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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느끼는 것들

삶 속에서의 만남과 기다림은 언제나 설렘으로 다가 옵니다.





 

이 솟대의 사진은 계룡도령과 6년 가까이 함께 한 똑딱이 캐논 익서스 750으로 고장나기 직전 거의 마지막으로 담은 사진 같습니다.

 

솟대는 우리 한민족과 뿌리를 같이 하는 수많은 지역에 흩어져 사는 배달민족들을 단정 짓는 설치물이기도 합니다.

 

뭐 여기서 솟대를 이야기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친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친구는 뭘까요?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인연들을 겪게 됩니다.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물론 그중에 오랜 세월을 함게 하기도 하고 만나자 금방 헤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적이 되기도 하고 그저 그런 덤덤한 사이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친구를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친구는 만남의 과정 속에서 서로의 흉허물을 다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자신을 위한 기대를 하지 않고, 바라지 않으며 그저 이해하고 북돋워 주는 사이...

그것이 친구가 아닐까요?

 

그런 친구가 인생에 한명이라도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삶일 것입니다.


우리의 조상, 동이족의 글인 한자에서 친구의 親자는 친할 친자 '친'으로 발음하는 유일한 글자 입니다.

그리고 친구의 구자는 오랠 舊 입니다.

이 친자를 뜯어 보면 설 立[립]자, 나무 木[목] 그리고 볼 見[견]자가 합쳐진 글입니다.

 

親舊는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높은 나무[木] 위에 올라서서[立] 오는 것을 목빠지게 바라보며[見] 기다려지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솟대를 보며 느낀 것이 어쩌면 솟대는 그 기다림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네 조상들은 솟대 끝에다 새를 만들어 올렸습니다.
이는 새처럼 높이 날아 올라 오는 모습을 쳐다보며 기다린다는 의미로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오랜 방황이나 여행 끝에 돌아와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곳, 즉 고향이라는 표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계룡도령은 집을 수리하다 말고 계속 게으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마음이 고이지 않기에...

 

이제 설렘도 줄어 들 나이가 되었건만...

아직도 치기어린 기다림이 남아 있나 봅니다.
^^

 

생텍쥐페리가 쓴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겠지."


고장 나 장식장에 누워야 하는 똑딱이 캐논 익서스 750이 계룡도령에게 남긴 수 많은 의미 중 하나가 기다림, 솟대는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011년 6월 22일 똑딱이 캐논 익서스 750이 남긴 사진을 정리하던  계룡도령 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