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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희망이다

“BBK, 자기[이병박]가 창업했다더니 이제 와 딴소리”

“BBK, 자기가 창업했다더니 이제 와 딴소리”

이명박 LKe뱅크 공동설립자 김경준씨 단독 인터뷰… “9월에 들어가 한국 검찰에 증거 제출하겠다”

▣ 로스앤젤레스=특별취재팀

<한겨레21>은 제668호 표지이야기 ‘이명박의 거짓말’(7월17일치) 이후 ‘BBK 사건’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에 관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줄곧 “BBK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그동안의 취재 결과는 그의 해명과 거리가 멀었다.

<한겨레21>은 이 전 시장과 함께 이 사건의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또 한 사람을 취재했다. 한때는 이 전 시장과 함께 ‘사이버 종합금융회사’ 건설을 꿈꾸던 동업자였다가 현재는 한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Metropolitan Detention Center’(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경준(40)씨다. 취재팀은 김씨와의 특별면회를 추진했으나 ‘변호사 혹은 직계가족 외에는 면회할 수 없다’는 구치소의 지침 때문에 구치소 내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BBK 의혹이 불거진 이후 김경준씨가 국내 언론과 직접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면회 불가능해 전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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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준씨는 9월 중순 한국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왜 한나라당 경선을 불과 1주일 앞둔 예민한 시기에, 대선을 불과 넉 달 앞두고 송환을 자청할까? 그 끝이 궁금하다. (사진/ 동아일보)

김씨는 8월9일(현지시각) 인터뷰에서 “(이 전 시장과 함께 설립한) LKe뱅크가 BBK의 지주회사여서 대표이사였던 이명박 회장님이 자금흐름을 몰랐을 리 없다”며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이 마무리되고 있어 9월이면 한국에 갈 수 있고 한국 검찰에 모든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LKe뱅크와 BBK투자자문이 지주회사-자회사 관계라는 점은, 이 전 시장의 비서였던 이진영씨가 한국으로 조사를 나온 미국 연방 검사 및 소송 관련 변호사에게 같은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그는 특히 BBK가 삼성생명, 심텍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것과 관련해 “투자 유치는 이명박 회장이 모두 한 것으로, 내가 그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는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 자신이 소개한 자금은 장신대학교의 4억원뿐이라고 밝힌 것과 차이가 난다.

김경준씨를 인터뷰하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대목은 미국으로 도피(한국 검찰 주장)하기 직전 김씨의 행적이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낸 ‘범죄인 인도 청구’(한국 정부는 2004년 1월17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 명의로 ‘범죄인’ 김경준(또는 CHRISTOPHER KIM)을 인도해달라는 공문을 미국 법무부 장관에게 보냈다) 확인서를 보면, 김씨는 BBK에 투자했다가 투자자문업 취소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2001년 7월부터 그해 12월20일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22차례에 걸쳐 384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돼 있다. 거액을 ‘먹고 튀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았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범죄인 인도 청구의 사유로 한국 정부가 적시한 옵셔널벤처스코리아 회사 자금 384억원 횡령 혐의를 포함해 주가조작과 여권 위조 및 도피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증거’ 제시는 한국 검찰 출두 시점으로 미뤘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은 누군가의 각본에 따라 만들어진 범죄자가 되는 셈이다. 김씨는 384억원 횡령과 송금이 모두 이명박 전 시장 쪽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이명박 전 시장과 사실관계를 다투는 다른 쪽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김씨의 주장이 이 전 시장의 주장과 비교하면 국내 언론에 소개된 적이 거의 없고, 국내 송환에 앞서 그가 한국 검찰에 진술할 내용을 미리 들여다본다는 측면에서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6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탓에 한국말이 서툴렀다.

