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세계

서울시교육청 “국제중 강행” 파장 [공정택의 ‘무리수’ 어디까지]

서울시교육청 “국제중 강행” 파장
공정택의 ‘무리수’ 어디까지…시교위 “동의안 통과 안될 것”
시교위가 또 보류시켜도 계속 밀어붙일 가능성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민영기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울시교육청이 ‘교육 의회’라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내년 3월 국제중학교를 개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제중 설립을 둘러싸고 시교위와 마찰이 예상된다.

 

시교육청과 시교위의 힘겨루기가 길어질 경우, 시교육청은 충분한 검토도 없이 섣불리 국제중 설립을 밀어붙여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공은 다시 시교위로

시교육청은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시교위 정례회의에 국제중 설립 동의안을 다시 상정하겠다는 태도다.

시교위가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할 법적 권한은 없는 만큼, 국제중에 대한 논의는 다시 이뤄지겠지만 시교위에서 동의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

지난 15일 시교위가 동의안 처리를 보류하면서 “국제중을 받아들일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힌 마당에, 불과 일주일 만에 태도를 바꾸기에는 시교위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은 “교육청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상징적으로 넣은 ‘국제중의 필요성’이라는 말을 재추진의 근거로 삼다니 황당하다”며 “일주일도 안 돼 시교위가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시교위를 무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동의안이 통과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만일 시교위가 국제중 동의안을 다시 보류하거나 부결할 경우, 이미 선거자금 문제로 도덕성에 상처가 난 공정택 교육감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 무리수 둘 가능성도

하지만 시교위가 국제중 설립 동의안을 다시 보류하거나 부결시키더라도 시교육청이 국제중 설립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교육청은 그동안 국제중 문제는 ‘특성화 학교 지정’에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시교위의 동의를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지방교육자치법 11조를 보면, 특성화 학교 지정은 교육감 권한으로 시교위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시교육청 지침에 따라 학교의 신설·폐지 등에 대해서는 시교위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국제중을 ‘지정’으로 보느냐 ‘신설’로 보느냐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시교위의 권한이 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미 시교육청이 동의안을 제출한 이상, 시교위의 동의를 받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은 모양새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여론의 거센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경회 부교육감은 “시교위의 동의를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시교위가 다시 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정민영 기자minyoung@hani.co.kr

기사등록 :2008-10-16 오후 07:38:18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사수정 :2008-10-16 오후 11:01:16
한겨레(http://www.hani.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저작권문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설] 국제중 강행은 선거자금 18억원의 대가인가

한겨레사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국제중 지정 동의안에 대한 심의를 무기한 보류했다.
올해 안에 따로 심의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인 국제중 신설은 어렵게 됐다.
부결이 아니라 보류인 것은 아쉽지만, 시민의 목소리가 그만큼이나마 반영된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서울시 교육청이다.

시교육청은 시교위의 결정에 반발하며, 3월 개교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완책을 제출할 테니, 이달 안에 재심의 해 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지난 7월 선거에서 당선하자마자 국제중 신설을 공언했던 공정택 교육감의 오기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 대의기구를 무시하고, 시민 여론을 묵살하는 공 교육감과 시교육청의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시교위가 심의를 무기한 보류한 것은 사회적 합의나 여론 수렴이 충분하지 않고, 준비도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서울 시민 열에 여섯은 국제중 신설에 반대한다.

대원·영훈중학교가 국제중으로 바뀌면, 해당 지역 초등생들이 다닐 중학교도 마땅치 않다.

두 학교는 교과 과정이나 원어민 교사 수급 문제는 물론, 입학전형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 교육감의 독선과 두 사학재단의 욕심만 앞서고 있는 것이다.

공 교육감은 시교위의 여론조사 권고마저 거부했다.

 

동의안 심의가 무기한 보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당황한 것은 학원가였다.

학원가는 국제중 신설로 새로이 형성될 사교육 시장에 한껏 기대가 부풀어 있었다.

이미 강남권엔 내년 개교를 앞두고 국제중 특수가 형성된 상태다.

학원계는 지난 교육감 선거 때 공 교육감을 전폭 지원했다.

공 교육감은 전체 선거비용 가운데 80%인 18억원을 학원과 사학재단 관계자 등을 통해 조달했다.

시민의 압도적 여론까지 무시하면서 학원의 이해와 직결된 국제중 신설을 강행하려는 것이, 이런 유착에서 비롯된 것이나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제중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공 교육감이 말하듯이 평준화를 보완하거나, 학교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

외국어고처럼 슬금슬금 늘어나 평준화 자체를 해체하고, 입시경쟁을 유발시켜 초등 교육을 황폐화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늘린다.

학교마저 상류층용과 중산층·서민용으로 차별화시킨다.

학원업자에게서 선거자금을 빌려썼다고, 학교 교육을 이렇게까지 망치려 할 순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