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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역사

021 복(福) 위대한 유산(遺産)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조옥구의 한자편지

 

위대한 유산 漢字, 고대로부터의 편지 021. 복(福)

 

복(福)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가 일상에서 편하게 주고받는 인사말 중의 하나가 이 말입니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어린이가 어른에게 언제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격의 없이 사용되는 이 인사말은 ‘복’의 보편적 작용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그 만큼 ‘복’은 우리 삶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만 ‘복’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조금 막연한 것이 사실입니다.
‘복’에 대한 주관이 없다보니 누군가 ‘복’에 대해서 그럴듯하게 이야기하면 그 말에 휘둘리게 되고 ‘복’을 향한 무분별한 행위들이 난무하게 됩니다.


‘복(福)’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복’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복’이라 부르는 것의 실체가 있기는 한 것일까요?
그 실체가 무엇이든 우리 겨레의 표현방식에 따라 ‘복’이나 ‘福’으로 표현되므로 이들을 통해서 ‘복’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복’을 찾아 가는데 도움이 되는 한자에 ‘輻(바퀴살 복)’자가 있습니다.
‘輻’자가 ‘바퀴의 살’을 나타내므로 ‘輻’자의 ‘車’는 당연히 바퀴로 굴러가는 수레를 의미할 것이며 ‘바퀴의 살’을 나타내는 것은 ‘畐’이라 할 수 있습니다.
‘畐’이 어떻게 ‘바퀴 살’을 나타내는지는 ‘바퀴’의 구조를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바퀴는 보통 서로 별개의 것처럼 보이는 ‘중심 축’과 ‘겉 테’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바퀴 살’의 ‘세’ 구조로 되어 있으며, 스스로는 불완전하기만 한 ‘겉 테’는 ‘바퀴의 살’을 통해 ‘축’과 연결되면서 동력을 받아 구를 수가 있습니다.
불완전한 존재가 중심 축과 연결되어 ‘온전한 하나’가 되는 이것이 ‘바퀴 살’의 의미입니다.
구조가 ‘해-햇살-기운’의 구조와 닮았다는 의미에서 수레바퀴는 고대 신화에서 태양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畐(가득할 복)’은 어떻게 ‘바퀴의 살’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畐’은 ‘一’, ‘口’, ‘田’ 등이 상하로 연결된 모습으로 ‘一’과 ‘口’은 ‘하늘’을 상징하고 ‘田’은 하늘이 작용하는 ‘밭(땅)’, ‘세상’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畐’은 ‘해와 해의 일터인 밭’ 또는 ‘하늘과 하늘의 일터인 세상’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바퀴의 ‘중심 축’은 ‘해’와 비교되고 ‘겉 테’는 ‘밭’에 비교됩니다.
바퀴의 겉 테가 그러한 것처럼 ‘밭’은 자체로는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외적인 조건 즉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조건들이 충족되면 밭에서는 온갖 농작물이 자라게 되어 비로소 밭의 기능을 다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畐’자는 불완전한 밭과 완전한 하늘의 상호관계를 나타냅니다.


사실 ‘畐’자에는 바퀴의 살이 직접 드러나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하늘의 해와 밭의 곡식 사이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바퀴의 살과 같은 무수한 햇살의 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로부터 ‘福(복 복)’자 풀이의 근거를 얻을 수 있습니다.
‘福’자는 ‘示’와 ‘畐’으로 되어 있는데, ‘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완전한 하늘과 불완전한 밭의 관계를 나타내고, ‘示’는 ‘二+小’로 구성되어 ‘하늘(二)에서 내려오다(小)’라는 의미입니다. ‘示(보일 시)’는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세상이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福’은 바퀴의 살처럼 하늘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빛이 세상 만물과 눈을 연결하듯 하늘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복’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하늘로부터 오는, 세상의 모든 인연들이 ‘복’입니다.
스스로는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온전한 존재가 되게 하는 것이 ‘복(福)’입니다.
그렇게 연결된 것이 얼마나 많은지 마치 몸에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덮고 있다는 뜻에서 ‘服(옷 복)’을 ‘복’으로 읽습니다.
망자의 옷을 들고 지붕에 올라 복! 복! 복! 복을 세 번 외치는 우리의 장례 풍속은 망자와 연결되었던 많은 고리들이 이제 다 하였음을 하늘에 고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은 사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말입니다.
비록 보이지는 않으나 우리 삶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요소들, 우리 삶을 유지하게 하는 모든 요소들이 ‘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먹고 입고 생활하며 사람을 만나고 일하는 모든 것들이 하늘과 연결된 복이며 하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 입니다.
마치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충분히 복에 쌓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완전한 존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이미 복으로 쌓여 있다는 증거입니다.


복(福)은 내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에 알게 되는 것이지 따로 구할 것이 아닙니다.

 
【관련한자】
福(복 복; fú) : 바퀴의 살처럼 하늘과 연결되어 불완전한 사람을 온전하게 하는 것
畐(가득할 복; fù) : 하늘의 작용으로 세상이 가득하다는 의미
一(한 일; yī) : 하늘이 세상으로 내려오다, 하늘이 첫째라는 의미
口(입 구; kǒu) : 음식이 들어가는 구멍이 입, 입은 우주와 같다
田(밭 전; tián) : 하늘의 작용으로 농작물을 길러내는 터전, 밭, 세상의 의미
輻(바퀴살 복; fú) : 불완전한 겉 테를 중심 축과 연결하여 수레의 기능을 돕는 바퀴 살
服(옷 복; fú) : 몸(살)을 덮은 우주와 같은 것이 옷

 

 

<글/趙玉九/‘한자의 기막힌 발견’의 저자>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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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러한 것들이 사전에 양해를 얻고 상의를 나눈 것이 아니라 조옥구교수님께 불편을 드릴지도 모릅니다만, 그냥 내 지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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