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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이명박의 사조직 '선진국민연대’ 비공식 권력기구 급부상

'선진국민연대’ 비공식 권력기구 급부상
15명 청와대 입성 등 정부 요직 곳곳에 포진
산하기관·공사·평통·자유총연맹도 ‘낙하산’
‘연구원’ 출범 맞춰 대대적 조직 재정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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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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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당시 등록회원 수 463만명을 자랑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사조직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이 청와대와 정부, 산하단체의 주요 공직에 줄줄이 진출하고 있다.
이 조직은 최근 이 대통령을 2선에서 지원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직 재정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선진국민연대가 과거 6공 시절 월계수회와 같은 비공식 권력단체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정부기관 진출이영희, 권영건 두 명의 선진국민연대 공동상임의장은 각각 노동부 장관과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이 모임의 정인철 대변인은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자리를 물려받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김석원 대외협력팀장이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들어가는 등 청와대에 입성한 선진국민연대 출신은 비서관·행정관을 합쳐 15명 안팎에 이른다.

 

정부 산하기관과 관변단체엔 더 많은 인사들이 ‘투하’됐다.

엄홍우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이 모임의 공동의장, 조영래 지역난방공사 감사는 상임대표를 지냈다.

박인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중앙위원 출신이다.

신방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은 선진국민충북연대 공동상임대표였다.

이 모임을 조직한 김대식 동서대 교수는 지난 6월 평통 사무처장에 임명됐고, 구인호 사무처장은 지난달 자유총연맹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과 보수단체에선 “보수 대통령을 만들려고 고생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자리는 모조리 선진국민연대가 차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 조직 재정비선진국민연대는 박영준(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김대식씨 등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조직한 단체이다.

대선 이후엔 한동안 중앙단체 사무실도 내지 않아 활동 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진국민연대는 지난 6월20일 대규모로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출범식을 열었다.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의 주요정책을 뒷받침할 ‘대통령 싱크탱크’로 운영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박아무개 기획실장을 중심으로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원 출범식 참석자 면면은 선진국민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날은 대통령실장을 포함해 청와대 수석 전원이 교체되는 긴박한 하루였다.

그런 와중에서도 이영희 노동부 장관과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당시 정무2비서관) 등 권력의 실세들이 출범식에 대거 참석했다.

 

선진국민연대 사람들은 또한 7월22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청와대를 떠난 뒤 두문불출하던 박영준 전 청와대 비서관이 참석해 “이 대통령이 잘 되도록 외곽에서 돕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를 계기로 박 전 비서관은 김대식 사무처장이나 구인호 사무처장 등과 함께 전국 곳곳을 돌며 이 단체의 대선 당시 지역 책임자와 간담회를 여는 등 조직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비서관이 최근 ‘1차 전국순회’를 마치고 2차 순회 중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비서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선이 끝난 지 일곱 달이 지나도록 저랑 선거를 같이한 분들을 못 만났는데, 마침 청와대도 그만두게 돼 인사하러 다닌 것일 뿐”이라며 “(대통령을 돕는 건) 그 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 배경과 문제점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해 12월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 단체의 당선 축하 모임에 비공개로 참석해 “앞으로 5년간 위기 때마다 여러분들이 강력한 동지와 협력자가 돼주고 잘못하면 건강한 비판자가 돼달라. 가까이 있어 달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명박계 핵심 인사는 “이 대통령은 지난해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대선에서 530만표로 이긴 건 선진국민연대 500만 회원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여러 차례 그게 아니라고 해도 그때마다 ‘그건 내가 잘 안다. 더 말하지 말라’고 자르더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서도 이 대통령은 1일 선진국민연대 회원들을 청와대 만찬에 초청하려다가, ‘내 식구 챙기기’라는 내부 비판이 일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 단체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크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팬클럽으로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참여했던 것을 뛰어넘는 최근의 움직임들은, 이 조직이 비공식 권력단체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통령 사조직은 기본적으로 국민들로부터 대표성을 위임받지도 않았으면서 인사 개입 등으로 민주적 정치 과정을 무시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혜정 기자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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