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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우편향 역사특강 논란 '한 번은 해도, 두 번은 못하겠다',금성교과서 교체 압박

 

'한 번은 해도, 두 번은 못하겠다', 우편향 역사특강 논란
(노컷뉴스 / 강현석 / 2008-12-07)


이른바 우편향 강사 논란을 일으킨 서울시내 고등학교들의 역사특강이 일부 학교에서 진보시민단체들과의 마찰로 파행 운영됨에 따라 최소 2차례 이상 실시하도록 돼 있는 특강을 일선 고등학교들이 아예 취소하거나 일정 변경을 시교육청에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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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안병직 교수의 '한국현대정치경제사'특강이 실시된 서울 인창고등학교는 다음 특강일정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다음 강의는 1,2학년들을 상대로 할 예정인데, '카메라를 달고 다니지 않는' 강연자를 초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성향이 문제가 되는 인사들은 아예 강연자로 정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이슈가 되고 문제가 되는 사람을 초대하기보다는 문화적, 정신적으로 좀 건강한 분들을 초대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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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지난 1일 안 교수의 역사특강을 받은 보성고등학교도 지난 5일 예정된 두 번째 역사특강을 가급적 취소해달라고 장학사를 통해 시교육청에 요청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강의내용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이렇게까지 시달리고 싶지 않다"며 "이렇게 논란이 되는 강의를 두 번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장학사에게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손주영 강서구 한의사협회 사무국장의 강연이 이뤄진 인헌고등학교 역시 다음 역사특강을 받을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 내부에서 강의를 할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최근의 논란 때문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둔촌고등학교와 경기기계공고는 다음 강연을 역사와 무관한 내용의 특강을 하기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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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역사특강을 아예 취소해버린 경우도 있다.

 

홍익대부속고등학교는 당초 지난 1일 예정된 역사특강을 돌연 취소하고, 오는 15일 예정된 두 번째 역사특강 일정도 잡지 않은 상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여론이 워낙 안 좋아 원래 1일 예정됐던 역사특강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교장선생님께서 사회적인 여론을 생각해 봤을 때 선뜻 내키지 않는다는 의지를 갖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학교가 홍익대 부속이니 특강도 가급적 서울시교육청의 강사 인력풀이 아닌, 홍익대학교 교수님들로 강사를 꾸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두 차례 특강일정을 소화한 학교가 균형감각을 위해 진보성향인사를 초청하려고 시도한 경우도 있다.

 

서울강서공업고등학교는 이미 시교육청이 요청한 두 차례의 특강을 모두 마친 상태지만, 교사들의 요청으로 한 차례 더 시교육청과는 별개의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학교는 선생님들의 추천을 받아 홍세화씨와 산업체 관계자 2명을 강사후보로 결정했지만, 홍세화씨가 일정상의 어려움으로 강의를 고사한 상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전교조측과 연락을 취해 홍세화씨를 섭외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상 어렵다며 거절의사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사 기획위원 출신인 홍세화씨는 진보진영의 대표주자로 손꼽혀 온 인물이다.

 

한편 이 밖에도 다수의 고등학교에서 두 번째 정해진 특강일정조차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하지 못해, 이번 사태를 둘러싼 일선 고등학교의 압박감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 강현석 기자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004758)

 


 

"두렵다... '5·18'이 다시 '광주사태'가 될까봐"
 - 부천 고등학교들은 지금... 역사교과서 교체 요구에 전전긍긍 
 

(오마이뉴스 / 김태희 / 2008-12-08)


경기도 부천은 지금 겉으로는 평온하다. 하지만 27개 고등학교 중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선택했던 19개 고등학교의 역사교사들은 깊은 시름과 고민에 빠져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일까?

 

교육청 다녀온 교장선생님, 금성교과서 교체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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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금성출판사). ⓒ권우성

며칠 전 교장 선생님들이 경기도교육청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던 것일까? 다음날 교감선생님께서 역사 교사들을 전부 불렀다. 근현대사 교과서 교체 주문이 오는 12월 10일(수)까지 가능하다는 공문이 내려왔으니 교과서 재선정을 위한 교과협의회를 하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고등학교들의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를 바꾸게 하기 위해 규정을 어겨가며 주문 기간을 연장하고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12월부터는 출판사에서 인쇄에 들어가기 때문에 11월만 넘으면 안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12월이 되어 안심하고 있던 우리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우리는 교과협의회를 했다. 교감선생님께서는 친절하게도 근현대사 6종 교과서 중 하나만 못 구하신 채 5종을 건네주셨다. 나는 이미 교과서가 정해진 후 이 학교에 부임해서 다른 근현대사 교과서를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날 처음 다른 출판사 교과서들을 보았다.

