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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희망이다

이명박의 거짓말2

이명박의 거짓말2

김경준씨가 돈 빼돌렸다더니 청문회에선 딴말…거짓말이 거짓말을낳나

▣ 특별취재팀
▣ 사진 박승화 기자eyeshot@hani.co.kr

<한겨레21>은 668호(7월17일치) 표지이야기로 ‘이명박의 거짓말’을 다루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이 전 시장이 “BBK와는 직·간접적으로도 관련이 없다. 주식 1주도 가져본 일이 없다”고 했지만, <한겨레21>이 미국 연방검찰의 조사 기록 등 관련 문건과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 전 시장의 해명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이 LKe뱅크의 대표이사 시절 비서였고 지금도 캠프에 몸담고 있는 이진영씨가 미국 연방 검찰에 진술한 내용은 결정적이었다. 이씨는 BBK가 이 전 시장이 대표이사였던 LKe뱅크, e뱅크증권중개와 함께 한 지주회사 아래에 묶여 있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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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19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안 이명박 후보. 청문회는 끝났지만 검증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서면 답변과 청문회, 둘 중 하나는 거짓

<한겨레21>은 당시 이명박 캠프에 질의서를 보냈다. 이 후보가 김경준씨와 동업한 LKe뱅크로 인해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를 물었다. 현재도 LKe뱅크의 이사로 등록돼 있는 김백준씨는 “피해금액은 회사에 출자한 30억원과 김경준이 회사 자금을 횡령해 해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하나은행 출자금 5억원을 대신 변제해준 것을 합해 원금 기준으로 도합 35억원”이라는 내용의 서면 답변을 7월9일 보내왔다. BBK에서 리스크매니저로 일했던 김백준씨는 2004년 2월 이 후보의 대리인 자격으로 김경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했는데, 이때도 김경준씨가 LKe뱅크의 자본금을 빼가는 등 3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명박 후보는 7월19일 열린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청문회에서 이와는 정반대로 얘기했다. 한 검증위원이 “LKe뱅크에 이 후보가 30억원을 투자했죠? 그 30억원은 입증이 됐지만 e뱅크증권거래에 투자한 돈은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묻자, 이 후보는 “그 돈이 그 돈이다. 따로 돈이 나오지 않고 그 돈을 갖고 다시 투자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4년 소송을 제기한 이후 최근까지 줄곧 이 후보가 LKe뱅크에 투자한 자본금 30억원을 김경준씨가 가지고 도망쳤다고 주장해왔는데, 이 후보는 청문회에서 LKe뱅크에 투자했던 자본금 30억원을 다시 e뱅크증권거래에 투자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경준씨가 돈을 빼돌렸다는 주장과 청문회에서의 이 후보의 주장 가운데 하나는 명백한 거짓말이 되는 셈이다.

문제의 e뱅크증권중개는 2001년 2월2일 자본금 5천만원으로 ‘이명박 대표이사’가 설립한 회사다. 2월28일에는 100억5천만원으로 증자한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대주주는 이 후보(35억원)이고, 2대 주주가 김경준씨(30억원)다. ‘강남 도곡동 땅’, (주)다스 등 이 후보의 차명 재산 의혹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후보의 형 이상은씨(9억원)와 처남 김재정씨(9억원)도 주주로 참여한다.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과 크리스토퍼 김(김경준씨의 미국 이름)이 각각 9억원과 8억원을 투자해 이명박 후보와 그 관계인 대 김경준씨와 그 관계인의 주식 비율이 53:47이었다. 이 회사는 금감원이 2001년 4월 BBK를 조사한 뒤 투자자문업 등을 폐지하자 스스로 증권 중개 허가 신청을 철회하고 8월23일 청산한다.

