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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찌라시조중동의 저열한 광고주 협박

[아침햇발] 광화문의 사탑/ 정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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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무 논설위원 
 
 

어느 광고주를 만났더니 요즘 죽을 맛이라고 운을 뗐다.

‘광고탄압’ 덕분에 손 놓고 있을 텐데 뭐가 힘드냐고 물었더니 “누리꾼 눈치 보지 말고 광고를 재개하라는 전방위적 압박 때문”이라고 했다.


-얼마나 압박을 받는데?

“조선의 압력이 100이라면 중앙은 80, 동아는 60 정도 될까. 편집국·광고국 주요 간부들이 광고담당 임원인 나는 물론 우리 사장까지 세게 압박해. 사정 반 협박 반.”


-그거야말로 위계와 위력에 의한 광고탄압이네. 누리꾼들의 불매운동은 차라리 소박하고!

“광고주들이 누리꾼들에게 ‘광고탄압하지 마라’ 앞장서고 광고를 싣기 시작하면 원상회복된다고 보는 거야.

그런데 만만한 광고주들이 몸을 사리니까 거의 발악하듯 몰아쳐.”


-광고를 하고 안 하고는 광고주가 알아서 할 일 아닌가? 대기업에 있으면서도 두렵나?

“조선이 마음먹고 과거지사까지 들추며 몇 차례 기사로 공격하고 나오면 견딜 수 있는 기업이 어디 있겠어? 특히 오너를 집중적으로 건드리면. 나도 애를 많이 먹었지.”


-그런 얘기 종종 듣긴 했는데. 어떤 기업은 조선이 무리한 부탁을 해 왔는데, 몇 차례 기사로 얻어맞으면서도 버텼대. 그런데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대. 오너의 사진을 썼는데, 하필 어느 상가에서 고개 푹 숙이고 문상하는 것을 골라 뭘 잘못했다는 기사와 함께 크게 실었다는군.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옷을 벗게 만든 이야기 알아? 어느 광고담당 임원이 협찬 부탁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자 그 회사 사장한테 압력을 넣어서 그만두게 했다는 거야. 자르지 않으면 회사 문 닫을 줄 알라면서.”


-아, 조폭이 따로 없네? 그렇게까지 위세 부리는 줄은 몰랐는데. ‘사익추구 언론’이라는 딱지가 과장이 아니구먼.

“정권까지 좌지우지하려 드는데 일개 기업쯤이야 …. 한겨레는 편집국이 광고국 의견을 가려서 듣잖아. 그런데 조선은 편집·광고가 한통속이야. 사주가 있으니까 누가 감히 편집권 독립을 얘기하겠어? 자기 이익의 극대화가 존립 목적이지. 종신 사주가 틀어쥐고 있는 한 권력을 누리고 휘두르는 무소불위가 될 수밖에 없어.”


-맞아. 한겨레는 내부 민주주의가 작동하니까 저널리즘의 원칙에 어긋나는 지시를 사장도 할 수 없지. 그런데 조선의 경우 광고 쪽에서 ‘저 기업(인)은 손봐야 한다’고 찍으면 편집국에서 보조를 맞춘단 말이지?

“일사불란하지!”


-어떤 기업이 한겨레에 광고하기로 했다가, 조선에서 하려면 같이 하라고 걸자 광고를 취소했대. 이게 광고주의 자유로운 선택권 보호인가? 어떻게 해야 돼?

“현실적으로 조선이 저렇게 드세게 나오니까 기업들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거야. 촛불 꺼지면 두고 보자는데 후환이 두려워 광고탄압이라고 맞설 수도 없고. 답답한 일이지. 시민들이 더 세게 나와 아예 판을 바꿔버리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세상에 검·경을 동원해 독자와 싸우고 광고주를 압박하는 신문사가 한국의 ‘일등’ 신문이라니 ….


문득 ‘피사의 사탑’이 떠오른다.

 

서울에도 신뢰 기반이 허물어져 3.97도 기우뚱한 거대 사탑이 광화문 네거리에 떡하니 마주 보고 서 있다는 생각에. 더 기울기 전에 ‘입맛대로 보도’를 사과하고 민주적 통제장치를 갖춰 보정하는 환골탈태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인가?


정영무논설위원young@hani.co.kr

 

http://www.hani.co.kr/arti/SERIES/52/29752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