주가 올라간 건 M&A 방식으로 샀기 때문

이른 시일 내에 한국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고 들었다.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송환되나.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이 끝나간다. 8월 말쯤 (한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에 대한 패소 이후 미 법원에 낸 인신보호 청원에 대한) 항소를 취소하면, 15일 안에 한국으로 가게 된다. 어떤 이들은 대선 전에는 절대 못 온다고 하는데 내가 미국에 있을 권리를 포기하면 미국 정부가 나를 잡아둘 이유가 없다.

그동안 한국 송환을 거부하면서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왜 마음을 바꿨나.

=다른 소송들 때문에 귀국할 수 없었다. 이명박 회장 쪽이 좋은 작전을 썼다.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게 만들어) 일단 나를 감옥에 넣어 디펜스(방어)할 수 없게 해놓고 내 재산 가압류 소송을 냈다. 그 민사소송에서 내가 이겼다. 미국 연방 판사가 2년 넘게 한 재판에서 사기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 미국 연방 검사가 대한민국 자료를 가져와서 제출했는데 384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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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준씨는 이명박씨 밑에서 일했을 뿐이고, LKe뱅크의 자회사인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씨라고 얘기해왔다. 사진은 LKe뱅크를 지주회사로 하고 BBK, e뱅크증권중개 등을 자회사로 설명하고 있는 브로슈어다. 이명박 캠프에선 이 브로슈어가 배포된게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그 재판 결과는 현재 미국 내 김경준씨의 재산이 한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 청구에서 적시한 횡령과 연관성이 없다는 얘기 아닌가. 미국 연방 재판부가 “횡령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을 낸 것인가.

=내가 옵셔널벤처스 자금 384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 그 자료(범죄인 인도 청구 공문에 딸린 확인서)대로라면 내가 횡령해서 이명박 회장과 관련된 사람에게 나눠줬다는 얘기인데 내가 바보인가.

횡령한 적이 없다면 한국 검찰이 없는 얘기를 만들어냈다는 말인가.

=그 부분은 정확히 모른다. 어쨌든 검찰의 자료를 보니 그렇게 나와 있는데 난 그런 적이 없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검찰 자료에는 돈을 송금한 날짜와 액수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계좌를 추적한 것으로 보이던데.

=한국 정부가 보낸 자료들을 보면 계좌 추적한 자료는 아니다. 이명박 회장의 비서였던 이진영과 직원 오윤선 차장의 진술이다. 더구나 이씨는 LKe뱅크에서 이 회장의 비서로 채용돼 옵셔널벤처스에서도 근무했고, 지금은 이명박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횡령뿐만 아니라 주가조작, 여권 위조와 도피 혐의도 받고 있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주가를 조작한 적이 없다. 난 미국인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내 여권으로 돌아온 것뿐이다. 도망쳐나온 사람이 LA시의 커미셔너(자문역)와 경찰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일을 했겠나.

주가를 조작한 적이 없다는 얘기는 뭔가. 가장매매, 고가매수, 허수매수 주문 등으로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끌어올린 기록이 있는데.

=옵셔널벤처스 주가가 올라갔다고 주가조작이라고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샀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가게 돼 있다. 거래되는 주식이 줄어들어 주가가 올라간 것이다.

실제 거래는 없으면서 허위로 매매한 것처럼 꾸미거나 불법적인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 아닌가.

=불법은 없었다. 그 부분은 한국 검찰에 직접 얘기하겠다.

내 회사면 정관 위조해 파워 줬겠나

주가조작에 LKe뱅크의 계좌가 40여 차례 동원됐는데 이명박 전 시장은 자신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이 어떻게 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

이명박 전 시장과의 관계가 궁금하다. 이 전 시장과는 언제, 어떤 계기로 동업하게 됐나.

=이 회장과는 1999년에 만났다. 한국에서 살로먼스미스바니라는 미국 투자은행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김백준 부회장(이 전 시장의 측근)한테 연락이 왔다. 그 회사는 외환은행과 합작한 회사였고 김 부회장은 외환은행 출신이었다. 학력, 경력 모두 조사해왔더라. 그래서 같이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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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예비후보는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될지 결정의 순간을 기다린다. 김경준씨의 송환은 그의 대선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까? 그 끝이 궁금하다.(사진/ 국회사진기자단)

누나(에리카 김)의 소개 혹은 그 인연으로 만난 게 아니었나.