2001년 2월에 설립했다가 6개월 만에 청산된 회사여서 투자금은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LKe뱅크에 투자했던 30억원이 e뱅크증권중개를 들렀다가 이 후보의 주머니로 다시 돌아온 셈인데, 이 후보의 법정대리인인 김백준씨는 왜 김경준씨가 LKe뱅크의 자본금 30억원을 횡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을까.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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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측근인 김백준씨가 <한겨레21>에 보내온 답변서. 이 답변서와 이 전 시장의 청문회 진술 가운데 하나는 거짓말이다.

엉뚱한 답변에도 더 묻지 못한 청문회

이 후보가 LKe뱅크와 e뱅크증권중개의 대표이사였던 만큼 그의 해명에 무게를 싣고 봐도 더 따져볼 구석이 있다. 두 회사가 별도의 독립적인 회사라면 한 회사의 주식대금을 통장에 넣었다가 빼내어 다른 회사에 투자하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다. 이 후보의 측근인 이진영씨의 미국 검찰 조사 진술대로 BBK가 LKe뱅크, e뱅크증권중개와 함께 한 지주회사 아래에 묶여 있는 형태였다면 불법 논란은 피해갈 수 있어도 이 후보가 관련이 없다던 BBK를 포함해 세 회사의 관련성은 깊어진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두루 테이블에 올랐다. 형식적인 통과의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비해서는 비교적 날선 질문도 적지 않았지만, 의혹은 파헤치되 깊은 상처를 내서는 안 된다는 모순된 입장 때문에 ‘칼’을 깊이 들이대지는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겨레21>이 제기한, 김경준씨가 어렵게 횡령한 돈을 왜 거액을 투자한 이들에게 모두 돌려주고 갔는지, 돈을 받은 사람들 혹은 업체들은 하나같이 고려대 출신들인지 등에 관한 의혹이다. 이 후보는 “어쨌든 돈을 돌려줘서 피해자가 줄어들면 좋은 게 아니냐” “고려대 출신이 범죄를 저지르면 모두 나와 관련 있는 것이냐”고 되물으며 빠져나갔다. 이 후보가 다소 엉뚱하게 답변했음에도 검증위원들은 더 깊이 묻지 못했다.

검증위원으로도 참여했던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7월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증청문회도 끝난 마당에 서로 또 검증 공방을 하면 자해 행위이자 해당 행위가 된다. 더 하면 안 된다”며 검증의 ‘끝’을 요구했지만, 검증청문회는 검증의 새로운 시작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됐던 ‘도곡동 땅’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문제의 땅은 이상은·김재정씨가 1985년 15억6천만원을 주고 사 1995년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에 되팔아 247억여원의 차익을 남긴 땅이다.

도곡동 땅 주인, 이 후보만 몰랐나

이 후보는 청문회에서 “그 비싼 땅이 내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느냐. 감사원 조사와 검찰 수사에서 나와는 무관함이 다 밝혀졌다”고 설명했지만 7월20일 공개된 1998년 감사원 자료는 이 후보의 해명과는 달랐다. 당시 포스코개발 회장이었던 김만제씨(그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고 정책위 의장을 역임했다)가 문제의 땅의 실제 소유자를 이명박 후보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내용이었다. 무소속인 김동철 의원이 감사원 자료를 열람한 뒤 공개한 문답서를 보면 감사관이 “위 부지(도곡동 땅)의 실질적 소유자가 이명박씨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라고 묻자 김 전 회장이 “예,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돼 있다. 김 전 회장은 이에 대해 “당시 땅을 매입한 포스코건설 조용수 부사장과 김광준 상무가 이명박씨가 실질적인 소유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보고해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며 파장을 줄이려 애썼다. 감사원 감사에서 그저 소문을 전했을 뿐이라는 해명인데, 이 후보의 처남인 김재정씨가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안인 만큼 검찰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힘들다. 잘못하면 이 후보 바람대로 ‘이 후보의 땅’이 되면서 대선 레이스에서 낙마할 수도 있는 폭발력이 있기 때문이다.

 

기사 원문 http://h21.hani.co.kr/section-021005000/2007/07/0210050002007072606700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