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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협상은 美에 아첨하기 위한 선물” 리영희 前한양대교수

리영희 前한양대교수“쇠고기협상은 美에 아첨하기 위한 선물”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6.06 01:04

 

ㆍ국민보다 '미국이라는 상전' 체면 더 신경쓰는 정부

ㆍ촛불집회서 젊은이들 새로운 유대, 놀라운 힘 발견


"(한·미 쇠고기 협상은) 이명박 정부가 자신을 지지하고 뽑아준 국민들의 건강과 이익을 생각하기보다는 미국의 체면을 먼저 생각하고 권력자들에게 아첨하기 위해 준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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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79·사진)는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 수용 배경을 한·미관계의 해석을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

5일 오후 전남대 국제회의동 제1세미나실에서 '한·미관계의 사디즘(Sadism)과 마조히즘(Masochism)'이란 주제로 열린 특별강연에서였다.


제2회 후광 김대중학술상 수상자인 리 교수는 이날 한·미 쇠고기 협상 및 군사관계 등과 관련된 사회현상들을 진단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역대 정권 및 한국내 권력자에 대한 생각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리 교수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사실상 다 정해놓고 미국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가져다 바친 것"이라며 "이 문제는 협상부터 잘못됐다.
이렇게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는 것을 (한국 정부도) 다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리 교수는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종속적인 태도를 한·미수교 이후 지속된 한·미관계에서 찾았다.


그는 "개방(1882년 조미 통상수호조약 체결) 이후 오늘날까지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정당한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거나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기보다는 미국이라는 상전(上典)에게 오히려 국민들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 교수는 "한·미관계에서 미국은 한국을 자신들의 속국으로 여기며 온갖 모욕을 주고, 한국은 그 모욕을 받아들이고 학대를 받아들이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디즘-마조히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문제가 되고 있는 쇠고기 협상도 현 정권을 지지하고 뽑아준 국민의 건강보다는 미국 체면과 권력자에게 아첨하기 위한 선물로 준비했다"고 해석했다.


리 교수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이어 2008년 미 쇠고기 협상, 그리고 조만간 한국의 군사문제가 터질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리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 개인, 지배층의 지식인, 극우 반공주의자들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더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리 교수는 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연일 벌어지고 있는 촛불집회 등 국민 저항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지금 젊은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명 창조, 새로운 유대 구조 속에서 놀라운 힘을 발견했다"는 그는 "한때 지금의 젊은이들이 사회 주역이 되어서 자발적·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우리 사회를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밝혔다.


리 교수의 목소리는 현 정부가 시도하려 한 '영어몰입교육'을 언급하면서 더욱 격앙됐다.

리 교수는 "현 정부의 영어몰입교육은 정신적 자각 없이 민족의 혼을 잃어버리는 자기상실의 지름길"이라며 "언어는 우리 정신과 가치관이 같이 가야 하고 중요한 문화중심적 요소인 만큼 똑바로 알고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리 교수는 "이렇게 굳어진 친미 일색 정책과 사고로는 영원히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자기상실, 자기부정, 열등감 등에서 비롯된 숭미주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 광주 | 배명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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