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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MBC 신경민 앵커 "방통위원장이 정명 찾으라 공갈 칠 일 아니다"

신경민 앵커"방통위원장이 정명 찾으라 공갈 칠 일 아니다"


 - 삼성이나 권력층들이 접근 어려워 불편했을 것
 - 파업 대의명분 뚜렷…나이 든 부서장들도 이해

(한겨레신문 / 권귀순 / 200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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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민 앵커. <한겨레> 자료사진
"재벌에게 소유권을 나눠주는 게 '정명'인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찾으라고 하는 '정명'은 찾고 싶지 않다. 공영성이 형편없는 가치라면 버리라고 해야지, '정명'이 아닌 '정명'을 찾으라고 공갈칠 일이 아니다."

'정곡'을 찌르는 마무리 멘트로 뉴스 진행자로는 이례적으로 포털 검색순위 1위에 오르곤 하는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그는 27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어정쩡한 공영이 문제라면, 진정한 공영을 어떻게 구현할까라는 질문을 해야 했다"며 민영인지 공영인지 정체성을 확실히 하라는 최 위원장의 19일 '정명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신 앵커는 한나라당 언론관계법안에 대해서도 "경제논리와 기업논리로 포장된 허구"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문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방송시장도 위축돼 콘텐츠 제작이 어려운 단계"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재벌과 큰 신문이 들어온다고 콘텐츠가 얼마나 좋아질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신문과 방송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180도 다른 쪽에서 헤맬 게 아니라, <비비시>와 같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어떤 재원으로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하는 게 핵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상파에 재벌이 들어오면 "방송사마다 비슷한 싸구려 저질 프로를 양산할 것"이라며 "완전히 방향 없는 나쁜 의미의 시장경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저널리즘의 본령은 정치·경제·사회·언론사 내부 등 '모든 것에 대한 비판'이라는 신 앵커는 한나라 법안이 통과되면 방송저널리즘을 누구에게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단언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실현해 보지도 못하고 뒷걸음치니 민주주의의 발전은 기약이 없다. 지금은 헌재가 또 하나의 권력으로 분화했듯 다권분립 시대다. 그러나 관료제는 엽관제로 전락하고, 정당도 형식적으로 존재하고, 실질적 권력분립이 안 됐다. 정치적 자유,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저널리즘이 살아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광고로 운영하면서 공적인 운영체제를 지닌 독특한 구조 때문에 문화방송에 대해 '노영 방송'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곤 한다. 주인 없는 회사에서 노조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앵커는 "주인을 만들어준다고 잘 되리란 법은 없다"면서 "지금 내부에서는 우리가 진정 공영적 프로를 얼마나 만들었냐 하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혜진 앵커의 파업 참여로 스포츠뉴스까지 단독진행을 하게 된 그는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파업은 대의명분이 뚜렷하다"는 한마디로 파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이 든 부서장들이 도맡아서 하느라 힘들지만 이런 '나쁜 놈들' 하는 분위기는 없다. 엠비시는 파업 경험이 많다. 에스비에스와 케이비에스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90년대 파업할 때만 해도 파업 참가자와 시니어가 적대적 관계였다. 파업을 여러 차례 겪으며 이런 부분이 해소되고 서로 이해하게 됐다. 다같이 잘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한다."

왜 정권은 문화방송의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대뜸 "불편한 거 아닌가?"라고 했다. "엠비시 보도는 밖에서 접근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가령 삼성이나 권력층 같은 힘이 있는 사람이 대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건 사안에 따라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오만하다고 볼 수도 있겠고, 답답한 조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81년 문화방송 기자로 입사한 신 앵커는 지난 3월부터 뉴스데스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라디오 뉴스 진행을 할 때부터 앵커는 객관·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깨고 주관이 가미된 직설적 멘트로 주목 받았다.

다음은 신경민 앵커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클로징 멘트가 인상적이다.

= 하루종일 뉴스를 보니까 어떤 말로 마무리 할지 나름대로 고민해서 직접 쓴다. 어떤 사안은 직접 취재도 한다. 멘트는 그날 뉴스를 강조하는 역할도 하고 빠진 뉴스를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신문 주요기사가 방송에서 빠질 수가 있다. '문근영 기부'와 '미네르바'는 그날 뉴스에 많이 나왔지만 최종 뉴스편집에서 빠졌다. 대부분 다루는 건을 빠뜨리면, 앵커 멘트로 보완을 한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뉴스로 다뤘지만, 시각이 빠졌거나 어떤 측면을 안 짚었다면 멘트로 보완을 한다.

