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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월의 산/들꽃

구중궁궐 속의 꽃, 능소화의 슬픈 전설 [ 금동화, 양반꽃, 들꽃, 야생화 ]
















아름다운 능소화가 계룡산 이곳 저곳에 줄기를 길게 늘이고 요염한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지요.

아니,

기나긴 장마가 시작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동안 능소화를 정면 가까이에서 바라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에 마음이 흔들려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능소화 [Chinese trumpet creeper]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능소화과의 낙엽성 덩굴식물입니다.
 
중국이 원산지로 학명은 Campsis grandiflora 라고 하는데 금등화(金藤花)라고도 불립니다.
숭미[崇米]에 목을 매는 정권이 자리한 지금과는 달리
모화사상이 극에 달했던 그 시대에는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 때 말입니다.

^^

그래서 비아냥 거리듯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이 이 능소화는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데...

가까이서 보면 꽃의 색상이 좀 맑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도 이와 같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아마도 처음 정면으로 능소화를 담다 보니 기대가 너무 컷었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

능소화는 처음부터 그러했을 터인데...

그저 바람같은 인간의 요사한 마음이 변덕을 부렸나 봅니다.

능소화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입니다.

 

 

나는 처음 능소화 가지가 겨울에는 죽고 봄에 새로이 자라는 줄 알았었습니다.

겨울에 만지면 뚝뚝 부러지는 것이 도저히 생명이라고는 없는 듯해서입니다.

그래서 임립미술관에서 생활을 할 때에는 참 많이도 걷어 내곤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임립관장이 알면 난리가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위의 그림에서도 새로이 돋아 자란 가지와 묵은 가지를 비교해 보면

묵은 가지에서는 생명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다.

 

 

능소화는 멋진 자태처럼 그에 걸맞는 전설도 있습니다.

 

구중궁궐 속의 꽃, 능소화의 슬픈 전설


이 꽃을 ‘구중궁궐의 꽃’이라 칭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옛날 옛날 복숭아 빛 얼굴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고합니다


우연히 아름다운 그 모습이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을 모시게 되었고,

그래서 빈의 자리에 앉게되어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단 한번도 소화의 처소를 찾지 않았답니다 .


소화의 심성이 영악하지를 못해서 다른 빈이나 후궁들처럼 임금을 불러들일 꼼수를 부리지 못했나 봅니다.


소화처럼 은총을 입고 빈의 자리에 오른 여자가 어디 한 둘이었겠습니까?

그들의 시샘과 음모의 벽을 넘지 못한 소화는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

결국에는 궁궐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화는 그런 것도 모르고 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한없이 기다렸습니다

혹시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도 자신이 없어 그냥 돌아가지는 않았나 싶은 생각에

담장 아래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게되면 임금이지 않을까?

달밤에 그림자라도 비치면 임금이 아닐가?

담장을 넘겨다 보고 기다리는 것이 그녀의 전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소화의 안타까운 기다림의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권세도 없고 탐욕도 없었던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을 치르면 시신조차도 궁궐밖으로 나가 영영 임금을 볼 수 없을 것이 두려워

평소에도 노래처럼 "내가 죽으면 담장아래 묻혀 언제까지라도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고

시녀에게 부탁을 하였는데 소화의 죽음을 맞은 시녀는 소화의 절절한 마음을 알고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어 남 몰래 담장아래 묻었습니다.

 

해가 바뀌고... 

다시 더운 여름이 시작되어 소화의 처소 담장에는

귀를 활짝 열듯 발자국 소리를 더 잘 들으려는지 큰 꽃잎은 펼치고
조금이라도 더 먼 밖을 보려는지 높게 높게 자라 오르는 짙은 주황색의 꽃이 피었습니다.
그 꽃이 능소화랍니다.


덩굴 같은 가지를 가진 크고 아름다운 꽃이지요.

능소화는 세월이 흐르며 구석진 빈의 처소 담장을 시작으로

더 많은 담장을 휘어감고 또 감으며 임금을 찾아 해메었다고 합니다.


한이 많은 탓일까요.

아니면 한 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요.
능소화의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 가지고 놀다

자칫 능소화의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게되면 실명을 한다니 조심해야 합니다.

 

장미는 그 가시가 있어 더욱 아름답다고 하듯이

능소화는 치명적인 독이 있어 더 만지고 싶은 아름다운 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 여름 오랫동안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꽃이 능소화입니다.
 

 

 

 

 

 

[2010년 7월 12일 계룡산 갑사입구 농바위 인근에서 능소화를 만나고  계룡도령 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