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한자편지 006. ‘바르다’
‘바르다’
자신의 삶이야 어떠하든 자녀들만이라도 바르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세상 부모들의 심정입니다.
그래서 세상 부모들은 말합니다.
“바르게 살아라”
그런데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일까요?
‘바르다’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무언가 알듯 하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자세가 바르다’, ‘반듯하다’, ‘반듯하게 잘 키웠다’, ‘똑바로’ 등 흔히 사용하는 비슷한 용어들을 떠올려 보지만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문자(文字)는 말을 담은 그릇이므로 문자 속에는 말의 정의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문자를 처음 만든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말의 정의를 문자라는 그릇에 담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바르다’라는 뜻으로 쓰는 ‘正(바를 정)’자를 살펴보겠습니다.
‘正’자는 ‘•+止’로 된 것(‘•’이 변해서 ‘一’이 됨)인데, ‘•’은 ‘해’를 나타내고 ‘止(발 지)’는 ‘발’의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의 발이 해를 향해 있으면 ‘바르다’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르다’의 어간은 ‘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우리 몸에도 ‘발’이 있으므로 ‘발’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발’은 땅에 닿아 있는 부분으로 나무에 비유하면 ‘뿌리’와 같습니다.
나무가 서 있기 위해서 뿌리가 필요하며 사람은 나무처럼 두 발로 서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발’은 ‘뿌리’와 같은데, ‘뿌리’는 짐승의 ‘뿔’과 같고 새의 ‘부리’와도 같습니다.
짐승의 ‘뿔’은 하늘에 내린 ‘뿌리’이고 새의 뾰족한 ‘부리’ 또한 ‘뿔’과 같습니다.
모두 ‘근본’, ‘바탕’의 의미로 ‘근원(=우주)에 내린 뿌리’라는 뜻입니다.
또 ‘발’은 ‘밝음’과 같고 ‘밝음’은 ‘불’에서 오며 ‘불’의 원천은 ‘해’입니다.
그래서 ‘발’은 ‘해’를 향해 있어야 합니다.
발이 해를 향해 있는 것이 바른 것입니다.
우리말의 내적 관계들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바르게’는 ‘발처럼’과 같으며 ‘발처럼’은 ‘불처럼’, ‘해처럼’이 됩니다.
‘바르게 살아라’라는 말은 ‘해처럼 살아라’라는 말입니다.
해는 온 세상을 밝게 비치며 온 세상 만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합니다.
세상 만물은 해로부터 영향을 받아 살아가는데, 해를 의지하는 정도가 99.86%라고 하니 해가 세상에서 절대적이며 근원적이며 뿌리가 되는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빙하기를 경험한 사람들은, 하늘에 홀로 우뚝 서 세상을 밝게 비추며 추위를 녹이고 만물을 살리는 ‘해’를 넘치는 경외심(敬畏心)으로 숭배하였습니다.
태양을 기준으로 세상의 여러 관계를 정립하고 태양의 변화에 맞춰 절기를 정하였으며, 아침 저녂으로 해를 맞이하고 해를 보내는 의례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나도 해처럼 살아가리라’라고 다짐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이어져 ‘바르다’, ‘바르게’로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바르다’, ‘바르게’의 기원으로부터는 이 말을 사용하는 주체들의 뿌리를 살펴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의 기원이 고대 태양숭배와 관련이 있다면 우리의 선조들은 태양족이라는 의미이며 고대 태양족의 의미는 곧 문명을 창시한 주인공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발’과 ‘불’, ‘해’, ‘뿌리’가 서로 같은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말해주는 한자들입니다.
【관련 한자】
癶(등질 발) : 두 발이 서로 등을 돌려 다른 쪽을 향하다(발=사람의 발)
犮(달릴 발) : 개의 발이 여럿이므로 빨리 달린다는 의미(발=개(犬)의 발)
盋(사발 발) : 해처럼 둥근 모양의 그릇(발=해)
茇(풀뿌리 발) : 풀의 뿌리를 발이라 한다(발=뿌리)
鉢(바리때 발) : 해처럼 둥근 모양의 밥그릇(발=해)
渤(바다 이름 발) : 해 같은 물이라는 의미(발=해)
不(아닐 불) :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뿌리에서 싹이 나올 것이라는 의미(불=뿌리)
弗(아닐 불) :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불이 세차고 성하게 타오를 것이라는 의미(불=불)
佛(부처 불) : 뿌리(근원)를 찾는 일에 불이 붙은 사람
笰(우거질 불) : 불이 타오르듯 무성하게 돋아난 풀(불=불=해)
盃(잔 배) : 해처럼 둥근 모양의 그릇(不=불=해)
杯(잔 배) : 해처럼 둥근 모양의 나무로 만든 잔(不=불=해)
坏(언덕 배) : 해처럼 동그랗게 돋아 있는 땅(不=불=해)
环(구슬 배) : 해처럼 둥근 모양의 옥구슬(不=불=해)
胚(아이 밸 배) : 배가 해처럼 둥글게 돋아 있다는 의미(不=불=해)
坯(언덕 배) : 해처럼 동그랗게 돋아 있는 땅(不=불=해)
丕(클 비) : 해(不)가 땅(一) 위로 막 솟아난 것처럼 크다(不=해)
伾(힘셀 비) : 큰 해처럼 힘이 세다(不=해)
怌(두려워질 비) : 힘이 센 해를 두려워하는 마음(不=해)
1) ‘발’이 ‘불’, ‘뿌리’, ‘밝음’, ‘배’, ‘비’ 뿐 아니라 ‘해’와 ‘(해의) 둥근 모양’, ‘(해의) 기능’, ‘(해의)작용’ 등의 의미로 까지 확대되어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발’과 ‘불’과 ‘배’와 ‘비’ 등 초성이 ‘ㅂ’인 말들의 의미를 통해서 ‘ㅂ’의 음가(音價)를 추정해 낼 수도 있습니다. ‘ㅂ’의 음가가 한자에서도 그대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不’, ‘弗’을 ‘아니 불’이라고만 외워서는 다른 글자와 결합한 ‘不’, ‘弗’의 의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자를 무작정 외워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글/조옥구/한자의 기막힌 발견의 저자>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글입니다.
혹시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조옥구"<1cmc1@naver.com> 님께 메일을 보내시고 구독 희망을 알려 주세요.
뭐 이러한 것들이 사전에 양해를 얻고 상의를 나눈 것이 아니라 조옥구교수님께 불편을 드릴지도 모릅니다만, 그냥 내 지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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