- 앵커로서 주관적 시각을 담는 편인데?

= 앵커는 객관·중립적이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무색무취여야 한다는 게 교본처럼 통용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다? 무엇을 위한 중립이고 객관인가. 무색무취가 지고지순한 가치가 될 수 없다. 70년대부터 지금과 같은 뉴스제작시스템이 정착된 이래 삼십여년 동안 앵커의 자율권을 침해한 적은 거의 없었다. 앵커가 상층부와 은밀한 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가끔 편집 라인에서 멘트에 대한 제안을 할 때가 있지만 사전검열은 없다. 사후 시비가 붙는 경우는 있다. '뉴스데스크' 진행 9개월 동안 몇차례 불평이 있었다. 부장 후배들이 불평을 하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고 내가 지나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클로징 멘트에 우려를 하는 것은 보도국이 집합체라서 그렇다. 종일 협의를 하면서 뉴스를 만들고 데스킹을 거쳐서 리포트가 나가게 되는데, 앵커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불만이 터질 수 있다.

그밖에 보도국장 통해 공식적으로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지난 5월 8일 다음과 같이 클로징 멘트를 했다.

"쇠고기 협상의 진실을 시사하는 보도가 나왔습니다.4월18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미국 백악관 영빈관에서 대통령 주재로 심야 긴급회의가 있었고 그로부터 3시간 뒤 며칠째 밀고 당기던 협상이 타결됐다고 합니다. 광우병 보도에 불만이 많은 조선일보가 오늘 3면에 쓴 거라서 맞을 걸로 여겨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 워싱턴 사정에 밝은 당국자는 너무 정확해서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취재 정곡을 찔렀습니다. 목요일 뉴스데스크 마칩니다.고맙습니다."

<조선> 이하원 특파원이 쇠고기협상이 타결된 날, 대통령 주재 긴급비상회의를 시간대별 분석한 기사를 소재 삼은 멘트다. 청와대와 극적 타결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심을 풀어주는 기사였다. 당시 나온 기사 중 가장 정확한 기사라고 판단됐다. 촛불에 부정적인 조선이 이런 기사를 냈다는 것은 굉장히 정확하고 정곡을 찌르는 기사라는 걸 기자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기사 내용 중 외교부 북미국장이 "더이상 할 말이 없다"라고 하는 부분도 있다. 이 말은 사실임을 확인해주는 말이다. 나도 그날 외교부 통해 직접 확인했다. 기자로서 전공이 외교·통일·법조이고 아직 취재원이 많다. 그래서 조선 기사를 칭찬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싫어했다. 남의 보도로 왈가왈부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었다. 내 취재와 조선 기사를 보고 판단하건대, 정확하고 좋은 기사였다. 멘트와 관련해 관련, 회사로부터 공식적 비난이 몇 번 더 있었다. 내부에서는 좋다는 반응도 있고, 그렇지 않은 반응도 있고 엇갈린다. 100% 지지나 100% 반대는 없는 거 아니냐. 내 나름대로 팩트를 체크하고 크로스체크도 해서 뷰포인트와 논리를 담으려 한다.

- 멘트가 직설적이면서도 은유가 많이 들어있다.

= 나는 드라이하게 하는 게 원칙이다. 기자로서 그렇게 훈련 받았다. 그런 분위기가 났다면 고향의 영향일 것이다. 예향 전주가 문학적 예술적 분위기가 있고 내 몸에 그런 기운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책과 소설을 많이 봤고 유소년, 청소년기를 그곳에서 보냈다. 어려운 시대에 대학생활, 기자생활을 했다. 기자의 본령은 비판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 경제 사회에 대한 비판, 언론사 내부권력에 대한 비판, 모든 것에 대한 비판이다. 천성적으로 비판 유전자를 타고난 것 같다.

- 파업으로 박혜진 앵커가 빠지고 혼자 진행하고 있는데?

