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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자연/환경

[세시풍속]오늘은 자연이 우주의 기운으로 다시 살아 오르는 절기인 청명입니다.

 

 

오늘은 자연이 우주의 기운으로 다시 살아 오르는 절기인 청명입니다.

 

곧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벚꽃이 활짝 피어 세계 곳곳과 대한민국의 도로를 아름답게 빛낼 것입니다.
꽃들이 왕성하게 피어날 이즈음이 묵은 지팡이를 꽂아 두어도 싹이 돋는다는 청명(淸明)과 한식(寒食)입니다.

 

고향이 부산인 계룡도령의 기억 속 청명은 이 시기를 전후로 일년 중 유일하게 한 달 정도 내장없는 그래서 쓰지 않은 멸치가 나오는 시기로 알고 있습니다.

아니, 내장이 완전히 없는 것이 아니고 최소화된다고 해야 할 듯합니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오래되어 잊었지만 내장이 거의 깨알만 해져 내장의 쓴 맛이 적어 흔히 젓갈을 담그는 최상의 멸치로 치는데 요즘 이런 이유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습관적으로 멸치젓갈을 담그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청명 한식은 뭔가 새로운 생명에 대한 신비로움으로 다가오는 절기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경사회로 음력을 위주로 24절기로 나누는데 청명은 그중 하나로 춘분과 곡우 사이의 날을 이릅니다.
청명은 음력으로는 3월에, 양력으로는 4월 5~6일 무렵에 주로 듭니다.
이 시기가 바로 태양의 황경(黃經)이 15도에 있을 때인데 청명과 한식은 같은 날이거나 아니면 청명 다음날이 한식이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생긴 재미있는 속담이 어차피 마찬가지라는 뜻을 가진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라는 것도 있습니다.

 

일년 중 하늘이 가장 맑은 날이라는 청명일(淸明日)의 준말인 청명에는 예로부터 풋나물과 산채를 먹는 풍습이 있었고  ‘춘주(春酒)’라고도 불리던 ‘청명주(淸明酒)’를 담아 먹었다고합니다.


청명주는 찹쌀 석 되를 갈아 죽을 쑤어 식힌 다음, 누룩 세 홉과 밀가루 한 홉을 넣어 밑술을 빚고 다음날 찹쌀 일곱 되를 깨끗이 씻고 쪄서 식힌 다음, 물을 섞어 잘 뭉개어서 독 밑에 넣고 찬 곳에 두고 7일 후 위에 뜬 것은 걷어 내면 남는 맑은 술이 청명주입니다.
이렇게 청명주를 담궈 먹는 것은 아마도 농가에서는 이 무렵부터 논과 밭에 가래질을 시작으로 바쁜 농사철에 들어가게 되므로 미리 흥과 기운을 돋우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동국세시기]의 기록에 의하면 청명(淸明)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고,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 3백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주는데 이를 사화(賜火)라 하고, 한식(寒食)날 수령들은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여 온 백성이 한 불을 씀으로써 같은 운명체로서 국가 의식을 다진다는 의미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이때 움직여야 하는 불은 꺼지기 쉬워 습기나 바람에 강한 불씨통(장화통:藏火筒)에 담아 팔도로 불을 보냈는데 그 불씨통은 뱀이나 닭껍질로 만든 주머니에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씨앗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식은 동지가 지난 뒤에 105일이 되는 날로 청명과 같거나 다음날이 되는데 음력으로는 대개 2월이 되고 간혹 3월에 드는 수도 있으며 2월에 드는 해는 철이 이르고 3월에 든 해는 철이 늦다고 하는데 '2월 한식에는 꽃이 피어도, 3월 한식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고 대체로 정확히 맞습니다.
올해의 청명은 4월 5일이고 한식은 6일인데 음력으로는 3월 3일과 4일이 됩니다.
그래서 인지 올해의 꽃소식은 대단히 늦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한식은 예로부터 설날·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名節)의 하나로 쳤으며 신라 때부터 오늘날까지 조상께 제사를 올리고 성묘를 드린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원래 성묘는 춘하추동 계절마다 하여 봄철에는 한식날, 여름철에는 단옷날, 가을철에는 추석날, 겨울철에는 음력 10월 초하룻날에 성묘를 하여 왔으며 나라에서도 한식날 종묘(宗廟)와 각 능원(陵園)에 제향을 올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성이 있으면 한식에도 새배 간다.'라는 속담도 있는데 궂이 절기에 맞춰서 고지식하게 날을 맞춘다고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와 정성만 있다면 아무리 때가 늦더라도 하려던 일을 이루면 된다는 뜻으로 통합니다.

 

그리고 한식은 사방팔방의 잡귀가 묶여 있는 날이라고 해서 ‘귀민날’(귀맨날, 귀신 맨날) ‘귀신이 꼼짝 않는 날’로 여겨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는 날이라 여겼기에 산소에 개사초(改莎草: 잔디를 새로 입힘)를 하거나, 이장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모든 일들도 한식이  2월에 들었을 때에만 하고 3월에 들었을 때에는 하지 않았다는 것도 기억해 둘만합니다.

 

또한, 한식날은 명절 중의 명절로 삼아 관리들에게 성묘를 하도록 휴가를 주었을 뿐 아니라, 그 어떤 죄를 지은 죄수에게도 형을 집행하지 않도록, 금지했다고 하며 이조시대에 들어와서는 더욱 한식을 중하게 여겨 오늘날까지 한식날 성묘하며 차례를 지내는 관습이 남아 있습니다.

 

 

요즘에도 식목일이라 정하여 나무를 심지만 예전부터 청명, 한식이면 나무를 심었습니다.
우주의 기운이 생명력을 극대화 시켜 생장이나 성장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죽하면 들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두어도 싹이 난다고 했을까요.
특히, ‘내 나무’라 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 시집 장가갈 때 농짝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정을 품은 아가씨가 있으면 그 아가씨의 '내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하니 참으로 낭만적인 시절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것에도 노래를 만들어 불렀는데, "한식 날 심은 내 나무, 금강수(金剛水) 물을 주어, 육판서(六判書)로 뻗은 가지, 각 읍 수령(守令) 꽃이 피고, 삼정승(三政丞) 열매 맺어..."로 이어지는 [내 나무 노래]와 “청명(淸明) 한식(寒食) 나무 심자. 무슨 나무 심을래. 십리 절반 오리나무, 열의 갑절 스무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 나무, 거짓없어 참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네 편 내 편 양편나무, 입맞추어 쪽나무, 양반골에 상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아무 데나 아무 나무….”로 이어지는 [나무타령] 민요는 우리 겨레의 해학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한식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전해 오는데...
한식날 천둥이 치면 흉년이 들고 나라에도 변란이 생긴다며 매우 꺼려했으며, 한식날 먹는 메밀국수를 한식면, 이 무렵을 전후해 작지만 연하고 맛이 있는 조기를 한식사리라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조상들은 세시 풍속 하나하나에도 나름의 뜻과 의미를 부여해 그저 흘러가는 절기가 아닌 농경 생활 속에서 지혜롭게 대처하며 지역민들간의 화합을 도모해 온 것 같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칠 정도로 가두어 버리는 아파트 문화로 인해 이웃은 갈수록 멀어지고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픈데 이럴 때 조상들의 지혜를 빌어 24절기마다 공동체로서의 가치를 새로이 정립하고 함께 할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1년 4월 5일 24절기 중 하나인 청명을 맞아  계룡도령 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