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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역사

위대한 유산(遺産)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조옥구의 한자편지. 008 겨레(族)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화려한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은
우리 아름다운 강산과

 

개천절과
한글날 등
 
우리 뿌리를 생각하게 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대부분 잊고 지내지만
옛 선인들이
10월을 상달이라하여
1년의 첫 시작으로 삼았던 적도 있었으니

 

끝은 또 시작이고
시작은 언젠가 끝이 있다는
순환의 의미를 떠올리게 합니다.

 

10월을 보내며
'겨레'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보람찬 11월을 맞으시길 빕니다.

 

10월 31일

조옥구 拜上

 

 

 

위대한 遺産, 한자, 한자편지 008, 겨레(族)

 

 

[대한민국 정부표준 단군영정]
표준영정지정년도: 1978/제작작가: 홍숙호 (홍석창)/영정크기: 115 X 170(가로X세로cm표시)
소장지 및 소장인: 서울 단군성전

 

 

겨레(族)

 

지금은 ‘민족’이란 말이 주로 쓰이고 있지만 의미가 같은 용어에 ‘겨레’가 있습니다.
한겨레, 배달겨레는 우리 스스로를 부르는 친숙한 호칭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구상에 많은 나라들이 있지만 ‘민족’, ‘겨레’ 등의 호칭으로 부를 수 있는 대상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한겨레’나 ‘배달겨레’ 또는 ‘한민족’이나 ‘배달민족’이란 호칭은 오랜 역사적 연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는 자국의 역사를 ‘국사’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우리는 ‘민족사’ 또는 ‘겨레사’로 불러야 한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겨레’의 한자어는 ‘族’입니다. ‘族(겨레 족)’자는 ‘㫃(깃발이 나부끼는 모양 언)’+‘矢(화살 시)’로 되어 있으므로 이들 요소를 풀이하면서 ‘겨레’의 의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㫃’자는 지금은 모양이 변했지만 ‘깃발을 들고 나아가는’ 무리의 모습입니다. 사극(史劇)에서 종종 임금이 행차할 때 앞세우는 ‘깃발’이나 진군하는 군사의 선두에 선 깃발을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을 문자로 표현한 것이 바로 ‘㫃’자입니다.
旄(깃대 장식 모), 旊(옹기장 방), 旌(기 정), 旗(기 기) 등의 한자들이 ‘㫃’을 이용해서 만들어 집니다.

 

‘矢(화살 시)’자는 ‘화살’의 모양이지만 여기에서는 ‘햇살’의 상징입니다.
해가 없는 햇살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므로 ‘해와 햇살’처럼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를 ‘활과 화살’을 이용하여 나타낸 것입니다.
‘해와 햇살과 기운’, ‘마음과 살(몸)과 기운’, ‘임금과 제후와 병사’는 ‘활과 화살과 화살촉’의 관계와 같기 때문에 ‘화살’로 ‘햇살’과 ‘살(몸)’과 ‘제후’를 나타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한자에서는 이처럼 ‘관계(關係)’가 중요합니다.

 

‘族’자와 내용이 같은 한자에 ‘여행(旅行)’이라고 할 때의 ‘旅’자가 있습니다.

 

‘旅(군사 여, 여행 여)’자는 ‘㫃’+‘氏’로 되어 있으며, ‘㫃’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앞서 가는 깃발’의 의미이고 ‘氏’는 ‘씨족’을 의미합니다.
‘씨족(氏)의 무리가 깃발(㫃)을 들고 이동하다’라는 말입니다. ‘旅(군사 여, 여행 여)’자를 ‘군대’, ‘무리’의 의미로 쓰는 것은 ‘씨족 집단’의 이동이기 때문입니다.

‘旅’와 ‘族’은 내부에 있는 ‘矢’와 ‘氏’가 서로 다를 뿐 외적 구조는 같습니다.
한자의 외적 구조는 개념의 외연(外延)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두 글자는 외연 즉 배경이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부의 ‘矢’와 ‘氏’ 역시 내용이 같습니다.
‘矢’는 ‘햇살’로 ‘氏’는 ‘씨족’으로, 씨족을 햇살(해의 무리)로 나타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旅’와 ‘族’자로부터는 ‘씨족 집단의 이동’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씨족(氏)의 무리가 깃발(㫃)을 들고 여행하다’ 즉 ‘旅’자로 표현된 씨족 집단의 이동은 ‘해맞이’가 목적입니다.
무리를 ‘矢’로 표현했다는 것은 자신들을 해로부터 나온 햇살과 동일하게 여겼다는 것으로, 햇살은 해로부터 나온 것이므로 햇살이 해를 지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겨레의 해맞이 풍습은 이처럼 역사의 기원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族’자는 ‘나부끼는 깃발’과 ‘화살’의 상징을 이용하여 ‘겨레’를 나타냈는데, 이것이 고대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위 ‘은유법(隱喩法)’입니다.
‘민족’이나 ‘겨레’로 부르는 집단의 기원은 당연히 혈연(血緣)이 중심입니다. 씨족사회란 혈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말합니다.
그러나 점차 사회 규모가 확대되면서 혈연은 자연스럽게 ‘해맞이’ 즉 ‘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해맞이에 동참하는 자는 모두 한 겨레’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을 것입니다.
‘族’과 ‘旅’를 통해서 살펴본 ‘겨레’라는 말은 단순히 혈연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과 같은 무리’라는 비교적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착되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해의 영향으로 살아가는 세상 모든 생명체들은 모두 우리의 겨레입니다.
생명체들은 모두 해의 살이기 때문입니다.

 

고대 조선의 국가 체제가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영토 중심의 국가가 아니라 소위 이념 중심의 국가 체제였을 것으로 생각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소위 ‘단일민족’이라는 개념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홍익’을 일깨우는 우리 선조들의 가치관을 고려한다면 ‘단일민족’이라는 말도 ‘하나의 혈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하늘)’을 정점으로 ‘이념을 같이하는 겨레’라는 의미로 보아야 합니다.
혈통과는 무관하게 홍익의 이념에 동참하면 모두 한 겨레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관점의 회복이야말로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관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향후 우리 겨레의 위상과 역할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와 인류 모두의 미래를 위해.

 

【관련한자】
族(겨레 족) : 같이 천제를 드리는 살붙이가 겨레라는 의미
旅(군사 여, 여행 여) : 천제를 위해 씨족집단이 원거리로 이동한다는 의미
㫃(깃발이 나부끼는 모양 언) : 깃발을 앞세워 진행하는 모습
氏(각시 씨) : 사람이 내부에 가지고 있는 씨, 씨족, 피붙이, 살붙이
矢(화살 시) : 화살, 살, 몸, 두 번째
旄(깃대 장식 모) : 소꼬리 털로 만든 씨족의 상징 깃발 장식
旊(옹기장 방) : 천제에 사용되는 그릇을 만드는 옹기장
旌(기 정) : 천자가 사용하는 기
旗(기 기) : 씨족의 상징 깃발(곰과 범을 그린 붉은 기)

 

 


                          

<글/조옥구/한자의 기막힌 발견의 저자>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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