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 '新 공안정국 리포트' 방송이 정권의 나팔수였던 지난 독재 정권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사회진보연대 등 진보 성향의 단체를 대상으로 한 무리한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사상을 검증받는 시대가 21세기에 다시 도래한 것일까. 이번 <인권오름>은 '2008년 상반기 공안 정국 분석과 인권 운동의 과제'란 주제로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 활동가의 글을 실었다. <편집자> 지난 5월 경찰은 촛불 집회 신고를 낸 고등학생을 수업 중에 불러내 조사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6월 30일 새벽에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사무실에 압수수색영장도 제시하지 않고 난입,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서류 및 집기들을 가져갔다. 지난 7월 11일에는 정보과 형사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국대표자회의를 사찰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보안과가 직접 나서서 촛불집회에 참석해 경적을 울리며 시민들을 지지했던 시위 차량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현장 동영상 자료를 판독·분석해 집회 참여자를 보안분실로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채증은 시민 아무에게나 무작위로 행해지고 있고, 정보 수집 범위도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는 국민 전체를 사찰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경들을 동원해 수집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15일 촛불집회에서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 따라 시민들이 인도로 올라갔는데도 경찰은 채증을 시도했다. 전경차를 도로 중간에 세워놓고 전경 다섯 명을 올려 보내 채증하는 등 더욱 노골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리를 지나다니는 모든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감시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공권력의 남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권위는 "그 업무(경찰의 정보 수집 활동)의 밀행적(密行的) 속성때문에 일반 국민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특히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등 자유권)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정보 기관이 수사권마저 갖고 있을 때 국민이 느끼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위구심(危懼心)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실제 일반인의 이러한 위구심이 반드시 기우가 아니었음은 역사상 정보 기관이 국내·외에서 행했던 과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인권위도 경찰의 정보 수집 활동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공안정국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다. 유흥업소 운영에 관련돼 있다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동생 관련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팀은 어 청장 동생이 성매매업소를 운영한다는 의혹을 담은 한 공영방송의 보도를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영상이 올라간 포털 업체에 삭제를 요청해 물의를 빚었었다. 지난 5월 경찰청은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포털 게시물 일부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포털 사업자들에게 삭제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대폭 확대해 268개 사이트에 의무화하겠다는 방침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들을 추진 중인 것이다. 인터넷 카페인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의 개설자와 운영진 등 6명에게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다. 검찰은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광고주 목록을 게시해 상품 불매 의사를 표현한 것을 처벌하는 것은 전례도 없을뿐더러 무리"라는 지적들을 받아왔다. 그래서 오히려 검찰의 수사가 명백하게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1000여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경찰서에 불려 다녔다. 특히 공적 인물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보장되어야 할 권리로 국가가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이다. 검찰이 <PD수첩>을 수사한 것 역시 PD수첩 제작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였다.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피의사실을 공표해 검찰의 견해를 강력하게 밝힌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력의 투입된 것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민감한 방송사 사장 해임과 관려해 공권력이 특정 의견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고하기 위한 주요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검찰의 표적 수사와 경찰력의 남용은 이를 근원적으로 위태롭게 하고 있다. 검찰청법과 경찰법은 모두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공정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공안'이 '정권의 안전'이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이들의 입장 역시 근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법 규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경찰이 자의적으로 행사한 각종 실력 행사에 대해 묵인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공안기관들의 정치적 발언들은 주요 보수 언론에 의해 부추겨지거나 오히려 보수 언론이 이들에게 훈계를 놓기도 하는 등 무비판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공안부서에서 사이버대응기구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은 변화된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과거 공안정국이 정권의 승리로 귀결됐던 경험을 현 정권은 체험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기본권을 보장하고, 불가피하게 기본권을 제한해야 한된다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을 제정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와 인권이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이다. 법치주의가 형식적으로 합법성만 갖추었을 뿐 실제로 적용되는 현실에서는 정부의 편의대로 쓰일 위험은 현실이 되었다. 또 법을 운용하는 자들은 법을 따르지 않는 이중적적인 모습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게다가 공권력은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자기논리를 재생산하기도 한다. 공권력은 이런 자가당착에 빠지면서 권력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권력이 되고 있다. 특정한 정치적 의견을 법으로 제한하고 '범죄'로 만드는 것은 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실현을 지향하는 정치공동체의 토대를 부식시킨다. 그 과정에서 자유롭게 참여하는데도 누군가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하지만, 공안 정국에서는 온당치 못한 이 일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된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게 곧 공권력에 의한 처벌로 귀결되는 것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공안 사건들에 대한 대응을 보면 기본권을 실현하고 보장한다는 넓은 차원에서 이뤄지기 보다는 개별 사건으로 한정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실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기 어렵게 하고 있다. 즉, 더욱 장기간 영향을 미치며 회복이 어려워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공안 탄압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공격하는 것이고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꾸준히 알려야 한다. 또 인권을 옹호하며 확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운동도 전개되어야 한다. 몇 명의 누리꾼에 의해 시작된 '조·중·동 광고 내리기 운동'이 검찰에 의해 공격받자 자신의 실명을 걸고 검찰청 홈페이지에 수많은 항의 글을 올렸던 누리꾼들이 있었다. 이는 이어서 같은 운동의 일환으로 조·중·동에 광고를 싣는 광고주의 목록을 인터넷에 유포시키는 것으로 인권·사회단체로 확산되었다. 이런 운동이 공안 탄압을 저지할 수 있는 적극적인 운동의 한 예라 볼 수 있다. 법 규정이 느슨해 공권력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범죄자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촛불 집회에서 경찰이 행사하는 진압 방식이 그것이다. 막연하게 경찰이 하기 때문에 법 규정에 맞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찰도 집회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불법을 저지른다. 이에 대해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은 인권 침해가 봇물 터지 듯 쏟아지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에 의한 인권 침해가 속출되지 않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대응은 정권이나 공안기관이 들이대는 형식적 법치주의를 넘어서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근거로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들은 인권 침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받는 행위로 공안기관을 잠시 주춤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들이 준수해야 할 인권 기준을 제시하고 요구해야 한다. 현 정부는 촛불 집회 참석자와 누리꾼들을 광폭하게 탄압하면서 한편에서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강부자를 위한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권이 본격적으로 여론을 묵살하며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들을 밀어붙일 때 이를 끊임없이 비판하고 저항하는 것이 바로 공안 정국을 정면 돌파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은 우리 모두가 권리의 주체로서 고립되거나 위축되는 것을 극복하고 촛불 집회 초기의 자신감과 유쾌함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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