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이희망이다

잡을 때와 놓아야 할 때 [중앙일보-문창극칼럼]

문창극 중앙일보 주필-"이명박 이럴 수가...?"

 

"이명박, 당신을 동경하던 젊은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지난달말까지만 해도 "11월의 추억은 없을 것"이라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압승을 단언했던
문창극 <중앙일보> 주필이 20일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당혹감을 나타내며 이 후보를 강도높게 질타했다.

대표적 보수논객인 문 주필은 이날자 '잡을 때와 놓아야 할 때'라는 칼럼을 통해
"이번만은 꼭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당황하고 있을 것"이라며
"확실하다고 여겼던 이명박 후보의 지지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최근의 이후보 지지율 하락에 대한 당혹감을 드러냈다.

문 주필은 이어 "그렇다고 이회창 쪽으로 갈 수도 없다.
반칙과 편법 때문이다.
정권교체가 아무리 다급해도 긴 눈으로 보면 그 해악이 더 큰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이회창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뒤,
"이 정권을 담당했던 세력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은 더욱 싫을 것이다.
적어도 이번만은 반성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드시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돼야 하는데 이명박 후보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그는 대선 막판 이 후보를 발목잡고 있는 BBK의혹과 자녀 위장취업 문제를 정면으로 질타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BBK 의혹과 관련, "이명박 진영에서는 'BBK만 잘 넘기면 문제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바로 그런 생각이 문제다.
원칙은 없고 기회주의적으로 위기만 넘기자는 생각이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돈 많은 사람이 투자할 곳을 찾아 투자했다면 잘못이 아니다.
주가 조작 같은 명백한 범죄가 아니면 그만"이라며 "문제는 보다 근원적인 데 있다.
왜 대선이 범죄자 한 명에 좌우돼야 하는가.
그 책임이 국민에게 있지 않다.
왜 이명박은 ‘사기꾼’이라는 사람과 일을 하게 됐는가.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겨우 범죄자와 씨름을 하며 '저놈은 사기꾼'이라며 외치고 다녀야만 하는가.
그 모습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이에 대한 반성이 먼저 나와야 한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그때 이 후보가 자기 이익만 눈에 보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꾸짖었다.

그는 이후보 자녀 위장 취업에 이르러서는 거의 극한적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BBK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있다.
자기 건물 관리인으로 자식을 위장취업시켰다"며 "강남에 빌딩 가진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세금을 줄인다고 한다.
그래서 세속을 따른 것일까.
그것도 바로 대통령 후보 경쟁이 한창이던 올 3월에…. 수백억, 아니 1000억원대 재산가의 모습으로는 너무 초라하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뒤늦게 세금을 냈으니 그만이라는 태도는 더욱 문제"라며 "그의 성공신화가 고작 이런 모습이라면 이를 동경하던 젊은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줄 것인가.
적어도 그라면 ‘가난한 소년이 CEO가 되고 부자가 됐다’는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부의 축적과 사용에 있어서도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후보의 'CEO 리더십'의 정치적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의 리더십은 목표지향적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찰을 따야 하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기한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면 훌륭한 리더"라며 "그러나 정치는 그렇지 않다.
과정을 더 소중히 여긴다.
법을 지켰느냐,
희생된 부분은 없느냐,
패배자는 어떻게 위로할 것이냐는 등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경제 분야에서는 유능한 리더십이 정치 분야에서는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명박의 진짜 문제는 BBK가 아니라 ‘과거의 이명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며
"소년 시절부터 줄기차게 추구해 결국 이뤄 낸 획득물에 대한 애착, 그 애착을 끊지 못한다면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할 수 없다.
개인 이익의 극대화가 지금까지의 목표였다면 이제부터는 얻은 것을 버리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공인의 길로 들어설 자격을 얻는 것"이라며 이 후보에게 환골탈태적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중앙><조선> 등의 잇따른 이명박 질타는 한때 거의 맹목적이던 보수진영의
'이명박 신뢰'가 연일 드러나는 '구시대 이명박'의 한계에 밑둥채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 김동현 기자 (tgpark@viewsnnews.com)

세상을보는 다른 눈 "뷰스앤뉴스"

 

