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뚝배기 장맛'의 짭짤한 비밀 | |||
경칩 앞두고 논산 가야곡면 육곡리에서 '장 담그기 체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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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경칩은 3월 6일입니다. 경칩의 세시풍속과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에서 체험한 장담그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 참개구리
경칩(警蟄 숨어 있다가 놀서 깸).
얼음 깨지는 소리에 개구리가 화들짝 놀래 뛰쳐 나오는 경칩인데 啓蟄(계칩)이라 하기도 했답니다.
경칩은 글자 그대로 땅 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을 이야기 합니다.
동지로부터 81일이 지나면(경칩부근) 추위가 완전히 물러가는데 81일을 9일 단위로 나눠(9*9=81) 농부들은 구구가(구구가)를 불렀답니다.
구구가는 긴 겨울동안 농사를 손놓아 게을러지는 것을 추스리고, 자연현상을 관찰하면서 농사 시기를 살피고자 한 것으로 그 중 아홉째 마지막 경칩 부근의 노래는 "밭가는 소의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해서 '구구경우(九九耕牛)'라 불렀습니다.
이러한 경칩때에는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완전히 겨울잠을 깨는데 이를 '식물기간'이라 하며 보리, 밀, 시금치, 우엉 등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한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농촌은 봄으로 인해 영농기의 시작이라 하겠습니다.
씨뿌리는 수고가 없으면 결실의 가을에 거둘 것이 없듯, 경칩때부터 부지런히 서두르고 씨 뿌려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농사하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비료입니다.
예전에는 날이 완전히 풀리는 경칩 때가 되면 겨우내 인분이 쌓인 변소를 풉니다.
비료가 부족하던 시기에 인분은 중요한 거름으로 직접 논밭에 뿌리기도 하지만 집 한켠에 쌓인 퇴비더미를 파고 묻어서 몇 달간 잘 썩은 거름을 파내어 논밭에 내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퇴비더미를 '두엄'이라고 하는데, 두엄은 인분 또는 외양간에서 나온 쇠똥, 돼지우리에서 나온 돼지똥, 염소똥, 닭똥, 누에똥 등 각종 찌끼가 섞여 썩은 거름으로 주재료는 역시 똥입니다.
인공비료인 금비(金肥)를 양약이라 한다면 그러한 퇴비는 한약입니다.
농토에 보약같던 퇴비는 지력을 높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퇴비만들기에 노력을 기우린 이유도 바로 지력 증진을 통한 생산량 향상에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실학자 연암 박지원도 "과농소초(課農小抄)"에서 퇴비가 농사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밝히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예전에는 남이 와서 자신의 화장실에 볼일을 봐주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빈손으로 남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화장실이라도 사용하고 가는 것이 예의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금비는 질소, 인산, 가리로 대변되는데 우리 조상들은 금비가 없었기에 퇴비와 똥, 아궁이의 재(灰) 등을 농사에 이용하였습니다.
그것도 부족해 땟물조차 거름으로 만들고, 오줌도 아무데서나 누지 말고 꼭 집에서 누도록 했으니 얼마나 알뜰살뜰했는지 상상이 갑니다.
▲ 적당량의 메주가 담겨 마무리된 장 항아리
또 하나, 경칩 때쯤이면 농가에서는 대체로 장 담그기를 합니다.
장 담그는 일은 가정의 일 년 농사라 할 만큼 중요한 것이지요.
특히 충청지역은 두부와 청국장으로 유명한데 된장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훌륭한 장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 선택(콩,소금,물)과 담그는 이의 손끝 정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잘 씻어 말린 장독에 메주를 넣고, 체에 받쳐 거른 소금물을 메주가 잠길 정도로 부은 다음 고추,참숯 등을 넣는 것으로 끝나는 장 담그기에서 고추의 붉은색은 악귀를 쫓는다고 해서, 참숯은 살균작용을 하기에 꼭 넣는 것입니다.
▲ NON-GMO 순 우리콩으로 만들어져 잘 뜨고 건조된 메주
장을 담근 장독에는 잡귀가 들지 못하도록 왼새끼를 꼬아 솔잎, 고추, 한지를 끼운 금줄을 쳐 장맛을 지켰습니다.
반찬이 변변찮던 시절, 농가에서는 맛의 근원이었던 장을 무척이나 아꼈고 진짜 올장 담그기는 정월에 해야 티가 쓸지 않고, 곰팡이와 구더기가 들지않아 장맛이 제대로 난다고 합니다.
▲ 소금을 풀어 장물 만들기
그래서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에 있는 장류 전문 농가형 업체인 생명농원 서풍골에 세시에 맞추어 메주로 장을 담근다기에 다녀왔습니다.
먼저 장을 담그기 위해서는 좋은 우리콩으로 쑨 메주를 잘 띠워야 하고, 다음으로 간수가 완전히 빠진 천일염을 맑고 깨끗한 물에 염도 18도가 되도록 풀어서 3일 정도 둔 후 뻘과 이물질이 완전히 가라않으면 조심스레 체에 걸러서 깨끗이 씻어 준비한 항아리에 붓고 적당량의 메주를 담궈두어야 합니다.
▲ 잘 걸러진 장물에 메주 담그기
이번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에서 보게된 장담그기는 얼마나 많은 손이 가는지 일일이 다 열거할 수가 없었습니다.
메주는 우리 살림의 일년 농사이지요. 장 담그기외에 경칩에는 빈대와 관련된 재미있는 옛날 풍속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좋다고 했기에 남정네들이 산어귀에 나가서 흙을 지다 날라 흙을 개어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입니다.
지금은 시멘트로 집을 짓는 통에 빈대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도 함께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칩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개구리알을 건져서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려 후루룩 마시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아마도 단백질 공급이 원할하지 못했던 시절 단백질을 보충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개구리들은 번식기인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을 뿐 아니라 몸을 보한다고 해서 경칩일에 개구리알을 먹는 것이 풍속이 '경칩한다'는 말로 전해 오고 있습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도롱뇽 알을 건져먹기도 한다고 하는데... 매년 이시기에 자칫 두꺼비알을 먹어 생기는 인명사고가 종종 벌어지기도 하더니 몇년전부터는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 이유야 먹거리가 그만큼 풍성해 진 것도 이유이겠지만, 자연과 환경을 보호한다는 의식이 높아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전에는 이 맘 때 쯤에 나이든 영감님들이 지네(蚣 :공)와 개구리(蝸 :와) 말린 것을 정성스럽게 두름을 엮어서 팔러 다녔는데 요즘에 와서는 완전히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이는 전문 약재상들이 많아지는 등 유통방식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우리 조상님들의 풍속들이 농경위주의 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변화로 인해 하나 둘 사라지는 우리들의 풍속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며칠 후면 경칩인데...가족들끼리 모여 경칩에 관한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이야기라도 해 보면 우리 조상들의 오랜 세월 쌓아 온 지혜도 나누고 민족적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1년 2월 25일 서풍골 생명농원에서 경칩의 의미를 새긴 계룡도령 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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