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비가 내립니다.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오전, 한동안 흐리기만 하던 날씨가 갑자기 소나기처럼 쏱아 붓는다.
3시경
내려쬐는 햇빛속에 잠시 비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그저 부는 바람처럼 갑사로 향했다.
갑사에 도착해서 조금 걷는데...
다시 비가 쏱아진다.
하얗고 노란 비옷으로 무장한 무더기의 등산객들
ㅎㅎㅎ
우산을 들고 카메라는 메고 이곳 저곳 숲속을 살피는 내 모습이 신기한지
다들 한마디씩 던진다.
운이 좋아서인지 지난주에는 만나지 못한 흰망태버섯을 더 완전한 모습으로 만났다.
몇몇 분들이 날 보고 "계룡도령"님이세요?라 묻는다.
그저 빙긋이 웃으며 눈인사만 하였다.
ㅎ~~
말이 길어지면 "한잔합시다" 소리가 내입에서 또 튀어 나올듯하여~~~ ㅡ.,ㅡ
오락가락 비는 계속 끊일 듯 이어지고...
간간이 햇빛도 드리우니 날씨 치고는 묘하다.
먼지를 털어내듯 가벼이 상념들을 던져버리고 휘적휘적 돌아 나왔다.
갑사 매표소근처 연못에는 백련과 홍련이 꽃을 피우고...
더러는 비에 꽃잎이 지고...
억겁, 윤회의 수레바퀴처럼 돌고 돈다.
뭔 지랄 들인지
몇백년은 족히 넘을 것 같은 고목들을 몽땅 잘라내고
홑왕원추리가 밭을 이루던 곳에
바닥에는 석분을 깔아,
완전히 죽여버린 그 원추리의 무덤위에
나무를 깎아 벌거벗은 장승들을 세워 놓고
장승공원이랍시고 만드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업적을 뒤로 하고 지나니
매년 정월에 "괴목대신제"를 올리는 괴목에 능소화가 아름답게 피어 빗방울을 머금고 바람에 흔들린다.
아직 피지 않은 나리의 꽃봉오리에 이슬로 맺힌 빗방울은
수정구슬처럼 건드리면 청량한 소리를 토해낼 듯 달랑이고 있다.
똑 또그르르...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듯
매발톱의 잎에 달린 진주같은 물방울이 나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인간은 언제나 상대의 눈에 비치는 모습으로 평가를 받는 법
평소 행동을 올바로 할 일이다.
[2008년 7월 12일 비내리는 계룡산 갑사에서 계룡도령 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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