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이희망이다

촛불을 든 어린 그대들에게...[에듀코빌리지님의 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 아름다운 그대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지금 그대들이 들고 있는 그 촛불은 사실 아주 오래전, 그대들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
그대들의 부모님들이 어린 아기였을 적부터 밝힌 불빛입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사실을 하나 고백합니다.
그대들이 종주먹을 들이대면서 촛불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이 만든 저들은 사실, 한 때 그대들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그대들의 부모, 선배들입니다.
그 때는 그들이 새로운 희망이었는데, 그 시대의 새로운 희망들이 지금 그대들의 불행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참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그대들이 잘 모르는 그 시절을 말해줄까 합니다.
그 시절을 되짚어보면서, 왜 희망이 절망으로 변해버렸는지를 생각해주길 바라고, 그대들이 우리처럼 나이 먹고 세상살이에 비루해져서 아무 생각없이 제 욕심에만 골몰하다가 또 다시 그대들 아이들의 절망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미리 염려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주길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60년 4월 19일. 이승만 독재정권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 그대들 나이의 학생들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4.19혁명이라, 그 때 거리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을 4.19세대라 부르지요.
그 때, 마침내 세상이 바로잡히는 줄 알았습니다.
거꾸로 시궁창에 쑤셔 박힌 역사가 바로 서는 줄 알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1년 뒤, 군인들이 무질서를 바로잡는다는 핑계를 걸고 탱크를 몰아 서울로 나왔고, 박정희의 공화당이 이후 1979년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지속된 첫 번째 군사독재정권을 열었습니다.
5.16 군사쿠데타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때부터 20여년간, 참 많은 이들이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목숨을 버리며 저항했습니다.
그대들의 부모세대들이 그랬었습니다.

 
인혁당, 민청학련, 동백림, 10월유신, 긴급조치... 지금은 역사책에 기록된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수많은 이들이 잡히고 고문당하고 죽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다가
1979년 10월 15일, 독재와 폭압에 견디다 못한 부산과 마산의 시민들이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유신정권 물러나라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이 부마항쟁입니다.
어두운 역사의 터널에서 한줄기 빛을 뿌린 이들은 역시 학생들,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10월 26일, 당시 중앙정보부장(지금의 국정원 전신입니다) 김재규가 박정희대통령을 시해한 사건으로 기나긴 첫 번째 군사독재정권은 막을 내립니다.
그러나, 그 해 12월 12일,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줄여서 국보위라 부릅니다) 위원장이었던 전두환은 전격적으로 군대를 일으켜서 정권을 장악합니다.
이를 12.12사태 혹은 12.12쿠데타라 합니다.
잠시 올렸던 희망의 깃발, 민주주의의 깃발은 검은 조기로 바뀌었습니다.
이 땅은 또 다시 암울한 나락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직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민주주의를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요.


그때를 사람들은 서울의 봄이라고 부릅니다.


이 절호의 기회는 그러나 민주세력의 분열로 이어지다가 전두환이 만든 덫에 걸려들었습니다.

1980년 5월, 전국이 비상계엄령 아래에 놓였고 모든 국가기능은 군대가 장악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침내 1980년 5월 18일.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었던 광주의 젊은이들이 두 번째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일어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이라고 애매한 명칭으로 부르는, 실제로는 시민에 의한 민주주의 혁명인 5.18 광주항쟁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광주항쟁은 다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엄청난 비극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맞고, 죽었습니다.

 

전국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이 공포를 무기로 전두환은 민정당을 만들고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정당은 표면적으로는 공화당을 위시한 모든 구 정당을 해산하고 새 정신으로 만든 당이라고 했습니다만, 알고 보면 사실상 박정희의 공화당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공화당의 후손입니다.
민정당의 구호는 정의 사회 구현 이었습니다. 정의 사회 구현이 총칼과 군홧발로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나봅니다.
언론은 침묵하는 정도가 아니고 오히려 전두환과 민정당을 찬양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그렇게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줄여서 조중동이라 부르는 자들입니다.
광주항쟁은 실패한 듯 했습니다.
박정희 정권보다 더 지독한 먹구름이 이 땅을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억압과 폭력, 거짓과 공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광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희망도 잃은 지 7년 후,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87년 6월 9일,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부르짖으며 거리로 나오던 대학생 무리 속의 이한열이 데모진압을 하던 전경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지면서 독재의 군홧발 아래 숨죽였던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이 30여년에 걸친 기나긴 군사독재정권을 마침내 무너뜨린 6월 항쟁입니다.
이제야 마침내 민주주의가 오는 줄 알았습니다.

길고 긴 싸움도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되었더라면 오늘 그대들이 그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손에 촛불을 밝히고 거리로 나설 이유가 없겠지요.

 
6월 항쟁 이후, 정권은 참으로 웃기게도 전두환의 후계자인 노태우에게로 넘어갑니다.
그렇게 싸웠는데, 그래서 이겼는데, 왜 정권은 또 다시 피로 물든 민정당에게로 넘어갔을까요?
노태우의 민정당은 전두환의 민정당이기도 했습니다.

전 국민은 전두환의 민정당을 거부했습니다.
그런데도 전 국민은 노태우의 민정당을 집권당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노태우의 민정당이 전두환의 민정당처럼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것도 아닙니다.
선거를 통해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선거부정 또한 그리 없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국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스스로 노태우의 민정당을 권좌에 올려놓은 겁니다.
목숨을 걸고 전두환을 권좌로부터 끌어내렸던 국민들이 왜 그런 이상한 선택을 했을까요?
참 이상하죠?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그래서는 안된다안된다 하면서도 선거만 하면 대통령선거고 국회의원선거고 지방선거고간에 한나라당이 승리하곤 합니다.
아주 간단한 이유로 그렇게 되더군요.
그 간단한 이유는 바로, 국민들 머리 속에 도사리고 있는 욕심,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아둔한 욕심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아니라면 지금,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이유를, 그대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박정희를, 전두환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던 용감한 그대들의 선배, 부모들은 이렇게 자신의 욕심 앞에서는 더없이 어리석고 아둔하고 철 없습니다.


