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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미 장사치에 애걸하라고 한달간 거리 나갔나”

“미 장사치에 애걸하라고 한달간 거리 나갔나”
정부 어정쩡 “자율규제”…여론 진화는커녕 악화
미국에 불똥 넘긴 꼴…게시판 ‘반미 논쟁’ 후끈   
  석진환 기자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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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밤 서울시청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과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을지로 입구에서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khtak@hani.co.kr 
 

“국민들 의견 듣지도 않고, 의지도 없고, 자존심만 상하고, 되는 것도 없고 ….” 4일 한 누리꾼(아이디 ‘bluessio’)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려놓은 한탄 글의 일부다.
그는 “국민 의견을 듣겠다는데, 지난 한 달 동안 그렇게 이야기 한 것 말고 뭘 더 듣는다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누리꾼(아이디 ‘바다222’)은 “이젠 정부가 국민의 안전권과 건강권을 미국 축산업자들한테 넘기는 것이냐. 미국 장사치들한테 애걸하라고 한 달 동안 거리에 나간 게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 3일 정부가 고시 연기 뒤 내놓은 대책의 실상이 재협상이나 추가협상도 아닌 ‘자율규제’일 뿐이라는 사실이 속속 알려지면서 여론이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험악한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한국민 과학공부 더 하길 희망한다”는 발언과, 백악관의 ‘우려’ 반응이 전해지면서 “어정쩡한 대책으로 국가적인 자존심만 상했다”는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와 누리꾼들의 의견을 반영해 매일 논평을 내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발언 수위도 점점 강도가 세지고 있다.
대책회의는 이날 낸 시국선언문에서 “정부가 대안으로 내세우는 ‘자율규제’는 견고한 제방을 다 허물어 버린 다음, 넘실대는 거친 파도를 향해 제발 넘어오지 말라고 애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이어 “그마저도, 미국 대사에게 면박 당하는 정부를 보면서 언제까지 국가와 국민의 존엄과 이익, 생명과 재산을 농락당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광우병 대학생 대책위’ 소속 대학생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여론을 무지함으로 표현한 미국대사는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한 뒤 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한국노총도 5일 오전 미국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미대사관 앞에서 열기로 했다.
정부가 내놓은 어설픈 미봉책 때문에, 시민과 누리꾼 사이에선 당분간 한-미 관계와 ‘미국’이라는 논쟁거리가 추가된 형국인 셈이다.


실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때때로 게시판을 통한 반미 논쟁이 벌어졌다.
각 포털 게시판에는 ‘미국 정부와 대사의 오만한 태도에 항의하고, 미국 제품과 할인점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지금은 정부가 협상 파기와 재협상을 선언하도록 비판의 대상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포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아이디 ‘haeorm’)은 “국내에서는 경쟁자가 없다는 대통령께서 주한 미국대사나 미 무역대표부 등을 상대해서는 안된다”면서 “형제의 우정을 과시했던 부시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이참에 이 문제 하나라도 풀어내는 유능한 대통령임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는 “정부가 (쇠고기 문제 해법에 대한) 내부 목표조차 없는 탓에 국민들의 반발이 커진 것”이라며 “지금은 국민이 100% 만족하거나 저쪽(미국)이 100% 만족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는 상황에 가까운데, 국민들이 바라는 쪽으로 해결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석진환 송경화 기자soulfat@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1539.html 
기사등록 : 2008-06-04 오후 07:30:44  기사수정 : 2008-06-05 오전 01: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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