해(弓)가 작용하는 공간(穴)이 하늘이라는 의미
   * ‘弘’, ‘躬’, ‘穹’자는 ‘弓’자가 ‘해’를 의미하는 글자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夏(여름 하) : 해의 작용이 왕성하여 많은 열매를 맺는 계절이라는 의미
    * ‘夏’자는 ‘丶→首→頁→夏’의 변화과정을 거친 글자로 지나족의 첫 번째 나라인 ‘夏’나라의
      성격을 읽어낼 수도 있음
    * ‘지나(支那)’는 중국을 일컫는 말로써 ‘가지가 되는 땅’이란 뜻임. ‘남지나해(=중국해)’란 쓰임이 있음

 

 

<글/조옥구/‘한자의 기막힌 발견’의 저자>

 

 


*덧붙임

 

동양학에는 전통적으로 ‘夷夏’를 보는 세 개의 관점이 존재합니다. 동양사를 보는 관점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에서 소개합니다.

 

1) 만이활하(蠻夷猾夏) <尙書 堯傳>
서경 요전의 기록입니다. ‘만이활하(蠻夷猾夏)’는 ‘야만스런 이족이 하나라의 변방을 소란하게 한다’라는 뜻으로 요임금 때에 우리 이족이 하나라의 변방을 소란하게 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거짓으로 꾸며낸 기록이라는 것이 금방 드러납니다.
왜냐하면, 요임금 때 동양에는 ‘夏’라고 이름한 나라가 없었습니다. ‘夏’라고 하는 나라는 요임금의 다음인 순임금 그리고 그 다음인 우임금의 아들이 나라를 세우고 이름을 ‘夏’라고 불렀으므로 요임금의 기록에 ‘만이활하(蠻夷猾夏)’라는 기록이 있다면 이것은 훗날 꾸며낸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2) 혁사만하(虩使蠻夏)<秦 穆公 盄和鐘)>
진시황의 6대조 목공을 모신 사당의 종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혁사만하(虩使蠻夏)’는 ‘야만인인 하나라로 하여금 두려워서 벌벌 떨게하라’라는 뜻입니다.
진시황의 6대조인 목공을 모신 사당의 제기(祭器)에 이렇게 쓰여 있다면 진의 목공이 말한 야만족인 ‘夏’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3) 종이활하(宗夷猾夏)<梁雄>
한나라를 대표하는 학자로 첫 번째로 꼽히는 인물이 ‘양웅(梁雄)’입니다. 양웅의 기록 중에 나오는 말이 ‘종이활하(宗夷猾夏)’입니다.
‘종이활하(宗夷猾夏)’는 ‘종갓집인 이족이 하나라를 침범하여 소란하게 한다’라는 뜻으로 ‘夷’족을 동양의 ‘종가집’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글입니다.
이것을 보면 한나라 때까지 학자들은 ‘夷’가 동양 역사의 종가(宗家)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