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특산종 [야생화] 깊은 산 외로이 피는 솔체꽃
여름에서 가을로 그 가을이 끝나가는 기간에 꽃을 만난다는 것은 거의 행운에 가깝습니다.
하물며 아름답기 그지없는 우리나라 특산종인 솔체꽃을 만난다는 것은 더욱 더 큰 행운일지 모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이 즈음의 시기는 꽃의 공반기[空拌期]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좁은 숲길에서 가는 가지를 올리고 바람에 한들거리는 보라빛의 꽃송이를 발견하는 것은 환희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온몸에 소름이 돋는 희열로 맞은 솔체꽃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난 11월 2일 계룡도령은 생전 처음으로 솔체꽃을 만났습니다.
^^
솔체꽃은 한자로 華北藍盆花[화북람분화]로 쓰며 영명은 Mansenese morning bridge , 학명은 Scabiosa Scabiosa mansenensis로 산토끼꽃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우리나라 특산종이며,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랍니다.
솔체꽃의 특징은 작은 꽃들이 모여 한 송이 큰 꽃처럼 보인다는 것인데, 가장자리의 꽃이 가장 크면서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중심부의 꽃은 비교적 크기가 작으면서 네 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이러한 솔체꽃과 비슷한 꽃들로 잎에 털이 없는 민둥체꽃(var. zuikoensis), 잎이 깃처럼 갈라진 것을 체꽃(for. pinnata), 꽃이 필 때까지 뿌리에서 나온 잎이 남아 있고 꽃받침의 자침(刺針)이 다소 긴 것을 구름체꽃(for. alpina)이라 합니다.
솔체꽃은 주먹만한 큰 꽃봉오리를 갖고있지만 이것은 작은 여러개의 꽃들이모여 하나의 큰 꽃봉오리를 만들고있는데 꽃잎은 바깔쪽과 안쪽의 꽃잎이 다릅니다.
바깥 총포조각은 줄 모양 바소꼴로 양면에 털이 있으며 끝이 뾰족하고 꽃이 필 때는 길이 5mm 정도이며 가장자리의 꽃은 5개로 갈라지는데, 바깥 갈래조각이 가장 크고, 중앙에 달린 꽃은 통상화(筒狀花)이며 4개로 갈라집니다.
바깔쪽의 꽃잎하나하나를 보면 마치 나비의 날개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아름다우며 안쪽의 꽃잎은 바깥쪽의 꽃잎보다 훨씬 작은 잎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들이 모여서 또 작은 꽃을 이루고있어서 큰 꽃 속에 작은 꽃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줄기는 곧추 서서 높이 50∼90cm까지 자라고 다자란 줄기끝에서 초가을에 연보라색의 꽃 봉오리가 맺히고 열매는 수과로서 11월에 익습니다.
하지만 11월의 날씨 때문인지, 충분히 수분을 마친 상태라서인지, 아니면 숲속에 있어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인지 이리저리 휘어져 있는 모습입니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바소꼴로 깊게 패어진 톱니가 있고 잎자루가 길며 꽃이 필 때 대부분 사라집니다.
줄기에서 나온 잎은 마주달리고 긴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 타원형이며 깊게 패어진 큰 톱니가 있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깃처럼 깊게 갈라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가지는 마주나기로 갈라지며 퍼진 털과 꼬부라진 털이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솔체꽃에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어느 마을에 양을치는 소년이 살고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무서운 전염병이 돌아 마을사람들 죽어가고 소년의 가족들도 전염병에 감염되고 맙니다.
그러자 소년은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깊은 산 속으로 약초를 캐러 떠납니다.
그러던 중 건강한 줄 알았던 소년도 전염병이 발병하여 쓰러지고 마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양치기 소년 앞에는 예쁜 요정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고 손에는 소년이 찾던 그 희귀한 약초가 들려 있었습니다.
양치기 소년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요정이 이 약초로 소년을 구한 것입니다.
요정이 약초를 구해 준 덕분에 소년은 마을로 돌아가 마을사람들과 가족을 구할수 있게 되었고 어느 덧 성인으로 성장하여 마을의 한 소녀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소년의 결혼을 그저 지켜 보기만 했던 요정은 슬퍼하다 죽고 말았는데 이를 불쌍하게여긴 신이 이 요정을 어여쁜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꽃으로 태어난 요정... 그 꽃을 솔체꽃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솔체꽃의 꽃말은 '이루어질수없는 사랑'인데 또 다른 꽃말은 '모든 것을 다 잃었다'입니다.
전설과는 상관없이 솔체꽃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잎이 솔잎처럼 가늘어서 붙여졌다고 하는 것과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모습이 가루를 곱게 치거나 곡식의 알갱이를 걸러내는 체의 그물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앞의 유래에 대해서는 줄기의 잎은 솔잎처럼 생겼다 쳐도 뿌리에서 올라온 잎은 가늘게 갈라지지 않기 때문에 잎의 모양과 연관을 두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이고 뒤의 설명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솔체꽃의 속명 Scabiosa에는 '옴'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서양에서는 옴이라는 피부병을 치료하는데 솔체꽃을 썼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한방에서도 솔체꽃을 약재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생약명으로 산라복(山蘿蔔)이라 하여 꽃을 약재로 쓰는데 몸속의 열을 내리는데 썼고 위장병, 설사, 두통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약재 보다는 모습이 특이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꽃 피는 기간도 길어 관상용으로 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해살이풀이기 때문에 줄기 일부에서만 꽃을 피우고 다음해에 나머지 줄기에서 새로운 싹이 나고 꽃이 핍니다.
이런 이유로 솔체꽃을 매년 보려면 씨앗을 채취했다가 다시 뿌려주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심는 방법 번식법]
11월에 얻은 종자를 종이에 싸서 냉장보관 후 이듬해 봄 화분이나 화단에 뿌린다.
[관리법]
반그늘이 진 화단에 심는다.
토양이 비옥해야 한다.
잎이 많지 않아 물관리는 어렵지 않으며, 집안에서 키워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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