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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영혼 없는 공무원, 검찰의 ‘굴욕’

영혼 없는 공무원, 검찰의 ‘굴욕’ 
[기자칼럼] 이명박 정권 친위부대, 조중동 경호부대
     2008년 06월 23일 (월) 09:55:26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
 
 

검찰은 참여정부 시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칼바람’이 몰아치던 불법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 측근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검찰의 거침없는 질주에 국민은 든든한 방패막이를 자임했다.


지금은 정치 일부분이 된 ‘패러디’ 세계에서 검찰은 정의의 수호자로 그려졌다.

검찰의 활약상을 담은 연재만화도 등장했다.

검찰이 권력, 특히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일은 민주사회의 단단한 기본 토대를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검찰도 시련은 있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의 신경전 속에서 ‘검새’라는 유쾌하지 않은 별칭도 얻었다.

삼성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떡값 검사(떡검)’라는 얘기도 들었고 BBK 의혹 수사 과정에서 다시 한번 엄정한 법의 잣대를 의심하게 했다.

'
검찰독립'의 길, 이명박 정부 들어 역행


검찰은 지난 정부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검찰 독립’의 길을 항해 한걸음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완전한 형태의 검찰 독립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국민에 손가락질을 받았던 과거의 ‘권력의 시녀’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의의 수호자보다는 정권의 친위부대, 조중동의 경호부대로 인식되고 있다.

80년대 철권통치를 하던 전두환 정권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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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 6월23일자 30면.  
 

경향신문 23일자 30면에 실린 <‘김경한 검찰’의 역주행>이라는 칼럼 일부를 살펴보자.


"한 달쯤 전이다.

촛불이 한창 타오르던 5월26일 월요일 새벽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차관 등 실·국장 전원을 비상소집했다.

연락은 새벽 6시 이뤄졌다.

난데없는 호출을 받은 간부들은 아침 7시30분 서울 세종로 출입국관리사무소(법무부 시내 분실)로 모였다.


긴장한 간부들에게 김 장관은 입을 열었다.

‘불법집회·시위 주동자, 극렬행위자, 선동·배후 조종자는 끝까지 검거해 엄정 처리하라.’ 긴급회의는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법무장관의 새벽 간부 비상소집은 국가비상사태를 연상케 하는 일이다."


조중동 도우미 자임한 '김경한 검찰'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비상소집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래용 경향신문 사회부장은 “두말할 것 없이 고도의 긴장감과 위기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촛불의 배후는 전국 곳곳에서 수도 없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를 본 검찰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시민들이 촛불의 배후를 자임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을 벌이는 누리꾼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조중동이 누리꾼들의 광고 거부 움직임으로 실질적인 손해를 입자 여당과 정부를 압박했고 김경한 검찰은 발 빠르게 실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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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가 20일 저녁 '조중동 불매운동 엄단 방침'을 밝혔다. 이미지는 보도자료 일부.  
 

그러나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은 소비자 운동의 또 다른 형태로 이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겨레는 23일자 7면 <“모든 시민은 소비자…구매력 활용 불매 정당”>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은 진전된 소비자 운동"


한겨레는 “국내 소비자 운동의 권위자인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소비자학)는 최근 조중동 광고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두고 ‘한 주체가 시민이자 소비자로서 시민권과 구매권을 동시에 활용하는 더욱 진전되고 발전된 형식의 소비자 운동'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서슬 퍼런 칼날을 뽑아든 검찰을 쑥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예상대로(?) 검찰은 시민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다.

촛불 배후를 자임했던 시민들은 이제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의 주체는 자신이라며 “나를 잡아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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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6월23일자 7면.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을 돕고자, 조중동 거대언론을 돕고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들었지만 돌아온 것은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뿐이다.

검찰이 '정치검찰' '권력(정치·언론)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현실은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원칙과 소신의 표상이 권력 입맛에 춤추면 되겠는가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있다.

소신과 원칙보다 정권의 흐름에 따라 자신을 움직이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공무원 입장에서 정말로 듣기 싫은 말 중 하나일 것이다.

누구보다 자부심, 자존심이 강한 집단, 엘리트 의식도 남다른 집단이 공무원인데 영혼이 없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공무원 중에서도 자부심, 자존심으로 먹고사는 으뜸 집단으로 검찰을 빼놓을 수 없다.

자긍심 하나로 격무를 이겨내는 이들이 검찰 아닌가.

자신들이 흔들리면 민주사회 체제가 흔들린다는 자세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이 검찰 아닌가.


검찰은 권력의 입맛에 부응하기에 앞서 정당한 행위인지, 누구의 눈치를 보며 움직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보길 바란다.

'영혼 없는 공무원'의 대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일이 '국민 검찰'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다. 
 

최초입력 : 2008-06-23 09:55:26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711

 

 

“광고압박 했다. 나도 잡아가라!”한겨레 사설 
 
 
‘조·중·동’에 대한 누리꾼들의 광고 싣지 말기 운동을 “기업활동 방해”로 규정해 특별수사에 나선 검찰이 참 편하게 됐다.
검찰 수사를 시민들이 물증을 제시하면서 도와주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20일 검찰이 특별수사 방침을 밝힌 뒤 대검찰청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내가 범인이니 나를 잡아가라’는 누리꾼들의 ‘자수’ 물결이 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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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수천 명이 내가 광고 압박을 했다고 실토하거나 혹은 앞으로 그러겠다고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들 글의 90% 이상이 실명으로 쓰였으며, 일부는 심지어 전화번호 등 자신의 연락처까지 남겼다.
필명도 간혹 있지만, 이는 대검 검사들의 출중한 실력으로 추적하면 쉽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누가 어떤 회사에 전화하거나 인터넷으로 조선·중앙·동아일보에 광고를 싣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알아내려고 검찰이 굳이 수사력을 동원할 필요도 없게 됐다.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정권 주구’로 다시 바뀌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에게는 크나큰 ‘축복’이다.


게시판 글을 일일이 읽어야 하는 검찰의 수고를 덜기 위해 시민들의 자수 내용을 몇 가지만 옮겨보자.
“조·중·동에 광고 낸 기업들에 전화해서 너희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겠다라고 폭언과 협박을 했습니다. 소환을 원하시면 언제든지 출두하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조·중·동 욕했는데 용서는 안 되겠죠? 얼른 잡아가 주세요.”
“우리 가족 모두 매일 숙제하듯이 협박(?) 전화했으니 저희 가족 모두를 잡아가세요.”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해 참가자들을 구속하겠다고 경찰이 으름장을 놓았을 때 “나도 잡아가라”며 스스로 전경버스에 오르던 당당한 모습 그대로다.
세계사에서 시민불복종 운동이 그동안 여러 번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저항한 사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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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촉구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21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촛불소녀’ 캐릭터 아래

“조중동은 끊어 주자” “의료 시장화 안돼” 등의 구호를 써 넣은 손팻말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생활에서 구현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공권력이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독재 시절의 구태의연한 사고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나를 잡아가라”는 시민의 고고한 외침을 듣고도 깨닫지 못하는 정권은 미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촛불 행렬을 보면서 뼈저린 반성을 했다”면 법을 남용해 시민의 정당한 소비자 운동을 탄압하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임채진 검찰총장부터 당장 해임해야 한다.

 
기사등록 : 2008-06-22 오후 08:24:00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2947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