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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한나라당이 시도하는 방송법개정의 허구성에 대한 검토

전문가들 “글로벌 미디어기업 현실성 없다”
“국내 방송시장 규모 작아 한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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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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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태(두번째 줄 맨 왼쪽)·문지애(두번째 줄 왼쪽 세번째) 아나운서 등 <문화방송> 노조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옥 로비에서 파업 농성을 벌이며 ‘언론악법 막아내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여권은 재벌과 신문의 지상파 진출을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 등의 논리를 앞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송 소유 규제를 허물기 위해 동원된 이런 논리는 실증적인 현실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론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론’에 대한 업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먼저 국내 방송시장이 작아서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꼽는다.

미국 방송시장은 세계 1위 규모로 프로그램 판매시장까지 합치면 한해 매출액이 1600억달러에 이른다.

10조원 수준인 우리나라 방송시장 매출의 17~18배 규모다. 미국이 1800원을 보고 투자할 때 우리는 100원을 보고 투자하는 격이니 ‘투자 대비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나 삼성이 1990년대 중반 드라마 채널 등 영상산업에 뛰어들었다가 외환위기를 전후해 모두 털고 나온 것도 수익창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규석 씨앤엠(종합유선방송사업자) 사장은 “우리나라는 시장규모가 작아 콘텐츠 투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국시장을 뚫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글로벌 기업을 말하기 이전에 콘텐츠 사업자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걸림돌은 언어장벽이다.

윤석년 광주대 교수는 “홍콩의 영상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16억~17억명의 중화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3의 언어로 거대 언어와 문화권을 뚫기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영어와 중국어권 밖에서 글로벌 미디어기업으로 성장한 곳을 찾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이 지상파에 진출하려 한다면 이는 뉴스를 통한 영향력 확대 차원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우세하다.

 

■ 지상파 독과점론

2000년과 2006년 사이 지상파 방송의 시청 점유율은 85%에서 70% 수준으로, 방송광고 매출액 점유율은 92%에서 70%로 떨어졌다.

이 기간 유료방송의 시청 점유율은 3%에서 22%로, 방송광고 매출액 점유율은 8%에서 30%로 상승했다.

유료방송과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지상파의 점유율을 갖고 간 것이다.

오히려 지상파가 제공하는 양질의 콘텐츠가 자체 제작이 미비한 케이블 성장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정두남 한국방송광고공사 연구위원은 “지상파 공영방송은 방송통신 융합시대라고 해서 지위가 약화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보호육성해야 할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 사후규제는 세계적 추세인가

한나라당은 소유 규제를 모두 풀고 모든 문제점은 외국처럼 사후에 규제하자고 주장한다.

방송법 개정안은 ‘광고정지’ ‘방송정지’ ‘재허가 기간 단축’ 등의 강력한 제재조처를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동일 지역 내 겸영을 막고 있고, 영국은 시장 점유율 20% 이상인 전국지가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없도록 사전 규제를 한다.

사전 규제를 하지 않는 사후 규제는 실효성에 의문이 있고, 비판 프로그램을 향한 제재로 남용될 우려도 높다.

 

권귀순 기자gskwon@hani.co.kr

 
기사등록 :2009-01-02 오후 06: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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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009-01-02 오후 11: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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