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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KBS 새 사장 이병순씨 임명제청 ‘거수기’ 이사회의 허망한 쇼

3시간만에 4명 면접·후보 선출…사원들 “출근 저지”

KBS 이사회 ‘임명제청’ 강행
‘사전면접’ 논란 김은구씨 우회해 ‘차선’ 택한듯
민주당 ‘국정조사’ 요구…여 “정당한 의견수렴”    
  김동훈 기자  
 
청와대가 <한국방송> 새 사장 선임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이사회가 새 사장 임명을 강행함에 따라, 이번 이사회 결정의 효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방송 노조는 이병순 사장 후보에 대해 낙하산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케이비에스 사원행동’ 쪽은 출근저지투쟁을 공언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물론이고 정연주 전 사장 퇴진운동에 앞장섰던 ‘케이비에스 공정방송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어 청와대 개입을 강하게 비난했다.

범국민행동은 성명에서 “정치권력에 영혼을 팔아버린 이사회의 어떤 결정도 인정할 수 없다”며 “오늘 이사회가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공정방송 노조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대리한 대통령 비서실장과 제청권을 가진 케이비에스 이사장 등 방송장악 4인 회의 지시대로 움직인 케이비에스 이사회의 면접 대상자 선발은 낙하산 지명이 분명해진 이상 당연히 무효”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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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입 의혹은 비단 ‘대책회의’뿐이 아니다. ‘대책회의’ 이전부터 주요 언론들이 ‘청와대 관계자’ 또는 ‘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3명 압축설, 유력 후보설 등을 보도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공모가 끝나기도 전에, 지원자가 한명도 없던 시기에 나온 기사였고, 이 말의 진원지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었다”며 “한국방송 사장은 이사회가 단수추천하는 것인데, 청와대 낙점 구조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사회가 새 사장 선임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도 ‘청와대 개입설’의 설득력을 높인다.

이사회는 지난 11일 정연주 전 사장이 해임되자 지난 13일, 21일, 25일 세차례 이사회를 열어 모든 사장 선임절차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사원행동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장소를 옮겨가면서 사장 선임 절차를 강행했다.

야권 성향 이사들은 사장 선임 과정에서 “면접대상자를 되도록 많이 늘리자”, “심사숙고해 결정하자”고 거듭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5일 이사회에서 중도 퇴장한 남윤인순 이사는 “(17일 모임을 통해) 사전면접을 봤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면접을 나중에 다시 진행할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25일 이사회는 최종 사장 후보를 선임하는 면접 자리였지만 낮 12시께 야당 성향 이사 4명이 퇴장한 뒤 불과 3시간여만에 네 후보에 대한 면접과 최종후보 선출을 끝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사들이 거수기 노릇만 하고 이사회의 사장 선임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새 사장에 임명제청된 이병순 사장은 가장 유력한 사장후보로 거론되던 김은구 전 이사가 이른바 ‘대책회의’에 참석해 ‘사전 면접’을 봤다는 의혹을 사면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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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류는 이사회 전부터 감지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은구씨를 정권이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지명할 이유가 없다”며 “청와대 안에서는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사장이 임명제청됨에 따라 한국방송 구성원들의 대응 움직임도 부산해졌다.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고 출근저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승규 노조위원장은 “어제 부위원장이 다 말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강동구 부위원장은 전날 “김은구 전 이사 이외의 후보 4명에 대해선 낙하산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었다.

노조는 이날도 본관 앞에서 연좌농성만 벌였을 뿐 사원행동의 이사회 저지 실력행사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따라서 노조는 이미 조합원 투표로 ‘총파업’이 가결됐지만 실제 파업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이명박 정부의 한국방송 장악 음모’를 밝히기 위해 곧 국정조사 요구서를 내기로 하는 한편, 이른바 ‘7인 비밀회동’ 참석자들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금명간 제출하고, 케이비에스 사장 선임과 관련해 비합법적이고 음모적인 실세 대책회의 참석자들에 대해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고발할 것을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7인 비밀회동’을 “한국방송 정상화를 위한 정당한 의견수렴 과정”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김동훈 이문영 기자cano@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306600.html
 


[사설] ‘거수기’ KBS이사회의 허망한 쇼  한겨레사설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어제 후보자 면접을 거쳐 이병순씨를 새 사장으로 임명해 달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여러 차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친정부 성향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

이사회 내의 문제제기나 한국방송 직원들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그동안에도 회의장을 여기저기 옮기거나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을 불러들이는 따위 파행을 거듭했다.

법적·도덕적 정당성을 태연히 무시하는 후안무치가 놀랍기만 하다.


한국방송 이사회의 이런 저돌성이 정권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점은 이미 드러난 터다.

정연주 전 사장 해임 과정에서 저지른 온갖 무리수부터 그러했다.

