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풍경이야기

계룡산 신원사 계곡의 고왕암, 청명한 산사에서 맞아주는 꽃들의 봄소식

 

 

 

청명한 산사에서 맞는 봄소식
계룡산 신원사 계곡의 고왕암 산책
[42호] 2011년 03월 23일 (수) 08:42:38 계룡도령춘월 mhdc@naver.com

 

봄이 산하에 꽃으로 피어나는 3월말...
이 시기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요?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것을 대체로 싫어하는 계룡도령은 고즈넉하고 아늑한 곳을 주로 찾습니다.

 

월요일 매화 향기를 찾아 계룡산 절집 중에서 가장 고즈넉한 신원사 계곡을 찾았습니다.

 

▲ 계룡산에 피기 시작하는 매화

 

아직 활짝 피어나지 않은 매화는 몸으로 마음으로만 느끼던 봄을 직접 만지고 그 향기를 맡아 보게 해주고 있습니다. 

 

계룡산국립공원에는 각기 4방향으로 유명한 사찰을 두고 있습니다.

 

그 중 한 곳 상신리 쪽의 절은 무너져 사라져버리고 터만 남아 있고, '춘마곡 추갑사'라 불리며 계룡산 최고의 명찰로 통하는 갑사와 봄이면 화려한 벚꽃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도시와 가까운 동학사 그리고 논산에서 가까운 비교적 교통이 불편한, 그래서 더욱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여 고즈넉한 신원사입니다.

 

                           ▲ 계룡산 신원사지역 안내표지판 [신원사로 가려면 좌측!!!]

 

신원사는 갑사, 동학사와 함께 계룡산 3대 사찰 가운데 하나이며 규모면에서는 가장 작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문화유적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중악단 맞은편에 있는 고려 때 것으로 추정되는 5층석탑입니다.

이 5층석탑은 1975년 이루어진 해체 복원시 1층 탑신의 사리공에서 사리구를 비롯, 중세 중국의 동전과, 황유(黃釉)·주자(注子)·사리병 등이 발견되어 그 가치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 신원사 대웅전 전경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소박하면서도 오목 조목 아늑한 신원사의 뜰에는 지금 봄이 미소짓고 있습니다.

 

크고 화려한 꽃으로 사랑받는 모란이 잎몽오리를 올리고, 봄바람에 흔들리며 손짓하는 앙증맞은 봄까치꽃, 붉디 붉은 꽃으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동백꽃도 꽃멍울을 티우려 합니다.

 

▲ 피어나는 목단과 봄까치꽃 멍울진 동백이 어우러진 신원사

 

그리고 한켠, 진정한 봄의 전령이라할 수 있는 고고한 향기로 사랑받는 매화가 하나 둘 피어 납니다.

 

▲ 개화하기 시작하는 매화

 

벌과 나비를 부를 매화는 신원사 경내를 비켜 조금 걸으면 나오는 중악단의 뜰에도 피어있습니다. 

 

신원사에 위치한 중악단(中嶽檀)은 예로부터 하늘에 지내는 제사, 국행제가 열렸던 유서 깊은 곳으로 계룡단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고종 때 묘향산 (상악)·지리산(하악)과 함께 삼악(三嶽)의 하나로서 중악단으로 이름을 바꾸어 불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계룡산에서 개최되었던 하늘에 올리던 제인 계룡산신제의 형태가 고대에는 우리의 전통인 무(巫)의 의례로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무와 유교의 혼합형식 의례로 조선시대에는 유교식 의례로 치러지다가 효종 2년(1651년)에 폐지됐으나 조선 말 고종 16년(1879년) 명성황후가 재건하여 불교식으로 봉행하던 계룡산신제는 일제 때 또 다시 맥이 끊겨 사라졌다가 1998년부터 유·불·무 세 가지 형식으로 매년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5월경 개최되는 전통 무속신앙의 경연장이라고 할 수도 있을 무속축제는 볼거리가 풍부한 행사라 하겠습니다. 

 

▲ 묘향산과 계룡산 그리고 지리산에 있는 삼악단 중 계룡산의 중악단

 

고색창연한 중악단을 지나 오른쪽으로 지나면 드디어 계룡산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산길로 접어 듭니다.

 

▲ 고왕암으로 오르는 길 기암과 극락교

 

신원사의 고왕암은 신원사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암자로  계룡산국립공원의 연천봉으로 오르는 탐방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사가 심한 포장도로를 벗어나면 자연속에 묻히게 되는데... 기암과 계곡이 어우러져 멋드러진 모습입니다.