=누나와 나는 일하는 분야가 서로 다르다. 이쪽에서 저쪽 사람 만날 일은 별로 없다.

이명박 전 시장은 줄곧 “BBK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LKe뱅크 동업자이긴 했지만 BBK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말을 돌려 하는 거 같은데 LKe뱅크는 지주회사였다. 그 밑에 BBK, e뱅크증권중개가 있었다. LKe뱅크가 BBK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었다. 한국 가서 검찰에 증거를 다 제출하겠다. 예전엔 BBK를 자기가 창업했다고 기자들에게 얘기해놓고 요새는 딴소리를 한다.

미국 재판 도중 이명박 전 시장이 세 가지를 약속했다고 주장해왔다. 의사결정권자이되 ‘사일런트 파트너’(배후 동업자)를 하겠다, 투자자와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등의 약속을 했다는데 말로 약속한 것인가, 아니면 문서화된 것이 있나.

=약속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 검찰에 진술하겠다.

이 전 시장은 BBK의 정관을 김경준씨가 위조했다는데.

=이명박 회장은 뭐든지 내가 위조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나. 내 회사면 왜 정관을 위조해서 이명박한테 파워를 주나(BBK는 2000년 5월 금감원에 공증된 정관 개정 신청서를 낸다. 개정의 핵심은 김경준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액면가로 지분 50%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 조항이 삭제되고 이명박씨가 이사회의 주도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하나은행이 LKe뱅크에 주주로 참여했다. BBK 정관을 다 보내줬다. 그런데 어떻게 위조하겠나.

하나은행의 투자 경위를 구체적으로 아나.

=하나은행은 액면가의 2배인 1만원씩을 내고 투자했다. 이명박 회장과 김백준 부회장이 김승유 행장(당시 하나은행장, 현재는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설득했고, 하나은행 실무자들이 검증을 다 했다.

이 전 시장과는 동업자 관계인가. 서로 역할 분담을 했나.

=파트너이긴 했지만 내가 이 회장 아래에서 일했다고 보는 게 맞다. 투자 유치는 이명박 회장이 모두 했다. 내가 그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알겠나. 삼성생명도 이 회장이 한 거다. 심텍 사장도 이 회장 옆집에 살아 가족이 서로 잘 알고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귀국 결심에 정부나 정치권 영향 없어

이 전 시장은 “김경준이 LKe뱅크의 출자금을 갖고 도피하는 바람에 내가 출자한 30억원과 하나은행 출자금을 대신 갚아준 5억원을 합쳐 35억원의 물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7월19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는 LKe뱅크의 출자금으로 e뱅크증권중개에 투자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벌어졌다. 진실이 뭔가.

=LKe뱅크는 자산이 큰 회사였다. 훔칠 맘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훔치지 않았겠나. 출자한 돈이 그대로 있었다면 1년 동안 직원들 월급, 비싼 건물 임대료, 각종 컴퓨터 장비 등은 무슨 돈으로 썼을까.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처벌이 무거울 텐데 그런데도 정말 귀국할 생각인가.

=모두 사실이 아니다. 1주일 이내에 옵셔널캐피탈(옵셔널벤처스의 후신으로 김씨를 상대로 횡령한 회사 자금 피해를 보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소송 판결이 날 텐데 그것도 내가 이길 것이다. 한국에서도 승소할 자신이 있다. 이명박 회장은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좋은 나라에서 소송하면 자신이 이길 거라고 했는데 이명박 회장이 이긴 건 하나도 없다.

혹시 귀국 결심을 굳힌 데에 한국 정부나 정치권 인사들이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가.

=전혀 없다. 그건 이명박 회장 쪽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다.

 

원문http://h21.hani.co.kr/section-021005000/2007/08/0210050002007081606730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