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에서 환상적인 회전 연기를 하고 있다. 고양/뉴시스 |
검은 의상을 차려입은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올해 마지막 ‘죽음의 무도’를 추기 시작했다. 무덤에서 나온 해골들이 춤을 춘다는 음침한 내용의 배경음악. 하지만 은반 위에 선 그는 어느새 ‘요정’으로 변해 있었다. 스케이트 날을 잡고 머리 뒤쪽으로 올리는 ‘비엘만’을 구사할 땐, 한 마리 백조가 됐다. ‘여왕 연아’(YUNA Queen)가 적힌 노란 펼침막을 들고 관중석을 메운 팬들의 함성도 완전히 잊은 듯했다. 화려한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연속 3회전) 점프는 탄력과 힘이 넘쳤고, 3개의 스핀(회전)과 2개의 스텝을 연기할 때는 ‘여인의 향기’도 뽐냈다. 12일 고양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김연아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5.94점(기술요소 35.50점+구성요소 30.44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맞수’ 아사다 마오(65.38점·2위)가 시즌 최고점수를 기록했지만, 0.56점이나 앞섰다. 국내 팬들의 관심이 부담이 됐을까? 한 번의 실수가 아쉬웠다. 김연아는 두 번째 배치한 트리플 러츠 시도에서 잠시 리듬을 잃은 듯 점프 시도에 실패했다. 이것만 없었으면 시즌 최고점(69.50점)도 가능했다. 반면, 약점으로 지적되던 두 차례 스텝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다. 스스로도 “첫 점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다른 연기가 깔끔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팬들은 김연아의 화려한 연기에 빙판 위로 꽃과 선물 세례를 퍼부었다. 김연아는 판정 대기석인 ‘키스 앤 크라잉 존’에서 밝은 표정으로 답을 대신했다. 아사다도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며 프리스케이팅(13일)에서 역전 가능성을 열어놨다. 아사다는 이날 첫 점프에서 이번 시즌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트리플-트리플(연속 3회전) 콤비네이션을 깔끔하게 소화하는 등 세 차례 점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클로드 드뷔시의 배경음악 ‘달빛’에 맞춰 특유의 유려함이 빛나는 연기력도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나카노 유카리가 62.08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김연아는 13일(저녁 8시·SBS TV)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선두를 지키면, 이 대회 역대 두 번째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남자 싱글에서는 세계 순위 21위 고즈카 다카히코(19·일본)가 ‘깜짝 쇼’를 펼치며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라섰다. 고즈카는 4회전 점프 없이, 악셀·플립·루프·플립 등 네 가지 3회전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합계 83.90점(기술요소 47.00점·구성요소 36.90점)의 최고점을 받았다. 제러미 애벗(23·미국)이 개인 최고 기록(78.26점)으로 2위에 올랐고, ‘세계 1위’ 브라이언 주베르(24·프랑스)는 74.55점(3위)으로 부진했다. 고양/홍석재 기자forchis@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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