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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X맨 이맹박 [한겨레 칼럼]

X맨 이맹박 [한겨레 칼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명박 대통령은 ‘엑스맨’인가 보다.

취임 100일 만에 자신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는 위기 상황에서도 모르쇠와 꼼수와 밀실 정치로 일관하는 태도가 그래야 이해가 된다.

그는 짧은 기간에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깨우쳐 줬다.

이제까지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특정 집단을 대변하는 보수언론들의 정체를 시민들이, 특히 10대와 20대의 젊은 세대가 하루아침에 깨달을 수 있었겠는가.

어떤 언론이 진정으로 시민들의 권익을 위하는지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었다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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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위대한 업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건강과 생명권이 경제에 우선하는 보편적인 가치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고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정치 행위로부터 스스로 권익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적극적인 의사표시 방법도 일깨워 줬다.


오랜 군사독재 정권과 폐쇄적인 교육제도로 인해 잠든 시민의식을 단기간에 고양하려 이명박 대통령은 ‘잘못된 정책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영어 몰입교육, 강부자·고소영 내각, 비인간적 교육정책,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환율정책,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 토건족과 투기꾼을 위한 대운하 사업, 유아적 외교정책, 국토균형발전 포기, 물·의료·공기업 민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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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정책의 동시다발적 추진과 무수한 말바꾸기에도 국민이 꿈쩍 않자 이명박 대통령은 드디어 강수를 뒀다.

미국 축산업자들조차 ‘환상적’이라고 감탄하는 조건으로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하자 마침내 촛불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대 이하였다.

그래서 추임새도 넣어 봤다.

“안 사 먹으면 된다.” 합의문 오역과 사과문 발표도 해보았다.

그래도 오랜 세월 억눌린 시민의식은 만족스럽게 살아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물대포, 소화기, 구타와 같은 폭력수단도 동원해봤다.

그러자 촛불 숫자가 확연히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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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한복판에 밤새 쌓은 ‘명박산성’ 깜짝쇼는 외국 유력 언론의 조명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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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성과를 은근히 뽐내고자 한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역시 방심은 금물이었다.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었는지도 모르던 한나라당에서 유명세를 샘내던 하룻강아지가 나타나 ‘엑스맨’의 심복을 물어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피를 나눈 형제만이 믿을 수 있다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진리를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이제 눈앞에 목표가 보인다.

냄비근성과 건망증 함양을 통한 국민의 ‘행복지수’ 높이기에는 언론통제가 효과적이다.

한국방송, 문화방송 같은 공영방송의 필수적 장악을 위해 믿을 만한 형님 친구와 얼룩진 군복과 가스통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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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엑스맨’이 되기 위해 쏟은 노력은 눈물겹다.

가뜩이나 사탄의 무리가 넘치는데 경기침체, 고유가, 물가 폭등이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언제까지 이명박 대통령에게만 역사적인 ‘고난의 짐’을 지울 것인가.

이제는 ‘엑스맨’이 깨우쳐 준 시민들이 그 짐을 나눠야 한다.

인터넷 생방송과 ‘광고주를 압박하는 묘안’에 만족해선 안 되겠다.

 

진정한 ‘배후세력’인 개방과 사유화로 상징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수혜자들은 아직 막강한데, 시민들은 경험해 보지 않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어느 업종, 어느 계층이 어떤 피해를 받을지 모른 채 막연한 환상만 갖고 있다.

대선 때 경제 살린다는 공약에 속았던 것처럼. 쇠고기와 대운하 문제에서 ‘영혼 있는 전문가’와 ‘양심적인 언론’이 시민들의 건강한 판단을 도왔고 아고라는 시민들의 학습의 장이었다.

다시 ‘열공’해 보자. 이미 시민들은 스스로 권익 찾는 법을 알고 있다.

 

김상중<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3&articleId=30869&hisBbsId=total&pageIndex=1&sortKey=regDate&limitDate=-30&lastLimitDate=-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