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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용산 농성 철거민 40명에 1600명 투입… 전쟁하듯 진입… ‘130분간의 악몽’

1600명 투입… 전쟁하듯 진입… ‘130분간의 악몽’

 
 유정인·구교형·이청솔기자

 

ㆍ물대포 맞서 화염병 저항
ㆍ40여명이 망루로 쫓겨가
ㆍ화재 1분만에 완전히 불타

20일 새벽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의 경찰 강제 진압 현장은 2시간여 동안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 5시50분부터 진압작전을 준비했다.

한강대교와 용산역 사이 왕복 8차선 도로를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살수차와 기중기, 컨테이너, 대형 트럭 등을 건물 주변에 배치했다.

4층 건물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 40여명도 화염병 20여개를 던지며 저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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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벽 경찰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재개발 건물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길에 휩싸인 망루가 무너지고 있다. 김창길기자


오전 6시 경찰의 경고방송이 나왔다.
동시에 경찰병력이 속속 소집됐다.

6시13분부터 물대포가 다시 등장했다.
철거민들은 화염병과 돌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건물 주변 도로에도 화염병이 떨어져 불길이 일었다.
물대포 3대에서 일제히 옥상 쪽으로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철거민들은 물대포에 밀려 컨테이너 3개로 만든 망루 안으로 들어갔다.
 

6시40분 경찰특공대 20여명이 1층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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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한층 올라갈 때마다 건물의 창문을 부쉈다.
경찰특공대는 3층까지 진입했다.

경찰은 6시45분부터 망루 진압작전에 들어갔다.
20개 중대 1600명을 투입해 건물을 둘러싼 뒤 경찰특공대 10여명이 탄 컨테이너 박스를 대형 기중기로 들어올린 뒤 건물 옥상에 올려놓는 방식이었다.
경찰특공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 철거민들은 다시 화염병을 던졌다.

경찰특공대는 소화기를 사용하며 계속 옥상 진입을 시도했다.
컨테이너 박스는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3단으로 된 망루 중 1단에 불이 붙었다.
2차례 시도 끝에 결국 경찰특공대는 옥상 진입에 성공했다.
경찰은 특공대가 내린 뒤 크레인에 매단 빈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해 망루를 밀었다.
망루가 심하게 흔들렸다.
경찰은 옥상을 완전히 점령했고 철거민들은 망루 안에서 거세게 저항했다.

오전 7시24분쯤 특공대원들이 망루 진입을 시작했다.
망루 3단까지 몰린 철거민들은 시너와 화염병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망루 전체에 불이 붙었다.

철거민들은 장기농성에 대비해 망루 안에 가스통 6개와 시너 70여통을 준비해 놓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공대가 급히 철수했다.
그러나 망루 안에 있던 철거민 일부는 불을 피하지 못했다.
1분도 안돼 컨테이너로 된 망루는 불에 타 붕괴됐다.

불은 오전 7시50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경찰의 진압작전도 종료됐다.
진압 2시간 만에, 철거민들의 농성이 시작된 지 28시간 만이다.
경찰은 건물 바깥에 남아 구호를 외치던 철거민들을 모두 연행했다.
불이 진화된 망루 내부에서 시신 4구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훼손 정도가 심해 시신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진압작전 종료 후 경찰특공대 김남훈 경장(31)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김 경장의 시신은 낮 12시40분쯤 망루 안에서 발견됐다.
앞서 오전 11시30분쯤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용산경찰서 백동산 서장은 “인명피해는 사망 6명, 부상 23명”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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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오전 10시30분쯤 현장을 방문했다.
김 청장은 “피해자가 너무 많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잉진압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9일 퇴임식을 앞둔 어청수 경찰청장도 현장 보고를 받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1201840295&code=940202
<유정인·구교형·이청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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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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