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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헷갈린 표기·엇갈린 수의사 규정 ‘졸속 또 졸속’

헷갈린 표기·엇갈린 수의사 규정 ‘졸속 또 졸속’ 입력: 2008년 06월 27일 03:17:19 
 

ㆍ고시대로라면 美도축장 모두 승인 취소돼야


수입위생조건 중대한 실수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타결한 데 이어 수입위생조건을 관보에 게재하는 과정에서도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미국의 압력에 밀려 면밀한 검토 없이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광우병 오염 우려가 있는 ‘기계적 회수육’에 대한 영문표기를 잘못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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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 도축장에는 농무부 수의사가 상주하지 않는데도 수입위생조건에 ‘수의사를 상주시켜야 한다’고 규정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영문표기 혼동 = 26일 정부가 관보에 게재한 ‘수입위생조건 17조’(오염방지를 위한 위험물질 분리취급)에는 기계적 회수육에 대한 영문표기가 MSM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기계적 회수육의 제대로 된 영문표기는 MRM으로, MSM은 ‘기계적 분리육’을 의미한다.


정부는 ‘기계적 회수육’이나 ‘기계적 분리육’ 모두 뼈에 붙어있는 쇠고기를 기계적 방법으로 분리하면서 뼈나 골수가 살코기에 혼입될 가능성이 높아 식용 사용이 금지된다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개념 정의 방법에 있어 기계적 회수육(MRM)과 기계적 분리육(MSM)은 큰 차이가 있다.

기계적 회수육은 ‘손작업 회수육’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기계적 방법으로 살을 발라낸 고기를 의미한다.

반면 기계적 분리육은 작업 방법과 상관 없이 칼슘 성분이 100g당 150㎎ 이상 포함된 고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고도의 압착기술로 살을 발라내 뼈가 거의 포함되지 않는 선진회수육(AMR)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정부가 수입위생조건에 광우병 오염방지를 위해 분리 취급해야 하는 고기를 한글로는 ‘기계적 회수육’으로, 영문으로는 ‘MSM’(기계적 분리육)으로 표기한 것은 검역기준에 상당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입위생조건 1조 1항(쇠고기제품의 정의)에는 ‘기계적 회수육(MRM)/기계적 분리육(MSM) 모두 쇠고기 제품에서 제외한다’고 기술돼 있다.

민변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가 기계적 회수육, 기계적 분리육의 표기를 혼동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한·미간 수의사 상주 규정도 엇갈려 = 수입위생조건 15조는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쇠고기 제품의 조건을 ‘상주 미국 농무부 수의사의 감독 아래 실시한 생체 및 해체검사에 합격한 소’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미 식품안전검사국(FSIS) ‘도축검사 101조’ 규정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 소속 수의사는 도축장에 상주할 필요가 없다.

미국 농무부 수의사는 도축장에 상주하지 않고, 소의 이상 증세가 발견됐다는 연락이 오면 정밀검사만 실시하면 된다.

소의 연령이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업무는 수의사가 아닌 미 FSIS에서 교육받은 일반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미국 농무부 수의사의 상주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로 쇠고기를 수출할 예정인 미국 도축장은 모두 승인이 취소되거나 보류돼야 한다.


<강진구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6270317195&code=9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