방송통신위원장과 대통령실장 등 정권 실력자들이 한국방송의 새 사장 후보 등과 몰래 만난 지난 17일 비밀 대책회의에는, 이런 자리엔 끼지 말아야 할 유재천 한국방송 이사장까지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유 이사장의 구실이 무엇이었겠는가. 낙점된 후보를 이사회에서 공식화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유 이사장 자신한테도 부끄러운 일이거니와, ‘거수기’ 꼴이 된 이사회의 공정성도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도 유 이사장과 이사회가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새 사장 선임을 강행한 것은 염치도 금도도 내팽개친 행위다.

이사회는 사장 선임에 앞서 신뢰를 되찾을 방안부터 마련해야 했다.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유 이사장의 사퇴와, 공모 절차의 중단이 먼저 이뤄져야 했다.

그런 최소한의 노력은커녕 아예 비판에 귀 닫고 형식적인 절차를 밀어붙였으니 더 큰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정치적 목적으로 방송을 장악하는 데 이사회가 힘을 보탰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밀 대책회의 당시 사장 후보로 가장 유력했다는 김은구씨가 최종 선정에서 제외됐다지만, 사장으로 제청된 이병순씨 역시 일찍부터 청와대 등 정권 핵심들이 호감과 함께 유력 후보로 꼽았던 인물이다.

이런 마당에선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은 헛된 포장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이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방송 출신인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이 공영방송 영구 중립화 방안을 내놓는 등 귀기울여 들을 만한 제안도 있다.

비판과 충고를 무시하고 사장 임명을 강행한다면 방송을 장악해 권력의 도구로 삼으려 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3066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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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사장 이병순씨 임명제청

이사회, 일부 이사 퇴장속 선출강행
사원행동 “청와대 낙점…출근 저지”   
  김동훈 기자 이종근 기자  
  
<한국방송> 이사회는 25일 정연주 전 사장 후임에 이병순 케이비에스(KBS) 비즈니스 사장을 선임하고 대통령에게 임명제청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께 이 사장을 한국방송 새 사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케이비에스 사원행동’은 “청와대가 사실상 낙점하고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만 했다”면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혀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6층 제3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5명으로 압축한 후보 가운데 이 사장과 김은구 전 한국방송 이사, 김성호 전 케이비에스아이(KBSi) 사장, 심의표 전 케이비에스 비즈니스 감사 등 4명을 면접한 뒤 이 사장을 최종 사장후보로 선출했다.

이사회는 이 사장의 임명제청 사유에 대해 “케이비에스에 대한 전문성이 탁월하고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안동수 전 한국방송 부사장은 이사회에 앞서 “이번 사장 선임과정에서 제가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되지 못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야당 성향 이사 4명은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한 해명과 사장후보 재공모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 도중 퇴장했다.

남윤인순 이사는 “사장을 내정했다는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거수기 노릇을 할 수 없어 퇴장했다”고 말했다.


사원행동은 오후 1시께 사원 200여명이 5층에서 6층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에서 6층 진입을 시도하며 청원경찰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고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송장악·네티즌 탄압저지 범국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이사회는 관객들이 다 알고 있는 시나리오를 읊조리는 연극배우들의 충실한 공연일 뿐”이라며 “이사회의 어떤 결정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동훈 이문영 기자cano@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3065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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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티케이’ 자처 친여성향 이병순은 누구

KBS미디어 사장 시절 인력감축 등 추진   권귀순 기자   
 
<한국방송> 이사회가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한 이병순 ‘케이비에스 비즈니스’ 사장(59)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경북고 동기로 스스로 ‘정통 티케이’를 자처하는 친여 성향의 인물이다.

깐깐한 성품과 밀어붙이는 업무 스타일로 ‘독일 병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한국방송 사원들 사이에서는 유신과 땡전 뉴스 등 관영방송 시절의 옛날사람이어서 공영방송 수장을 제대로 해낼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 사장은 77년 한국방송 공채 4기 기자로 입사해 90년대 파리·베를린 특파원을 거쳐 보도국 사회부장, 경제부장, 취재1주간 등을 지냈다.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 김인규씨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공채 1기인 김인규씨가 뉴미디어본부장을 지낼 때 그 밑에서 국장으로 일했다.


보도국 데스크 시절,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치밀한 업무 처리로 “기자 양성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융통성이 없고 깐깐하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워낙 세밀한 곳까지 개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어서 제작 자율성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0년대 신군부 시절 대통령의 외국 순방 전후에 제작하는 보도 특집을 많이 만들었으나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는 평이다.


2004년 한국방송 자회사인 ‘케이비에스 미디어’ 사장 시절,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을 통해 적자를 흑자구조로 바꿔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실적관리는 철두철미하게 하지만 리스크가 걸린 일은 도모하지 않은 결과”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케이비스 안에서는 그가 사장에 취임하면 경비 절감을 통한 수지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시청률이 높지 않아 광고 수입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축소 및 관련 인력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특히 피디들이 이 사장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권귀순 이문영 기자gskwon@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3065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