노태우의 민정당은 겉으로는 민주정권이지만 사실 군사독재정권의 후계자인 셈이지요.


그는 권력을 더 다지기 위해 당시 정통야당이라 자부하던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공화당의 적자라고 스스로 자임하던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과 손을 잡고 민정당과 합쳐서 민자당이란 당을 만듭니다.
민자당에서 노태우를 이어 김영삼이 대통령이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후 노태우와 전두환이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의 권력비리에 휘말려 구속되면서 민자당이 존폐의 위기에 몰리자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었지만 곧 내분에 휩싸였고, IMF라는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하여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이름을 한나라당으로 바꾸고 15대 대통령 선거에 임합니다만, 정권이 김대중에게 넘어가면서 마침내 기나긴 군사독재정권의 대물림이 끊어집니다.
그렇게 해서 이제 어린 학생들이, 젊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는 일은 없어진 줄 알았습니다.

 
16대 대통령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2004년 3월 12일, 신한국당은 대통령 탄핵을 발의합니다.
자칫하면 공화당으로부터 계보를 면면히 이어받은 한나라당이 다시 정권을 잡고, 또 다시 암울한 시대로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민들의 힘으로 역사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을 막으려했습니다.
그리고 막았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지켜냈고, 대통령을 거꾸러뜨리려 한 신한국당을 압박했습니다.
한나라당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업으로부터 냉동탑차로 받은 사건이 드러나자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까지 받게 됩니다.
지금, 이명박대통령이 있는 바로 그 당, 한나라당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대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이유는 사실, 미국소, 광우병이 아닙니다.
그것은 표면의 사건일 뿐입니다.
생각해보십니다.
지금부터 50여년 전, 1960년부터 시작된 국민의 나라 지키기가 2008년까지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1960년에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은 그들이 2008년에도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슬프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1960년에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 역사를 바로잡자고 목숨을 걸고 서슬 퍼런 독재정권에 마주 선 그들이 바로 지금, 2008년, 그대들의 촛불 반대쪽에 있는, 미국소는 안전하다. 뉴타운으로 돈을 벌게 해 주겠다, 의료보험은 민간으로 넘기겠다,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 대운하를 만든다, 학교를 개방해서 사교육의 지옥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바로 그들입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그대들처럼 어린 나이에 나라를 지키겠다고 거리로 나섰던 그들이 왜 지금은 그대들의 조롱과 야유와 분노와 눈물의, 저항의 표적이 되었을까요?


1960년대,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위대한 젊은이들이 왜 박정희의 잘살아보세에 휘말려 들어가 버렸을까요?

왜 그 독재를 무너뜨린 위대한 4.19세대가 지금은 한나라당에서 국민들의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으며 왜 조중동의 여론조작에 놀아나면서 아파트투기에 골몰하고 있을까요?
1980년대, 전두환의 폭압정권에 맞서 목숨까지 내던졌던, 소위 386세대라 일컬어지는, 희망과 용기로 가득찬 팔팔한 젊은이들이었던 지금의 40대들이 왜 지금은 아파트투기에 삶의 목표를 걸어버린 걸까요?
왜 그 386세대의 선두주자들을 지금 그대들이 보고 있는 바로 그 정당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까요?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대들에게 답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대들이 스스로 애 써서 답을 찾아야 그대들이 새 희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답을 그대들이 찾지 못한다면, 그대들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어서 또 다시 그대들의 아이들이 그대들의 멍청하고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생각 때문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수도 있습니다.
그대들의 선배, 그대들의 부모가 답을 찾지 못해 그대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한 것처럼요.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역사는 고스란히 되풀이되어 돌아옵니다.
오늘의 그대들을 있게 한 아픈 역사를, 그대들은 그대들의 후배,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치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민주투쟁을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아파트에, 주식에, 돈벌이에 골몰해서 가치를 쓰레기처럼 내팽개쳐버린, 바로 그대들의 선배, 부모들, 그 위대했던 4.19세대, 6월항쟁 세대, 386세대의 썩어빠진 정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대들이 들고 있는 작고 위대한 촛불의 정신을 그대들이 망각하고
그대들의 선배, 부모처럼 또 다시 썩어문드러질까, 썩어문드러져서 세상을 또 다시 이렇게 어지럽히는 세대가 될까 그 염려를 하고 있는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대들의 손에 들려 있는 촛불은, 그래서 또 다시 희망입니다.
그대들만큼은 부디, 나중에 이 희망을 자기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밝히지 말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대들의 촛불을 더 넓은 아파트, 더 많은 수입, 더 나은 지위만을 위해 밝히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그대들의 선배, 부모들이 저지른 실수, 죄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대들의 촛불이 그대들의 삶뿐만 아니라
이 땅의 역사를 위해서 밝히는 희망이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그대들을 자랑스러운 세대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간절히,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그대들의 반짝이는 젊음이 반짝이는 가치로 솟아오르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그대들은 희망입니다.

그래서
그대들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그대들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합니다.

 

 

 

 

다음 아고라 사토방에 올린 에듀코빌리지님의 글

에듀코빌리지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0&articleId=465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