잡을 때와 놓아야 할 때 [중앙일보-문창극칼럼]

 

이번만은 꼭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확실하다고 여겼던 이명박 후보의 지지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회창 쪽으로 갈 수도 없다.
반칙과 편법 때문이다.
정권교체가 아무리 다급해도 긴 눈으로 보면 그 해악이 더 큰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정권을 담당했던 세력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은 더욱 싫을 것이다.
적어도 이번만은 반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정권교체를 바랐던 이유는 시대정신 때문이었다.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교육을 살리고, 외교 안보를 바로 세우자는 갈망에서다.
이들은 이명박의 최고경영자(CEO)적인 리더십을 기대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의 장점 때문에 지금 이명박은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진영에서는 “BBK만 잘 넘기면 문제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바로 그런 생각이 문제다.
원칙은 없고 기회주의적으로 위기만 넘기자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돈 많은 사람이 투자할 곳을 찾아 투자했다면 잘못이 아니다.
주가 조작 같은 명백한 범죄가 아니면 그만이다.
문제는 보다 근원적인 데 있다.
왜 대선이 범죄자 한 명에 좌우돼야 하는가.
그 책임이 국민에게 있지 않다.
왜 이명박은 ‘사기꾼’이라는 사람과 일을 하게 됐는가.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겨우 범죄자와 씨름을 하며 “저놈은 사기꾼”이라며 외치고 다녀야만 하는가.
그 모습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이에 대한 반성이 먼저 나와야 한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그때 이 후보가 자기 이익만 눈에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BBK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있다.
자기 건물 관리인으로 자식을 위장취업시켰다.
강남에 빌딩 가진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세금을 줄인다고 한다.
그래서 세속을 따른 것일까.
그것도 바로 대통령 후보 경쟁이 한창이던 올 3월에…. 수백억, 아니 1000억원대 재산가의 모습으로는 너무 초라하다.
뒤늦게 세금을 냈으니 그만이라는 태도는 더욱 문제다.
그의 성공신화가 고작 이런 모습이라면 이를 동경하던 젊은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줄 것인가.
적어도 그라면 ‘가난한 소년이 CEO가 되고 부자가 됐다’는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부의 축적과 사용에 있어서도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에게는 일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면 그 ‘일’의 성격이 달라진다.
공인과 사인이 다르듯이 말이다.
일하는 영역이 다르고 윤리도 다르다.
사적 영역은 개인 이익의 극대화가 선(善)일 수 있다.
개인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산다.
개인의 이익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전체가 발전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장주의이고 경제 영역의 논리다.
그러나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
사적인 이익이 충돌할 때 조정해 주는 곳이다.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공인이 된다는 것은 사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재산 등록을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정치 영역과 경제 영역은 리더십 행태도 달라야 한다.
회사는 주식 51%만 가지면 자기 마음대로다.
그러나 민주정치는 다수의 전횡이 아니라 소수의 권리도 인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다수를 얻은 사람이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소외되지 않게 사회를 통합시키는 자리다.
한나라당이 왜 시끄러웠는가? “내가 한 표라도 이겼으니 한나라당은 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회사의 리더십은 목표지향적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찰을 따야 하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기한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면 훌륭한 리더다.
그러나 정치는 그렇지 않다.
과정을 더 소중히 여긴다. 법을 지켰느냐, 희생된 부분은 없느냐, 패배자는 어떻게 위로할 것이냐는 등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경제 분야에서는 유능한 리더십이 정치 분야에서는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명박의 진짜 문제는 BBK가 아니라 ‘과거의 이명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소년 시절부터 줄기차게 추구해 결국 이뤄 낸 획득물에 대한 애착, 그 애착을 끊지 못한다면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할 수 없다.
개인 이익의 극대화가 지금까지의 목표였다면 이제부터는 얻은 것을 버리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공인의 길로 들어설 자격을 얻는 것이다.
그가 새 ‘일’을 맡기 위해서는 그의 옛 가치관이 변해야 한다.
국민은 그런 변화의 표징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 결단을 할 때 새 길이 열릴 것이다.

 

문창극 주필
원문보기http://news.joins.com/article/2952621.html?ctg=2002&cloc=joins|article|pu_hl00 

[moocha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