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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식별번호 통합, 011·017 휴대폰 번호 언제 사라지나?

011·017 휴대폰 번호 언제 사라지나?

아시아경제|기사입력 2008.12.22 14:07|최종수정 2008.12.22 16:51

 

"011 번호로 지난 6년간 영업을 해왔는데 번호가 바뀌면 영업에 큰 지장이 생길까 걱정입니다."(자동차 영업사원 김태정씨) "017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어 평생 간직하고 싶었는데 010로 바꿔야한다니 섭섭하네요."(방송업계 이병희씨)

사용자 삽입 이미지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휴대폰의 식별번호(앞자리 3자)를 010로 통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011, 017 등 기존 번호 사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010 통합 정책이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성토하면서 식별번호 통합이 언제 추진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4년 휴대폰 번호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용자 편익 증진을 도모한다며 011, 017 등의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011(SK텔레콤), 016(KTF의 전신인 한국통신프리텔), 017(신세기통신, SK텔에 인수), 018(한솔PCS, 한국통신프리텔에 인수), 019(LG텔레콤)에 신규 가입하거나 단말기를 변경하는 소비자들은 이통사와는 상관없이 010 번호를 부여받게 됐다.

당시 정보통신부는 "유한한 국가 자원인 식별번호의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010 번호 통합 정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SK텔레콤의 011 브랜드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방송통신윈원회 관계자는 "011 번호가 다른 번호보다 통화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뿌리깊어 이통사간 공정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정통부 시절 그같은 정책 결정이 내려졌다"며 "010 사용자가 전체 휴대폰 사용자의 80%가 되면 010로 통합한다는 것이 당초 방침이었다"고 설명했다.

식별번호 통합 정책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010 사용자는 전체 휴대폰 사용자(4515만여명)의 70% 정도(3074만여명)로 추산된다. 이통사별로는 KTF가 77%, LG텔레콤이 67.2%, SK텔레콤이 62.7%가 010 사용자로 집계됐다(11월말 기준). 이같은 추세라면 2009년 하반기에는 010 사용자가 전체의 80%에 육박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내년에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는 등 신규 수요와 함께 기존 가입자의 단말기 교체가 발생하면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010 통합과 관련해서는 이통사간 입장이 다소 엇갈린다. KTF 관계자는 "010로 통합되면 뒷 번호 8자리만 눌러 통화할 수 있는 등 사용의 편의성이 높아진다"며 010으로의 전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SK텔레콤은 "내년에도 3G와 2G를 동시에 구현하는 듀얼 네트워크 정책을 펼치겠다"며 인위적으로 011 사용자를 010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SK텔레콤은 자사의 식별번호인 011에 대한 프리미움을 계속 유지해 가려는 입장인 반면, KTF는 011 프리미움을 없애기 위해 010로의 전환을 서두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010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방통위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정부가 010으로 식별번호를 통합할 경우, 발생할 소비자들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010 사용자가 80%에 이르면 010으로 통합한다는 정책은 정통부 시절 마련된 것으로, 방통위에서도 같은 기조로 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여러 개의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게 방통위 입장인 만큼 시기가 문제일 뿐 식별번호 통합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연내 010 번호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하는 가운데, 011 등 기존 번호 사용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시킬 것인가가 번호통합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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