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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부시미국대통령에게 신발던진 기자 ‘아랍의 영웅’ 부상

신발투척 기자 ‘아랍의 영웅’ 부상
국가원수모독죄 적용되면 최소 2년 징역형
바그다드 등 곳곳서 ‘석방 요구’ 시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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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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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나자프에서 15일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져 구속된 이라크 기자 문타다르 알자이디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시위참가자가 무등을 탄 채 신발을 들어 부시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때리고 있다. 나자프/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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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탄다르 알자이디(28)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14일 신발을 벗어던진 이라크 기자 문타다르 알자이디(28)가 아랍 세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라크 등지에선 반미시위가 다시 불붙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 본사를 둔 <알바그다디야> 텔레비전 방송사 기자인 알자이디(28)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붙잡힌 뒤 이라크 보안당국에서 심문을 받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5일 전했다. 알자이디는 사건의 배후가 있는지, 알코올이나 마약을 복용했는지에 대해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이디가 외국 국가원수 모독죄로 기소될 경우 2~7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뉴욕 타임스>는 16일 “알자이디가 현장에서 경호요원들에게 심하게 맞은 뒤 질질 끌려나갔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그의 형 다르감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알자이디가 보안요원들에게 구타당했다며 “팔과 갈비뼈가 부러지고, 눈과 다리에 부상을 입어 이븐시나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알자이디는 이라크 바그다드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뒤 2005년 9월 <알바그다디야>에 입사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지난해 바그다드 북부 수니파 점령 지역에서 취재중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가 회사 쪽의 끈질긴 석방 요구로 사흘 만에 무사히 풀려났다. 이어 지난 1월에도 가택 수색으로 들이닥친 미군들에 끌려갔다가 하루 만에 석방된 적이 있다. 가족들은 <에이피>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들을 겪은 뒤 그가 이라크 주둔 미군과 이란의 영향력에 대한 깊은 적개심을 가지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자이디는 뉴스를 전하면서 “이상은 점령당한 바그다드에서 전했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하는 기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알자이디의 직장 동료인 사이프 알딘은 “2007년말께 알자이디가 내게 ‘조지 부시가 무고한 이라크 국민에게 저지른 범죄들에 대해 나만의 방식으로 복수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알자이디의 가족들은 그의 행동에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알자이디의 형은 “수백만 이라크인뿐 아니라 전세계인들도 동생이 했던 것처럼 행동하길 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동생은 “알라께 맹세컨대, 오빠는 영웅이다”며 “알라가 오빠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 세계의 반미 감정과 자존심에도 불을 붙였다.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15일 알자이디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15일 보도했다. 바그다드의 사드르에서는 시위대가 미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며 신발을 기다란 막대기에 걸어 흔들었고, 나자프에서는 미군 차량에 신발을 벗어던지기도 했다.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통용되는 ‘개 XX’라는 욕설이 이라크에서는 ‘신발 XX’다. 누군가에게 신발을 던지거나 신발 밑바닥을 보이는 것은 최고의 모욕이자 경멸의 표현이다. 알자이디가 조지 부시에게 내던진 것은 신발이 아니라 점령국에 대한 극도의 혐오와 분노였던 셈이다.

 

이라크 의사인 쿠타이바 라자는 16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알자이디의 행동이 문명인다운 매너는 아니었지만 미군 점령에 반대하는 이라크인들의 정서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남자는 알자이디가 벗어던진 신발 한 짝을 1000만달러에 사겠다고 제의했고,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딸이 운영하는 자선단체는 그에게 ‘용기의 메달’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알바그다디야> 방송은 15일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아랍권 각지에서 날아든 지지 메시지들을 내보냈다. 방송은 또 “미국이 이라크 국민에게 약속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에 걸맞게 그를 석방하라”는 성명을 내고, 알자이디 기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끝장내겠다고 했던 ‘독재 시대’를 떠올리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에서는 알자이디를 위한 대규모 무료 변호인단이 꾸려지고 있고, 시리아에서도 변론을 자원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칼릴 알둘라이미 변호사는 알자이디를 위해 미국인 변호사들을 포함한 200여명의 무료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그는 “이것(무료 변론)은 이라크인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200만명을 죽인 조지 부시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며, “알자이디에 대한 변론은,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으며 모든 수단의 저항은 적법하다는 사실에 입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단의 독립신문 <알가드>의 무사 바로메 편집장은 “부시에게 신발을 던진 것은 최고의 작별키스였다. 이라크와 아랍 민중이 얼마나 부시를 혐오하는지를 보여줬다”고 썼다. 레바논의 언론인이자 정치분석가인 이브라힘 무사위는 “모든 사람이 그를 자랑스러워한다. 그가 우리 모두의 이름으로 그것(신발 투척)을 해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미국에선 대통령 경호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워싱턴 포스트>는 16일 “이번 사건은 방대한 미국 대통령 경호 기구가 대통령의 대외 접촉 필요성과 신변안전 우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하는 특별임무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안 전문가들의 말을 따 보도했다.

 

미국 비밀경호팀의 에릭 자렌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 현장에서 경호팀은 ‘공격’과 ‘억지’의 균형 속에서 적절하게 행동했다”며 “신발 투척 사건을 개인적 행동 이상으로 봐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비밀경호팀의 전 요원었던 윌리엄 피클은 “신발이 아닌 의자나 펜 등 더 위험한 무기들도 있었다”며 대통령을 인적 접촉에서 완전히 격리시키지 않는 한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3280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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