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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역사

위대한 유산(遺産)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조옥구의 한자편지. 002 차례(茶禮)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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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러한 것들이 사전에 양해를 얻고 상의를 나눈 것이 아니라 조옥구교수님께 불편을 드릴지도 모릅니다만, 그냥 내 지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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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遺産, 한자편지. 002. 차례(2)

 

 

일본의 차례(茶禮)

 

대체로 한중일은 하나의 문화권에 속하는 만큼 생활문화도 비슷합니다.
추석 ‘차례’도 그중의 하나인데, 우리에겐 낯선 모습 하나가 일본의 ‘차례’에 남아 있습니다.

 

일본인들의 차례상은 비교적 간단한 음식과 함께 ‘오이’와 ‘가지’로 짐승의 모양을 만들어 같이 올리는데, ‘오이’는 ‘말’을 상징하고 ‘가지’는 ‘소’를 상징하며, ‘말’은 조상이 세상으로 올 때 빨리 오라는 의미이고 ‘소’는 하늘로 돌아갈 때 타는 것이라고 합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1. ‘오이’는 어떻게 ‘말’을 상징하며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일까요?

 

오이를 나타내는 한자는 ‘瓜(오이 과)’자입니다.
‘瓜’자는 ‘爪(손톱 조)’, ‘爫(손톱 조)’와 마찬가지로 ‘손 모양’의 글자인데, ‘오이’를 ‘瓜(손모양)’로 표현하는 것은 오이가 ‘넝쿨손’에 의지해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이며, ‘손톱’을 ‘爪, 爫’로 나타내는 것은 ‘손의 끝’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손’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옛 사람들은 ‘손’을 하늘이 통하는 통로로 여겼습니다. 하늘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손으로, 손에서 손톱으로 이어진 통로를 타고 하늘이 몸을 거쳐 순환한다고 생각했으므로 ‘손’은 하늘이 내려오는 통로라는 의미에서 ‘위에서 아래로’의 방향성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손(手)을 ‘수’로 부르는 것도 물(水), 머리(首), 나무(樹)를 ‘수’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 ‘위(하늘)에서 아래로 내려온다’는 의미를 나타내려는 것입니다.
손 모양(瓜)으로 표시된 ‘오이’가 자연스럽게 ‘내려오다’라는 의미를 갖는 배경입니다.

 

2. ‘가지’는 어떻게 ‘소’를 상징하며 ‘소’는 어떻게 ‘하늘’의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가지’는 모양보다 ‘색’이 특징인 식물입니다. 가지의 색이 하늘의 색인 자색(紫)과 관련이 있으므로 ‘가지’는 하늘의 속성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는 대표적인 ‘하늘’의 상징입니다. 소는 두 뿔이 특징인 짐승으로, 머리의 두 뿔을 하늘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소’는 ‘牛(소 우)’로 쓰는데, ‘牛’자는 소의 모양이 아니라 ‘十+∪’형의 글자로 ‘∪’는 위 하늘을 향한 소의 두 뿔을 상징합니다.
우리말에서도 ‘뿔’은 ‘뿌리’와 같고 ‘불’과 같으며 불의 뿌리는 해(=하늘)이므로 소의 두 뿔로 하늘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소 우’의 ‘우’라는 말도 ‘우-위’ 즉 머리 위 하늘이라는 의미입니다.

 

하늘 제사에 ‘소’를 희생으로 사용한 것이나 物(만물 물), 件(사건 건), 特(수컷 특), 牡(수컷 모), 牟(소 우는 소리 모), 解(풀 해) 등의 한자에서 ‘牛’자를 ‘하늘의 이치’, ‘사리(事理)’ 등의 의미로 풀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牛’와 비교해서 보아야할 글자가 ‘午’자입니다. 이 두 글자는 원래 짝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입니다. ‘牛’자가 뿔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면 ‘午’자는 뿔이 없다는 의미의 글자입니다. ‘牛’자가 뿔이 있는 소의 모양이라면 ‘午’자는 뿔이 없는 말의 모양입니다.
‘午’자는 원래 소의 짝인 ‘말’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한자가 만들어지는 원리에서 보면 ‘牛’와 ‘午’자는 서로 짝으로 만들어졌으므로 ‘牛’가 소와 하늘을 상징하면 ‘午’는 자연스럽게 상대적인 말과 땅을 상징하게 되는 것입니다.
‘仵’자를 ‘짝 오’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말’은 ‘소의 짝’이라는 의미입니다.

 

한편, 말을 ‘마(馬)’라고 부르는 것을 통해서도 말이 ‘~짝’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는 우리말의 쓰임을 보면 ‘마중’, ‘맞다’, ‘맞짱’ 등 ‘짝’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牛’로 표시되는 ‘소’와 ‘午’로 표시되는 ‘말’은 서로 짝이 되어 소(牛)가 하늘을 나타내므로 말(牛)은 그의 짝인 땅을 나타내게 되고 내려온다는 뜻의 오이(瓜)는 땅을 나타내고 가지는 색의 관계로 하늘을 나타내게 되어 오이와 말, 가지와 소가 서로 깊은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자의 속성을 이용해서 일본 차례상의 의미를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은 한자가 담고 있는 근원성을 말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참고한자】

(소 우) : 두 뿔이 하늘을 향해 있는 소는 우(위) 하늘의 상징
   (만물 물) : 세상 만물은 모두 하늘의 의치를 담고 있다는 의미
   (사건 건) : 세상 모든 사건들은 그 나름의 이치가 있다는 의미
   (수컷 특) : 하늘 제사에는 특별히 수컷 소를 선택해서 썼음
   (풀 해) : 사물을 분석하여 뿌리(이치)를 찾아 낸다는 의미
(말 오) : 뿔이 없는 말은 소(=하늘)의 짝인 땅을 상징
   (짝 오) : 말이 소의 짝이므로 말과 같다는 의미
(오이 과) : 손의 모양으로 오이의 넝쿨손을 의미, 넝쿨식물의 상징
(손톱 조) : 손의 모양으로 손 끝, 손의 뿌리(祖)를 상징
(손톱 조) : ‘爪’와 같은 모양, 손의 모양
   (사랑 애) : 하늘의 손길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할 위) : 하늘, 해가 하는 것이 ‘하는 것’이며 ‘’이라는 의미
(물 수) : 위에서 아래로 내려 흐르는 것의 의미
(머리 수) : 하늘이 내려오는 곳이 머리라는 의미

 

 

<글/조옥구/‘한자의 기막힌 발견’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