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앞줄 왼쪽)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뉴라이트전국연합·국민행동본부 등 100여개 보수 시민사회단체 공동후원행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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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전국연합 등 100여 보수단체가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동 후원행사를 열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친북좌파 세력 척결’에 힘을 합치자는 ‘정치 행사’에 가깝게 진행됐다. 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후원금 모금에 나선 것을 두고도, ‘정권을 배경 삼아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뉴라이트 등 100여단체 “말·말·말”
■ 시민단체 행사? 정치 행사?이날 행사에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비롯해 국민행동본부, 북한민주화위원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조갑제닷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등 100여 단체가 참여했다. “쇠고기 촛불 반대”, “전교조 척결”, “좌편향 교과서 수정” 등을 앞장서 외쳐온 단체들이다. 회원 600여명이 행사장을 채웠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의 공성진 최고위원과 심재철·장광근·전여옥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박희태 대표는 화환을 보냈다. 임삼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도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행사를 주도한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행사는 시민운동 진영의 재정적인 짐을 서로 나눠서 지고,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를 강화하고 국민들의 참여를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상진 반국가교육척결 국민연합 대표는 “전교조의 학생들 의식화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가 미래도 없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부를 수립하기 어렵다”며 “전교조 명단 공개와 이적단체 고발 등을 통해 어떻게든 전교조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봉태홍 라이트 코리아 대표는 “촛불시위는 오프닝 게임에 불과하다. 내년 봄 광란의 폭동을 척결하려면 국정원법 등 안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가 정체성 관련 법안 처리에 힘쓰겠다”(공성진 최고위원), “내년에 국회 예결특위에 들어가게 될 텐데, 애국 진영을 돕도록 노력하겠다”(심재철 의원)는 등의 말로 화답했다.
보수단체들은 스스로 “시민사회단체”라고 했지만, 실제 행사의 성격은 ‘정치 행사’에 가까웠다. 이날 행사가 이명박 정부에서 뉴라이트 세력이 정치적 주류로 몸집을 키우려는 상징적 움직임의 하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정치적인 성격으로 생긴 단체이고, 대선 때도 이명박 정부 탄생을 위해 뛴 명백한 정치단체”라며 “정치단체가 시민단체인 척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오른쪽 두번째)이 10일 오후 보수 시민사회단체 공동후원행사에 참가해 후원금을 내고 있다. 이종근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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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후원금 논란이들 단체는 이날 행사에 앞서 기업체 100여곳에 후원금 입금 계좌를 적어넣은 초청장을 보냈으며, 앞으로 열흘 동안 후원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후원금 조성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후원금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운영비와 공동 사업기금으로 쓰고, 소외계층 및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도 일부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보수단체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기업에 사실상 압력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는다. 특히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지난해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전국적인 조직을 동원해 이 후보를 도왔다. 대선 직후 이 대통령은 이 단체의 송년회에 참석해 고마움을 표시했고, 지난 8월에는 청와대로 불러 저녁을 함께 먹으며 계속적인 지지를 당부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 한나라당 중진의원들과 청와대 비서관이 참석한 것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보수단체들이 그동안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기업 후원금 모금을 비판해 온 점에 견줘 봐도 이런 모금활동은 자가당착으로 지적된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지난해 11월 참여연대가 ‘후원의 밤’을 연다며 기업에 초청장을 보낸 것 등을 가리켜 “참여연대는 시민단체로서의 지고지순한 가치인 도덕성을 상실한 지 오래”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진학 뉴라이트 전국연합 정책실장은 “일반 시민들에게 보내는 초청장을 기업들에도 똑같이 보냈고, 별도의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 시대에 이것을 ‘압력’으로 받아들일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 실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가 우리의 주요 활동 목표이기도 한 만큼, 기업들도 후원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참여연대를 비판했던 것과 관련해선 “당시 기업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기업에 후원을 요청했던 점을 문제삼은 것”이라며 “우리는 기업의 꼬투리를 잡아 후원금을 받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황준범 최현준 기자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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