 

고왕암으로 오르는 극락교를 건너 산책하듯 오르는 거리 정도인 고왕암 

그곳엔 이미 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채색의 주변을 온통 황금색으로 밝히는 생강나무가 지금 막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 고왕암 가는 길가 숲속에 핀 생각나무의 황금빛 꽃망울들

 

꽃이 먼저 피어 지고나면 피어나는 생강나무의 어린잎은 말려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생강나무는 타박상이나 어혈, 멍들고 삔 데 신통한 효력이 있다하여 예로부터 좋은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약명으로 황매목(黃梅木)이라 불리는 약재는 싹을 틔우기 전에 채취한 어린가지를 말하는데 건위제ㆍ복통ㆍ해열ㆍ오한ㆍ산후풍 등에 좋다고 합니다.

특히, 산속에서 실족하여 허리나 발목을 삐었을 때 이 나무의 잔가지나 뿌리를 잘게 썰어 진하게 달여 마시고 땀을 푹 내면 통증이 없어지고 어혈도 풀린다고 합니다.

 

산을 좋아 하는 많은 사람들이 4계절 중에서 안전사고도 많고 가장 위험한 기간이 요즘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날이 풀려 지표면의 눈과 얼음은 녹았지만 땅속은 녹지 않은 얼음 상태라 지표의 질척거리는 흙과 단단한 얼음간의 분리현상으로 잘 미끄러지고 이로 인해 발목이나 허리 등을 삐끗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생강나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계룡산은 잘 아다시피 거의 암반으로 이루어진 산이라 이런 안전사고가 적습니다.

 

▲ 맑은 물소리와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고즈넉한 숲길

 

고왕암으로 오르는 계곡에는 맑은 물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합니다. 미처 땀이 나기도 전에 몸은 어느새 고왕암에 도착을 하게됩니다. 

 

신원사계곡 가장 깊숙이 들어앉은 고왕암은 부여에서 나당연합군을 피해 온 왕자가 7년간 머물던 암자이기에 묵을 '古(고)' 자를 써 고왕암이라 이름지어졌다고도 하고,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함께 새로운 도읍지를 찾던 중 머물렀다 하여 고왕암이라고도 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실 계룡산은 고려 태조 이성계와의 많은 일화들이 전하는 산이기도 합니다.

 

고왕암은 법당 뒤는 암회색의 암벽 앞에 법당이 서있고 앞은 화살을 만들 때 사용하는 시윗대로 둘러싸여 있으며 내려다 보면 멀리 논산과 공주 일원이 한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 고왕암의 대웅전 모습

 

고왕암에는 새겨진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느낌의 마애석불이 있으며, 유독 계룡산에 많이 전해지는 원효대사와의 인연 때문인지 큰 바위틈의 협굴에는 원효굴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백제 멸망직전 의자왕에 의해 창건 되었다고 전하는 고왕암은 백제 멸망 후 이곳에 피신해 있던 의자왕의 아들 융(融)이 잡혀 끌려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왕암 부근에 있었다는 마명암(馬鳴庵)은 왕자 융(融)이 신라군에게 잡혀갈 때 이 모습을 보던 왕자의 애마(愛馬)가 슬피 울다 죽어 이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는 전설이 전하는 곳도 바로 고왕암 이 암자입니다.

 

▲ 고왕암 전경과 마애불, 원효굴의 모습

 

고왕암의 법당 뒤로 돌아가면 자그마한 샘이 하나 있습니다.
석간수가 고이는 곳으로 고왕암을 오르면 느꼈을 갈증을 한번에 해소해주는 아주 맑고 시원한 물입니다.

이 석간수를 한잔 시원하게 마시고 멸망한 백제의 역사를 생각하며 멀리 논산벌을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 하겠습니다.

 

잠시 고왕암의 절경을 감상하고 돌아 내려가는 길...

 

▲ 바람이 말을 건네는 시윗대 숲길과 마음을 씻어 주는 청명한 계곡물

 

봄바람은 댓잎을 흔들며 이야기합니다.

신선들이 노닌다는 선계가 여기라고...

 

온작 새들은 저들만의 언어로 인간이 자연과 떨어져서는 살 수없음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극락교 아래의 계곡물...

 

계룡산에 있는 생명체의 목을 축여주는 제법 널은 계곡에는 마치 커다란 곰이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시려는 듯한 형상의 바위가 놓여 있습니다.

보이시나요?

이번 주말...
계룡산은 봄으로 활짝 피어 새단장을 할 것 같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의 계룡산 나들이를 반기며...

 

 

 

 

 

 

 

 글은 충남도정신문 인터넷판에 기사화 된 내용입니다.

http://news.chungnam.net/news/articleView.html?idxno=59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