= 스포츠뉴스까지 하려니 체력적으로 힘들다. 일은 두배다. 어제(26일) 같은 경우, 양당 원내대표 인터뷰까지 있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일이 굉장히 많아졌다. 숫자로 환산하면 40% 이상쯤? 엠비시는 파업 경험이 많다. 에스비에스와 케이비에스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90년대 파업할 때만 해도 파업 참가자와 간부급이 적대적 관계였다. 파업을 여러차례 겪으며 이런 부분이 해소되고 서로 이해하게 됐다. 남아서 일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파업하는 사람도 힘들다고 이해한다. 이번 파업은 대의명분이 뚜렷하다. 너희가 파업하면, 우리는 뉴스를 메우고, 공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역사는 비약이 없는 것 같다. 한번씩 경험함으로써 상호이해의 풍토가 쌓였다. 보도국에 전반적으로 그런 정서가 형성돼 있다. 다같이 잘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한다. 각 부서 힘들지만, 이런 '나쁜 놈들'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 뉴스는 어떻게 만들고 있나?

= 부장급들이 모두 리포트를 하고 있다. 나가서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비조합원인 조연출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것도 하나의 경험으로 축적될 것이다. 수십명이 만들어야 할 것을 몇 명이 야근·숙직까지 같이 하면서 만들려니 굉장히 힘들다.

- 언제까지 그런 상황이 지속될 것 같나?

=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 누가 알겠나. (언론관계법안이) 상정돼서 통과될지, 어느 선에서 합의가 될지, 어떤 논란이 불거질지,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있어 예상이 불가능하다.

-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법안 비판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 보도국 탐사팀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 이 팀은 파업과 상관없이 일을 한다. 좋은 기사들이라 생각한다. 그간 질문만 하고 답을 모르던 것이 보도를 통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그중 이호찬 기자가 리포트한 '방송법 개정 주도 핵심의원들 말바꾸기'는 근래 나간 것 중 아주 좋은 기사였다.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과 법안을 대표발의한 나경원 의원이 신문이 지상파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고, 유인촌 장관은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종합편성채널도 겸영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신문의 지상파 소유땐 여론독과점이 우려된다가 했다가 아이피티브이(IPTV) 수백개 채널이 생기기 때문에 여론독과점이 안 된다고 말을 바꿨다. 기사는 2분이었지만 발언을 찾아내는 데 이틀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고생한 합작품이다.

- 파업 이후 뉴스 시청률은 변화가 있나?

= 시청률은 신경 쓸 단계가 아니다.

- 자사이기주의에 전파를 썼다는 비판도 있는데?

= 그런 식으로 계속 공격하리라 예상했다. 우리는 자사이기주의라는 비난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기보단 이번 법안 개정안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다. 노조 전략도 그렇다. 법안의 허구성과 그것이 통과됐을 때 그 결과는 너무나 자명하게 짐작이 가는 바다.

- 엠비시에게 공영이냐 민영이냐 선택하라고 했는데?

= 엠비시가 어정쩡한 공영이란 지적은 맞다. 엠비시는 공식적으로 민영화 반대다. 현 체제에서 진정한 공영화를 이루기 위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아주 많은 방안이 있고, 토론 필요하다는 부분 수긍하지만 어느 재벌에게 소유권을 나눠주는 건 방향이 전혀 다르다. 최시중 위원장이 정명 찾아라 하는데 정명을 찾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건 정명이 아니다. 철학이 다르다. 진정한 공영 어떻게 해야 하나 얘기해보자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 광고 100%로 운영되는 공영이 이상하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 지난 정권이 만들어놓은 걸, 땜질하다보니 정치권이 또 이상한 대안을 내놨다. 엠비시의 책임이 아니다. 그 또다른 정치권이 정명을 찾아라 하고 엠비시에게 요구할 게 아니다. 질문과 처방이 아니다. 진정한 저널리즘 구현하기 위해 어찌 수선할지 얘기해보자 하는 게 진정한 생각이다. 하여튼 공영성이란 게 형편없는 가치라면 버리라고 해야지, 정명을 찾아라고 공갈칠 일이 아니다. 이 체제를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고.

- 어정쩡한 공영이 무슨 문제인가?

