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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느끼는 것들

푸세식 뒷간의 똥을 퍼서 뒤꼍에 호박구덩이/수박구덩이를 만들었습니다.

 

 

 

 

 

 

 

 

 

 

 

 

 

 

어제 월암리 토굴 뒤꼍에 가로세로 1m에 0.6m 깊이의 구덩이를 팟습니다.

 

왜 팟냐구요?

내년에 호박도 심고 수박도 심기 위해서 입니다.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잡초가 무성하던 곳이라 땅이 부드러워 힘들이지 않고 삽질만으로 잘 파 집니다.


 

적당한 크기로 판다고 구덩이를 팟는데...
군사문화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기계쟁이의 굳은 관념 때문인지 반듯 반듯하게 각이 잡혀 있습니다.
ㅠ.ㅠ

 

드디어 똥장군은 아니지만 7,000원에 구입한 똥바가지와 양동이를 이용해 다섯번 퍼다 날랐습니다.

 


그랬더니 2/3정도 구덩이가 차 오릅니다.

 

이제 차차 주변의 흙으로 수분이 빠져나가고 나면 바닥만 남겠죠?


 

때 더 가져다 부어서 응가로 가득차면 위를 흙으로 살짝 덮고 내년에 호박과 수박을 심어 볼 생각입니다.

 

갑자기 왠 수박과 호박이냐구요?

사실 이곳 계룡산 월암리의 토굴 화장실은 통시라고도 불리는 푸세식 뒷간입니다.

 

1년 여를 생활하다 보니 항아리가 가득찰 정도가 되어 위생업체 자동차를 불러서 정리하려고 했더니

이웃의 스님 왈

"그냥 뒤뜰의 빈터에 땅을 파고 퍼다 부어 두고 내년에 호박이나 수박을 심으면 된다"

"날이 추워 얼기 전에 퍼다 부어야 한다"

"겨울이라 냄새도 나지 않으니 얼른 하라" 등의 말씀을 듣고 실천에 옮긴 것입니다.

ㅎㅎㅎ

계룡도령 평생에 처음으로 똥 바가지로 똥을 퍼 보고 똥 양동이도 들어 봅니다.

 

그런데....

정말 똥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ㅎㅎㅎ


시골에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봅니다.

 

무슨 일이든 돈을 들여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몸을 놀려서 일을 처리해야 됩니다.

 

똥도 푸고...
땅도 파고...

호박도 심고...

수박도 심고...

꽃도 나무도 심고...

 

그러고 저러고 살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