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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숨도 못쉬는 한나라…靑 국정 일방독주에 ‘조용한 여당’

숨도 못쉬는 한나라…靑 국정 일방독주에 ‘조용한 여당’  입력: 2008년 08월 24일 18:10:20 
 
이명박 정부 6개월 만에 한나라당은 목소리없는 ‘조용한 여당’으로 탈바꿈했다. ‘

당청 일체론’ 속에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라는 자조가 나올 만큼 청와대의 그림자로 전락한 것이다.

4·9총선, 7·3전당대회를 거치며 당이 온전히 ‘친이 체제’로 변모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는 청와대의 국정 일방독주 속에 국회의 정치력을 무력화하고, ‘대의정치’의 위기를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정부의 KBS 사장 선임 대책회의 파문은 ‘그림자 여당’의 단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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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거센 비난에도 한나라당은 “청와대에서 경위를 설명한 것으로 안다.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침묵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22일 잇달아 당직자와 사무처 직원들을 불러 “이제 행동할 준비가 됐다”며 하반기 정국 반전을 위해 여당 단속에 나선 상황에서 다른 목소리가 수면 위로 나오기는 어려웠다.


대규모 8·15 재벌 사면 등 민감한 정국 현안이 터질 때마다 “이 대통령의 고뇌에 찬 큰 결단” 등으로 뒷받침하기 바쁜 상황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 여당을 앞세운 당·정협의도 “정부가 안을 만들어 오고, 그것을 보고 의견을 말하는 식이다.

안을 주지 않으면 우리도 내용을 모른다”(정책위 관계자)는 게 여당의 현주소다.

실제 8·21 부동산 대책에 신도시가 포함된 것 또한 발표 전날까지도 몰랐다는 후문이다.


촛불 정국 당시 “당이 주도해 민심을 전달하겠다”던 ‘당우위’론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 셈이다.

대신 인터넷 규제 법안, 촛불시위에 대한 보복성 법안 등 소위 ‘MB노믹스’의 전위대로 나서는 흐름이다.


‘그림자 여당’은 박희태 대표 체제를 필두로 당의 요직을 주류인 친이계가 ‘싹쓸이’ 하다시피 한 영향이 크다.

이들 친이 인사들이 ‘청와대의 뜻’을 전파하고 방어하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다.

반면 당내 유일한 견제 세력인 ‘친박계’는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전략적 ‘방임’을 선택, 청와대의 일방 독주는 견고해지는 흐름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국회의 대립·갈등을 심화시키며 정치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의 자율성이 제약되면서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공간이 극도로 위축된 때문이다.

청와대가 지난달 31일 여야의 국회 원구성 합의를 전화 한 통으로 뒤집은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국회 공전은 지난 19일까지 82일간 이어졌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청와대가 여당 의원들에게도 신뢰를 주지 않고 있다.

그러니 여당이 문제 해결 능력이 없고, 국회나 시민사회와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당·청 관계에서 자율적인 힘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광호·이고은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8241810205&code=910402

 

 

 

[사설] ‘비공식 권력’은 독약이다
한겨레신문사설


<한국방송>(KBS)의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몰래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것에 대해 반발과 비판이 무성하다.

정권 차원의 방송장악 음모가 분명히 드러난 것이니 당연한 반응이다.
이번 일의 심각성은 이것 말고 또 있다.

청와대는 스스로의 다짐과 달리 제 소임과 권한을 넘어 몰래 방송과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

곧, 권력의 비정상적 행사다. 방송 중립을 앞장서 지켜야 할 방송통신위원장과 한국방송 이사장은 했던 말을 어기고 함부로 권력과 밀통했다.

그 역시 금도를 넘은 파행이다.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졌으니 정상적인 소통과 합법적 절차는 찾을 길이 없게 된다.


이런 비정상과 파행의 중심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있다.

최 위원장은 비밀 대책회의에 대통령실장과 대변인 등 청와대 실세들까지 불러냈다.

한국방송 사장 임명에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그가 이런 회의를 소집하고 주재하는 등 거침없이 월권을 자행한 것도 놀랍지만, 정권 내부에서 이런 일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은 더 경악스럽다.

그는 이미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사퇴를 공공연히 재촉하는 등 권한을 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정권 내부의 권력 다툼이나 인사 문제에 대해서까지 발언권을 행사한다고 한다.


그가 이런 권력을 누리는 것은,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선거나 임명에 의해 정당하게 주어진 권력이 아니다.

주어진 권한 범위도 벗어난다.

그런데도 정권 내에서조차 견제를 받지 않은 채 비공식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고 있으니, 공식 조직과 기구의 기능이 뒤틀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번 일로 한국방송 이사회가 허수아비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게 그 보기다.


과거 정권에서 비공식 권력을 휘두른 이른바 실세들이 정부의 정상적인 기능과 정치 과정을 왜곡시킨 일은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대부분 법적 처벌을 받았고, 정권 스스로에도 독약이 됐다.

되새겨볼 일이다.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터에 한국방송 이사회가 오늘 새 사장 후보 제청을 강행한다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이 된다.

먼저, 비밀 대책회의에 참석한 유재천 이사장과 김은구 후보가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이와 함께, 사장 선임에 앞서 한국방송의 정치적 중립과 재정적 독립이 보장될 수 있도록 민주적인 경영진 선출 절차를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3064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