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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이정춘 KBS 시청자위원장 “감시견을 애완견 만들려는 것”

이정춘 KBS 시청자위원장 “감시견을 애완견 만들려는 것”  입력: 2008년 08월 10일 18: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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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청자위원장을 맡고 있는 중앙대 이정춘 교수(신문방송학)는 10일 “공영방송 KBS는 어느 정권이나 정당의 방송이 아니라 국민이자 시청자를 위한,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의 방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일 아침 서울 흑석동 중앙대 인근 개인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KBS 사장 축출 등 방송장악 기도에 “감시견이어야 할 언론을 애완견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60대 후반의 원로교수인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언론자유와 언론 공공성이 위협 받고 있다며 최근 동료 언론학자들에게 ‘미디어공공성 포럼’ 창립을 제안한 교수 10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을 해임 제청했는데. 

“2000년 통합방송법을 제정할 때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는 정신을 담았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KBS 사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감사원의 정 사장 해임 요구나 이사회의 해임 제청도 하나같이 불법이다. 정 사장이 자신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공영방송의 앞날을 위해 법적 소송 등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야 한다.”


-정권이 왜 이렇게 무리하게 밀어붙인다고 보나.


“방송을 자신들의 애완견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언론의 기능은 감시견인데 이 정부는 애완견으로 만들기 위해 우선 방송사 사장부터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아무리 언론 길들이기 차원이지만 꼭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지, 대통령과 정부의 이미지에 대해 정말 고민하는 사람은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철학이 없는, 막가파 정부 같다. 다시 5공 때로 돌아가는 것 같아 너무 씁쓸하다.”


-정부·여당과 보수 언론은 정 사장으로 인해 KBS 프로그램이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는데.


“2006년 8년 이후 2년간 시청자위원장으로서 활동하면서 지켜보니 KBS처럼 방송사 내부의 다양성과 민주성이 체계적으로 보장된 곳이 있을까싶은 생각이 들더라. 과거 10년 전처럼 사장이 ‘이렇게 만들어라’ 해서 프로듀서나 기자들이 그대로 따라서 제작하는 세상이 아니다. 일부 시사기획 프로그램에 대해 좌편향이라고 지적하는 시청자위원도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 위원들이 더 많았다.”


-정 사장 해임 제청을 강행한 KBS 이사들 중에는 유재천 이사장 등 언론학자 출신들이 많다.


“사람이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역사적 심판’인데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해서 안타깝다. 아무리 개개인이 처한 입장이 있다 하더라도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오늘의 이 모습을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한 번 숙고해주었으면 한다.”


-언론학자들의 연대 기구인 미디어공공성 포럼 창립을 제안한 이유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언론 관련 사안들을 지켜보면서 공영방송과 국영방송의 개념조차 모르고 있는 이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과연 방송정책을 담당할 자격이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들었다. 그간 조용한 성격 탓에 언론시민운동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지만 ‘정말 큰일났다’는 생각에 젊은 교수들과 함께 나서게 됐다. 정권이 미디어의 공적인 기능을 무시하고 방송을 장악하려하는데 언론학자로서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미디어공공성 포럼의 향후 계획은.


“호응도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200명 이상의 언론학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8일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그 전에라도 현안인 KBS 사태에 대한 입장도 표명할 것이다. 현 정부의 시장주의적 언론정책의 문제점,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미래상 등을 주제로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하는 토론마당도 자주 열 것이다.”


<글 이재국·사진 우철훈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8101838265&code=9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