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遺産, 한자, 한자편지 010, 도끼(斤)①
도끼(斤)
1994년 7~8월 유적 답사차 지나의 탁록(涿鹿)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일행 중에 소림사에서 도끼 무술을 연마하신 ‘부월선사(斧鉞先師)’라는 분이 계셨는데, 연개소문의 쇠줄별 도끼부대 이야기, 도끼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왕실 근위군의 이야기, 더 올라가 치우천왕의 주력부대인 도끼군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흥미를 갖게 되면서 ‘도끼’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지만 당시로써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려 십 수년이 흐른 지금 다시 ‘도끼’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도끼’라는 이름은 ‘독’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해, 달, 별, 코, 눈, 입, 손, 발 등의 경우에서 보듯이 조어(祖語)들은 대부분 단음절어로 되어 있는데, ‘도끼’의 음을 축약하면 ‘독’이 되고 ‘독’을 길게 늘여서 발음하면 ‘도끼’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섬 ‘독도’를 일본인들이 ‘다께시마’라고 부르는 것에서 ‘독’이 ‘다께’로 변했다는 것을 참고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독’의 의미는 ‘장독대’의 ‘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장독대는 주로 집의 뒤쪽에 위치하며 여러 종류의 항아리가 놓여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왜 ‘뒤쪽’이며 왜 ‘항아리’일까요?
항아리는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으로 그 안은 언제나 어둠입니다.
해가 지고나면 세상은 온통 어둠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 어둠 속에서 낮을 지켰던 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아니 어디에 있다고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거대한 항아리가 있어 해가 그 속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아리는 어둠입니다. 어둠은 해가 들어간 항아리 속을 의미합니다.
고대에 항아리를 관(甕棺)으로 쓴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해가 매일 커다란 항아리(독,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자신들의 죽음도 그렇게 항아리(독,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표현했던 것입니다.
어머니들이 물 한 사발 받쳐 들고 장독대를 찾은 까닭도, 장독대가 어둠의 상징이고 물 담은 사발은 북두칠성의 상징으로 어둠속 북두칠성에게 소원을 빌려는 것이었습니다.
‘밤’은 ‘어둠’이며 ‘항아리’이며 ‘독’입니다. ‘해’가 ‘양(陽)’이면 ‘어둠’과 ‘항아리’와 ‘독’은 ‘음(陰)입니다. 하늘이 양이면 땅은 음입니다. 앞과 뒤, 밖과 안, 남자와 여자, 아버지와 어머니 등 음양의 상대적 개념은 이렇게 형성됩니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많은 것들이 그런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노자께서는 유무(有無), 강약(强弱), 미추(美醜), 대소(大小), ‘전후(前後), 강유(剛柔), 화복(禍福), 영욕(榮辱), 난이(難易), 진퇴(進退), 정조(精粗), 성패(成敗), 지우(智愚), 생사(生死), 손익(損益), 장단(長短), 고하(高下), 상하(上下), 좌우(左右) 등 무려 80여개의 상대적 관계에 있는 용어를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도끼’가 ‘독’에서 비롯되었다면 ‘독’이 ‘음’, ‘어둠’의 의미였던 것처럼 ‘도끼’ 역시 ‘음’, ‘어둠’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야 합니다.
도끼의 용도를 보면, 도끼는 주로 나무를 베거나 켤 때 사용합니다.
나무를 기르는 것은 해입니다.
해가 지나면 자라는 나무는 해가 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가 기른 나무를 자르는 것은 해를 먹어치우는 어둠(항아리, 독)의 기능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무와 도끼는 서로 상대적인 음양의 관계에 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궁중의 여인들이 도끼 모양의 옷(당의)을 입는 것도, 원효대사가 ‘자루 없는 도끼’를 외친 것도 ‘도끼’가 ‘여성’의 상징으로, ‘도끼’의 속성이 ‘음’, ‘어둠’과 같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도끼를 나타내는 한자는 ‘斤’입니다.
‘斤’은 ‘도끼 근’자 이므로 사람들은 이 글자 속에서 ‘도끼’의 모양을 찾으려 합니다만 사실 ‘斤’자는 ‘도끼’의 모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만약 ‘斤’이 ‘도끼’의 모양이라면 ‘祈(빌 기)’자는 어떻게 풀이할까요? ‘기도(祈)’와 ‘도끼(斤)’는 무슨 관계일까요?
‘斤’자는 지금은 모양이 변했지만 원래는 ‘厂+乙’로 된 것으로, ‘厂’은 ‘봉지(封地)’를 나타내고 ‘乙(새 을)’은 어떤 제후의 이름입니다.
따라서 ‘斤’자는 제후가 임금으로부터 받은 ‘봉지(封地)’를 의미합니다.
봉지를 ‘厂’으로 표시하는 것은 나라를 ‘□’으로 표시하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은 경계가 확정된 영토를 의미하고 ‘厂’은 ‘□’의 절반의 모양으로, 절반이 열린 것은 개방된 자연 공간, 영역을 의미합니다. 개간이 필요한 자연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봉건군주제는 도성 주위의 땅을 제후에게 분봉하고 봉지를 받은 제후는 농민을 이주시켜 경작하고 군사를 길러 도성을 보호하도록 하는 제도로써, 봉지로 선정된 지역에서는 먼저 벌목이 이루어지는데 이 작업에 아주 편리하게 사용했던 도구가 있었습니다.
해를 먹는 어둠처럼, 해를 담는 항아리처럼 강렬하다는 의미에서 이 도구를 ‘독’이라 불렀습니다. ‘독’이 ‘도끼’로 변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나무(양)를 이기는 독(음), 나무(양)를 자르고 켜는 도끼(음)라는 의미입니다.
‘斤’이 ‘도끼’ 외에 ‘대패’ 등 다른 도구의 의미를 갖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斤’의 ‘봉지’의 의미를 회복하면 다음 글자들의 풀이가 자연스럽게 됩니다.
近(가까울 근) : 도읍과 봉지는 서로 가깝다
祈(빌 기) : 제후가 임금에게 일과를 보고하듯 일상을 하늘에 고하는 것
伒(서로 근) : 도읍과 봉지는 서로 상대적 관계에 있다
新(새 신) : 봉지를 받아 새로이 개척하다
薪(섶나무 신) : 봉지에서 벌목한 나무는 땔감이라는 의미
析(가를 석) : 봉지에는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는데 이들을 가려내다
冖(덮을 멱) : 완전히 덮었다는 의미
厂(기슭 엄) : 개방된 공간의 의미(冖의 절반의 모양)
<글/조옥구/한자의 기막힌 발견의 저자>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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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러한 것들이 사전에 양해를 얻고 상의를 나눈 것이 아니라 조옥구교수님께 불편을 드릴지도 모릅니다만, 그냥 내 지릅니다.
^^
많은 분들이 구독하시고 공감하시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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