 

다시 비교해 본 우리들의 결론은 원래 쓰던 교과서(금성 교과서)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것이었다. 내용은 모든 교과서가 대동소이하겠지만, 학생들의 눈에 쏙쏙 들어오도록 편집이 잘 되어 있고, 자료가 풍부하며, 수능과 수능모의고사에 인용된 자료, 사진, 본문 등이 이 교과서에 이미 있는 내용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말씀드렸지만, 교감선생님은 마음에 드는 교과서의 순위라도 정하라고 말씀하셨다. 강압적이 아니라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하셨다. 우리는 죄송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 후 몇 번이나 지루한 면담이 반복되었다. 교장선생님과도 대화했다. 우리 학교 역사교사들은 결국 다른 교과서를 선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과서 교체를 위한 학교운영위원회가 오늘(8일)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장은 무소불위... 교과서 교체 거부는 절망적

 

생전 처음 부천지역 역사교사들의 회의가 소집되었다.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회의에 나갔다. 하지만 3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알게 된 것은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서울에서 근현대사 교과서 교체 요구가 나올 즈음 부천의 몇 개 고등학교에서도 교장, 교감선생님들이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고등학교들은 조용했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들께서 경기도교육청 회의에 다녀오신 이후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를 쓰고 있는 19개 고등학교 전체에서 교과서를 바꾸라는 말씀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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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좌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근·현대사 교과서와 관련하여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균형잡힌 근현대사 교과서 선정 관련 고등학교장 연수'에 참석한 학교장들이 연수를 받고 있다. ⓒ유성호

 

교과서 선정절차는 이렇다. 먼저 해당 교과 교사들이 여러 검인정 교과서들을 비교해 보고 1, 2, 3위 순위를 매겨 채점표와 함께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에 제출한다. 학운위는 여러 명의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들로 구성되는데 1, 2, 3위 교과서 중 하나를 채택하고 교장선생님이 최종 선정을 한다.

 

보통 학운위는 교사들이 1위로 선정한 교과서를 채택한다. 위원들이 모든 과목의 교과서를 다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전문가이기 어렵고, 교사의 교재 선택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교장선생님은 학운위에서 통과된 교과서를 거부하고 다른 교과서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결론은 교사들이 재선정을 거부해도 교장 직권으로 학운위에 교과서 제출 안건을 상정할 수 있고, 설사 내가 감동적으로 설명해서 학운위가 교체를 거부하더라도 교장선생님이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한다. 워낙 학교라는 곳이 교장의 재량이 거의 무한대로 허용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곧 우리 학교에서는 학운위가 열릴 것이다. 나를 포함해 모든 역사 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보겠지만, 기본적으로 교장선생님의 의견에 따르는 경향이 강한 학운위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전망은…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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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이렇게 외압에 흔들려도 괜찮은 건가

 

어느 학교는 1인 시위를 하고, 어느 학교는 피켓 시위를 하고, 어느 학교는 호소문을 나누어 준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처럼 교과서는 비슷비슷한데 왜 이러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알량한 교사 따위들의 자존심 때문에 왜 교장을 힘들게 하고 학교에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이 우리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느끼실까? 좋은 게 좋은 것이니 그냥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실까? 우리가 수업에 쓸 교재를 우리 내부의 문제 제기가 아닌 외부의 강압 때문에 바꿔야 한다면 순순히 바꿔주는 것이 옳다고 하실까?

 

게다가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교과서 문제가 근현대사 교과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근현대사가 평정(?)되면 다음은 반기업적인 경제 교과서가 문제가 될 것이고, 월북작가들의 작품을 담은 문학 교과서도 문제가 될 것이다.

 

나는 두렵다.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역사 교과서에 5·18 광주민주화 항쟁이 '광주사태'가 될 것만 같아서. 5·16 군사정변이 '5·16혁명'이 될 것만 같아서. 마지막으로는… 일제시대에 우리는 근대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는 평가가 나올 것만 같아서….
 

ⓒ 김태희 기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27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