= 통제가 어렵다는 거다. 힘의 공백상태를 노조가 차지한다고 본다. 우리 내부의 반성은 지금 체제에서 공영적 프로를 얼마나 만들었냐고 자문하는 것이다. 어떤 구조나 제도도 좋은 프로를 만들기 위한 100점은 될 수 없다. 공영으로서 좋은 점수 받았냐, 좋은 사장이며 임원이냐, 좋은 기자와 피디였나, 내부 반성은 필요하다. 그러나 주인을 만들어준다고 잘되리란 법은 없다.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정명 찾아라고 얘기할 건 아니다.

- 엠비시를 민영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 불편한 거 아닌가? 엠비시 보도, 밖에서 접근하기 어렵다고 한다. 가령 삼성 같은 데나 권력층 같은 힘이 있는 사람이 대화하고 접근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건 사안에 따라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오만하다고 볼 수 있겠고, 답답한 조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이번 법안의 허구성은 뭔가?

= 제일 중요한 건 그 법들이 경제논리와 기업논리로 포장됐다는 것이다. 신문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방송시장도 위축되고 망 사업자(IPTV 사업자)만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콘텐츠 제작이 어려운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과 큰 신문이 들어온다고 콘텐츠가 얼마나 좋아질까.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지, 이를 위해 어떤 걸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은 없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어떤 재원을 갖고 만들까 사회적으로 주요하게 논의해야 한다. 비비시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느냐, 양질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까를 얘기 안하고 신문과 방송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며 논의의 초점을 흐린다. 핵심에 못들어가고 헛다리 짚고 180도 다른 쪽에서 헤매고 있다. 망 사업자가 케이블티브이보다 콘텐츠에 더 투자할까? 논점이 겉도는 것은 모두 경제논리·기업논리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아이피티브이는 기술 발전에 따라 어느 나라나 다 구현하게 돼 있다. 시기의 완급이 있을 뿐이다.

80년대 공영방송 시스템이 가동됐으니, 이게 만족스런 시스템이냐, 공영방송을 우리가 진실로 해봤냐, 더 완벽한 방송시스템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재벌이나 신문이 들어와야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하는 게 합당하냐?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할 방식에 대해서는 지난 30년간 실패 사례를 분석해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멸한다.

- 법안이 가져올 결과는?

= 방송사마다 싸구려 저질 프로를 비슷하게 양산해낼 것이다. 완전히 방향 없는 나쁜 의미의 시장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상업방송이 득세할 것이다.

- 또 다른 우려점은?

= 제대로 된 방송을 갖지 못하면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어렵다. 저널리즘의 본령은 비판이다. 신문 몇 개는 남을지 모르지만, 방송 저널리즘은 누구에게도 기대할 수 없다. 저널리즘이 빠진 사회는 결국 퇴보한다. 우리는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실현해보지도 못하고 뒷걸음이니 민주주의 발전이 기약이 없다. 근대사회가 이룬 제도와 사상 이념들을 제대로 적용해보지 못하고, 후세들에게 전해줄 수도 없게 된다. 저널리즘 없이 삼권분립의 민주주의를 일굴 수 없다. 사법에서 헌재가 또 하나의 권력으로 분화됐듯 지금은 삼권뿐 아니라 다권분립시대다. 다권분립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이 중요한 축을 이룬다. 신문·방송·통신 융합시대라는 상황을 맞아, 우리 정치 지도자가 근대에 창조해낸 여러 우수한 이념적 제도적 장치를 형식적으로 하다가 이렇게 후퇴시키려는 게 안타깝다. 형식적 권력분립은 우리 민주주의의 한계다. 실질적 권력분립이 진정한 의미다. 정당도 형식적으로 존재하고, 관료제는 엽관제로 돼버리고 실질적 권력분립이 안 된다. 투표도 겉으론 비밀투표하고 바꿔치기 같은 부정 없지만 결국 학연, 지연, 혈연에 따라 충분한 숙의 없이 선거를 치른다. 실질적 권력분립, 정치적 자유, 실질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저널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가 법안을 법대로 처리할 것 같나?

=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에만 무게중심을 둔다면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숫자로 강행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민주주의는 진짜로 얘기해 보겠다 하고 논의를 하려는 마음이다. 마음 자체가 없다면 여론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 권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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